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어머니의 태반 속 같은 평화로움과 안락을 추구한다(바슐라르)


 인어와 술꾼들의 우화
 - 네루다

 그녀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들어왔을 때
 이 고귀한 분들께서는 모두 안에 있었다
 그들은 술을 퍼마시다가 그녀에게 침을 뱉기 시작했다
 이제 막 강에서 올라온 그녀는 도대체 영문을 몰랐다
 그녀는 길 잃은 인어였다
 그녀의 매끄러운 살결위로 욕설이 흘렀다
 음란한 짓거리가 그녀의 황금 젖가슴을 뒤덮었다
 그녀는 울 줄 몰라 울지 않았다
 그들은 담뱃불과 불에 탄 코르크 마개로 그녀를 지져댔다
 그리고는 낄낄거리며 술집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그녀는 말할 줄 몰랐기 때문에 말하지 않았다
 그녀의 두 눈은 아득한 사랑의 빛깔이었다
 그녀의 두 팔은 한 쌍의 황옥으로 빚어졌고
 그녀의 입술은 산호빛으로 반짝였다
 그녀는 갑자기 문밖으로 뛰쳐나갔다
 강으로 들어서자마자 그녀는 깨끗해져
 빗속의 하얀 돌처럼 빛났다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다시 헤엄쳤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곳을 향해 죽음을 향해 헤엄쳐갔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몇 달 전, 고향집에 갔더니 어머니께서는 먼 산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계셨다.

 “엄마, 뭐해?”
 “그냥...... .”

 어머니의 초점 없는 눈빛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어머니께서는 15세에 정신대 강제 징집을 피해 정략결혼을 하셨다고 한다. 그 결혼이 실패하며 어머니의 인생은 가난과 고난으로 점철되었다.   

 지금도 자주 어머니의 꿈을 꾼다. 늙고 병드신 어머니 앞에서 서럽게 울다가 잠을 깬다.
 
 이 땅의 얼마나 많은 어머니들의 삶이 일제에 의해 만신창이가 되었을까?


 엄마 생각
 - 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춧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우리는 어릴 적 엄마 품을 잊지 못한다.

 인류가 오랫동안 꿈꿔 온 유토피아, 천국이나 무릉도원은 ‘어머니의 자궁’이라고 한다. 

 그래서 어머니를 잃으면 우리는 모든 것을 잃을 것이다.

 이 엄동설한에 ‘소녀상’을 지키는 대학생들은 ‘인류의 어머니’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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