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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으라이, 여자하나 못잡아서리...” 아이들 노는 모습이 참 재미있다<정삿갓 북한 방랑기> 동포시인 정찬열과 떠나는 북한 여행 (19)
정찬열  |  noproblem101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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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1.28  16: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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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열 / 재미동포 시인

연재를 시작하면서

2014년 10월, 3주일 동안 북한을 방문했다. 평양을 비롯, 개성, 사리원, 묘향산, 원산, 금강산, 함흥 등 여러 곳을 돌아보았다. 북녘 동포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내가 보고 듣고 느꼈던 생생한 이야기를, 앞으로 스물한 번에 걸쳐 독자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이다.  분단 70년을 맞는 해다. 한반도의 분단체제를 극복하고 화해와 통합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해가 되길 바라면서 얘기를 시작한다. / 필자 주

 

“조국통일”, “야!~”, 처녀들의 함성이 뒤뜰을 쩌렁쩌렁 울린다

10월 22일(수) 맑음. 북한 방문 19일째다. 어제 저녁은 모기 때문에 잠을 설쳤다. 유리창 철망 사이로 모기 몇 마리가 들어온 모양이었다. 녀석들에게 물렸는지 몇 군데가 빨갛게 부어올랐다. 
 
아침 산책을 가볍게 다녀왔다. 돌아오면서 보니 길가 푯말에 거리이름이 ‘련화 12동’이라고 표시되어있다. 미국에서도 마그놀리아(목련), 파인(소나무), 체리(벚나무) 같은 식물이름이 거리 이름으로 많이 사용되는데 북한도 그런 모양이다. 
 
아침 식사를 하려고 호텔 구내식당에 자리를 잡았다. 마침 옆 테이블에 앉아있던 젊은 분이 인사를 건넨다. 어제 영국에서 도착했다고, 선교사라며 본인을 소개한다. 평양이 처음이냐고 물었더니 몇 번 다녀갔다고 한다.
 
마침 안내원이 차를 가져왔는데 그동안 보지 못했던 얼굴이다. 언제부터 근무하느냐고 묻자, “가지 왔습네다” 대답한다. 가지 왔습네다? 무슨 뜻이냐고 묻자 저만치 서 있던 다른 안내원이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말”이라고 웃으면서 설명해 준다.
 
식사를 마치고 방에 올라왔다. 3층 방에서 내려다보니 종업원들이 단체로 춤을 배우고 있다. 한동안 주춤하더니 다시 시작하는 모양이다. 춤이라기보다 체조 댄스라고 하는 게 좋을지 모르겠다. 40여명의 여직원들이다. 구령에 맞추어 연습을 하는데 손발이 잘 맞지 않는다. 동작이 틀린 한 아가씨가 민망스러운지 수줍게 웃는다. 
 
대부분 미혼으로 보인다. 통일이 되어 저렇게 예쁜 여자들이 남한의 총각들과 결혼을 하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언듯 스쳐간다. 남한 땅을 국토종단 하면서 보았던, 곳곳에 세워진 결혼 상담 배너가 떠오른 것이다. 남남북녀라 하지 않던가. 중국이나 필리핀, 베트남 같은데서 신부감을 데려오지 않고 가까운 곳에서 신부를 얻는다면 ‘금상첨화’일성 싶다.
 
자세히 보니 왼쪽 편에 붉은 글씨로 “‘김정일 청년 영예상’ 단체 쟁취를 위한 판정을 받는 청년동맹원들을 열렬히 축하합니다”라는 글이 적혀있다. 한동안 아침마다 열심히 연습하더니만 지난번 당 창건일 단체 경진에서 상을 받은 모양이다. 지난번과는 달리 태권도를 가미한 춤인지 동작에 절도가 있다. 지도하는 여자는 그때와 같은 사람이다. 카리스마가 대단하다. 그녀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선창을 하면 일제히 동작을 하면서 함께 외친다. 

  “조국통일”
  “야~!”
  “결사옹위”
  “야 ~!”

 
처녀들의 함성이 뒤뜰을 쩌렁쩌렁 울린다. 여인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단체로 배우는 체조 댄스에서 ‘조국통일’, ‘결사옹위’ 두 단어가 구호로 사용되고 있는 현장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 40여명 호텔 종업원들이 단체로 체조 댄스를 연습하고 있다. [사진제공-정찬열]

미림승마구락부 방문 

오전에 미림 승마장을 가보자고 한다. 원래 군용 승마장이었는데 리모델링해서 지난해 개장했다고 한다. 문수물놀이장, 마식령스키장, 곱등어관처럼, '인민생활 개선'을 위한 장군님의 뜻에 의해 건설된 곳이라고 김 참사가 소개한다. 
 
운전사 방 동무가 온 다음 출발. 평양 중심부를 빠져나가 한참을 달린다. 시내 변두리 지역이다. 아직 멀었냐고 물었더니, 방 동무가 “인차 나옵니다” 대답한다. 금방 나옵니다, 라는 뜻이라고 김 참사가 웃으며 통역을 한다. 
 
무궤도전차 종점을 지나자 승마장이 나타난다. 미림승마구락부 종합안내도, 라는 현판을 지나자 선수가 말을 몰아 달리는 조각이 서있다. 대지가 10만평 넓이라고 한다. 철조망 너머 언덕 밭에서 군인들이 추수하는 모습이 건너다보인다. 가을 추수가 막바지에 이른 모양이다.
 
실내훈련장 건물이 보이고, 밖에서 말을 타고 다니는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안내원이 승마장 이곳저곳을 안내한다. 사람들이 많지 않다. 안내원이 금방 내 마음을 읽었는지 주말이면 붐빈다고 얘기한다. 지난 1년 동안 몇 명이나 다녀갔냐고 물었더니, 아직 정확한 숫자는 모르겠단다.

돌아온 다음 <조선중앙통신>을 인용한 국내 신문에서 “승마장 개장 1주년 만에 18만5000명의 각 계층 근로자와 청소년학생, 해외동포 등이 승마장을 찾았다”는 기사를 보았다.

일반 주민들이 더 많이 이용할 수 있도록 상류계층은 이용을 삼가라는 지침을 내렸고, 이행을 점검하기 위해 감찰을 하고 있다는 보도도 함께 읽었다. 승마장 입장료가 10달러가량(외국인 35달러가량)이어서 실제 승마장을 이용하는 계층은 특권층이거나, 무료로 입장한 인원이 많지 않겠냐는 추측성 기사를 함께 곁들인 내용이었다.
 
어찌됐건, 주민들이 즐길 수 있는 위락시설이 늘어간다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그만큼 여유가 있어간다는 의미일 테니까. 북한을 다녀온 다음 만났던 많은 사람이 평양은 특권층이 사는 곳이지만 지방은 생활이 훨씬 힘들지 않더냐고 물었다. 그러리라 생각한다. 불을 때면 우선 아랫목이 뜨거워진 다음 윗목에 온기가 번져가지 않던가. 방 전체가 따뜻해 질 때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게 아닌가 싶다. 
 
이곳에서 관리하는 말이 120마리 정도라고 했다. 청년들 몇이 승마 훈련을 받고 있다. 키가 아주 작은 조랑말이 함께 나와 있다. 어린이들을 위한 말인가 싶다.
 
실내훈련장에는 훈련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학교에서 단체로 온 모양이다. 나에게도 한 번 타보겠냐고 하여 말을 타보았다. 오래전 제주도 여행 때 한 번, 캐나다 여행 중 말을 타고 골짜기를 다녀온 이래 세 번째 말을 타 본 셈이다. 
 
밖에 나와 보니 승용차가 늘어서있다. 젊은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간다. 아이는 세발자전거를 타고 엄마는 아이를 따라가고 있다. 식구들이 함께 놀러왔는가 보다.
 
돌아오는 차 중에서 방 동무가 한 얘기가 기억에 남는다. 집에서 TV를 보는데 마침 이곳 승마장 장면이 나오니까 아들 녀석이 “아버지, 저기 한 번 가볼까요” 점잖게 묻더란다. "기러니 부모들이 견뎌내겠습네까."

아이들 등살에 부모들이 데리고 오지 않을 수 있겠냐는 말이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이 딱 맞다.

   
▲ 승마를 배우고 있는 청년들. [사진제공-정찬열]

 

   
▲ 키가 아주 작은 조랑말이 함께 나와 있다. 어린이들을 위한 말인가 싶다. [사진제공-정찬열]

골프연습장 방문

점심시간이 가까워 오는데 골프연습장을 구경할 겸 그쪽 식당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북한에는 골프장이 둘 있다. 하나는 평양에서 30킬로쯤 떨어진 남포시 대성호반에 위치한 평양골프장, 또 하나는 금강산 장진항 부근에 있는 금강산 골프장이다. 그런데 두 곳 모두 지금 개장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골프연습장에 도착했다. 산기슭 아담한 장소에 20명 정도가 함께 연습할 수 있는 규모다. 골프장이 문을 닫았는데 연습장이 붐빌 이유가 없겠지만 손님이 아무도 없다. 허긴 평일 낮에 골프연습장에 와서 골프공을 때릴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결국 외국인이나 관광객을 상대로 만들어 놓은 시설이겠지만 개점휴업 상태다. 관광객이 많지 않다는 증거다.
 
골프 연습장을 방문하는 손님을 위해 준비되어있는 골프채도 오래된 것이다. 한동안 이런 정도로 계속되다가 골프장을 이용하는 손님이 많아지는 시점부터 연습장도 활기를 띄게 될 성싶다. 골프연습장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 골프연습장 1. [사진제공-정찬열]

 

   
▲ 골프연습장 2. [사진제공-정찬열]

김책공대 방문, 원격교육 제도가 눈길을 끌다 

오후에 김책공대를 방문했다. 북한 공학 분야 최고 전문가를 양성하는 이공계 종합대학이다. 김일성종합대학교와 함께 전국의 수재들이 모이는 학교다.
 
안내원을 따라 학교를 둘러보았다. 1948년 설립. 크게 정보와 기계, 두 부분으로 나누어 교육을 실시하며, 현재 15,000명 정도 학생과 5천여 직원이 있단다. 30만 평방미터 부지에 전자도서관을 비롯해 각종 시설이 있다고 했다.
 
교실에서 100여명 학생들이 시험을 치르고 있다. 원격교육을 받으며 공부하는 학생들이 시험을 보는 중이라고 했다. 원격교육이란 ‘학교와 수강생을 정보통신망으로 연결하여 시간과 장소에 구애됨이 없이 지식을 습득할 수 있게 하는’ 체계로서, 북한에서 지금 전국적인 규모로 보급되고 있다고 한다.

작업현장에서 일하면서 다니는 학교인데 2010년에 시작, 현재 학생은 3천 명 정도란다. 교육내용은 본교 학생과 내용이 똑 같다. 5년제 대학이며 국가졸업시험을 통과하면 대졸 자격을 인정받는다. 시험은 학기마다 3일 동안 본교 기숙사에 기거하면서 치른다. 오늘이 마침 그 시험일이라는 얘기였다. 특별한 제도다. 방송통신대학과 같은 개념의 대학인데, 공과대학 학생을 위한 대학인 모양이다.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학생들이 보인다. 학생들이 인터넷 접속을 자유롭게 할 수 있냐고 물었더니, 일부 내용은 차단된다고 한다.
 
이 대학 교직원을 위한 살림집 350세대가 완공되어 이주를 끝마쳤다고 한다. 안내원도 시아버지 덕에 입주하게 되었다면서, 집이 얼마나 넓고 쾌적한지 모르겠다고 김 참사에게 자랑을 한다. 시아버지가 이 학교 교수인 모양이다. 젊은 새댁이 옮겨간 새집이 좋다는 얘기를 얼마나 실감나게 하는지 옆에서 듣고 있는 내가 다 행복한 느낌이 들 정도다. 먹고 입고 사는 것. 그것이 인간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가를 공감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명년에 5백 세대가 또 입주할 예정이라고 한다.
 

   
▲ 김책공대. [사진제공-정찬열]

 

   
▲ 김책공대 안내원. [사진제공-정찬열]

수요일 오후, 평양 시민들이 보여준 소소한 풍경들 

김책공대 방문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아직 해가 많이 남아있다. 그러고 보니 떠날 날이 내일모래다. 신발을 조여 매고 혼자서 산책을 나왔다.
 
호텔 앞 넓은 주차장을 걸어가면서 보니 잔디밭가 시멘트 블록 위에 은경, 옥화, 이런 이름들이 적혀있다. 어느 날 아침 아주머니가 바케스에 물을 가져와 잔디에 뿌리는 모습을 보았다. 저렇게 이름을 적어 놓았으니 그럴 수밖에 없겠다. 그리고 원산에서 송도원 국제 소년단 야영원에서도 관리자의 이름이 길가 화단에 써있는 것을 보았다. 그 구간을 책임지고 관리하는 사람, 혹은 책임자의 이름인 것처럼 보였다. 개인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이 잔디를 관리하는데 효과적인 모양이다.  
 
대동강둑에 사람들이 붐빈다. 퇴근 하는 사람들도 있고, 일과를 끝내고 강변에 놀러 나온 시민들도 있다. 강 쪽으로 걸음을 옮기는데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대동강 산책을 나온 엄마가 보인다. 그 바로 앞에 아가씨가 손전화로 통화를 하면서 걸어가고 있다. 하루 일과를 끝내고 강가로 산책을 나오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평양에 손전화가 2백만 대를 넘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평양은 물론 지방에서도 손전화에 관한 얘기는 더 이상 뉴스거리가 아니다.  
 
거북선 모형의 배가 강가에 매여있다. 2층으로 된 유람선이다. 그 옆에서 한 남자가 낚시질을 하고 있다. 뭐가 좀 잡히기는 하는지 모르겠다. 바로 위 공원 돌탁자에 빙 둘러 앉아 나이 지긋한 남자들 넷이 화투놀이를 하고 있다. 인민복 차림에 모자를 썼다. 은퇴한 분들이 한가한 오후 한 나절을 저렇게 보내고 있다. 

   
▲ 시멘트 위에 적혀있는 이름. [사진제공-정찬열]

 

   
▲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대동강 산책을 나온 엄마. [사진제공-정찬열]

 

   
▲ 대동강변에서 화투놀이를 하고 있는 노인들. 뒤로 거북선모형 배가 보인다. [사진제공-정찬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가니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대동강변 공터에서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20명쯤 될까. 남녀노소 구경꾼들이 층계에 앉아서 혹은 길바닥에 퍼질러 앉아 노는 모양을 구경한다. 어림잡아 30명은 넘을 성싶다. 노는 사람도 구경꾼이 있어 더욱 신이 나는 모양이다. 구경꾼이 늘어날수록 목청도 높아지고 몸놀림도 더욱 흥겨워진다. 구경하고 있던 사람도 흥이 나는지 춤꾼 속으로 뛰어들어 한바탕 춤을 추기도 한다.  
  
아이를 둘러업고 놀러 나왔던 할머니가 슬며시 자리를 뜬다. 아이가 젖을 먹고 싶어 칭얼대는 모양이다. 포대기로 아이를 들쳐 업은 저 모습도 참 오랜만에 보는 풍경이다. 저런 게 모두 사람 살아가는 모습이다.
 
해가 기우는 듯싶어 숙소로 돌아오는데 길가에서 자전거 빵꾸 때우는 모습이 보인다. 이북에 온 다음, 평양은 물론 지방에서도 자전거를 참 많이 보았다. 직장인의 출퇴근이나 학생들의 등하교, 농촌에서 작은 짐을 실어 나르는 모습까지 자전거가 많았다. 휘발유가 부족하니 자전거를 많이 사용하는가 싶었고, 일견 대단히 자연스럽고 적절한 선택으로 보였다. 그런데 그동안 ‘자전거포’를 본 적이 없었다. 저렇게 자전거가 많은데 바퀴에 빵꾸가 나면 어디서 고치나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일어났다.
 
몇 발자국을 더 걸어가는데 한 젊은이가 빵구 난 자전거를 끌고 가고 있다. 눈 여겨 보고 있는데, 백여 미터 걸어가더니 저 만치 길가에 대기하고 있던 노인에게 가서 빵꾸를 때운다.
 
은퇴한 노인으로 보이는 남정네들이 연장가방 같은 것을 자전거 뒤에 싣고, 또는 어깨에 매고 와 길가에 앉아있기에 무엇하려는 것일까 유심히 봐 오던 참이었다. 저렇게 빵꾸를 때워주고 푼돈을 버는 모양이다. 노인네들이 무료한 시간을 유용하게 사용하고, 용돈도 벌어 쓴다면 일석이조가 아닐까 싶다.

멀리서 빵꾸 때우는 장면을 사진 찍었다. 그리고 건너편 쪽의 다른 풍경을 사진 찍고 있는데, 옆을 지나가던 한 중년 남자가 “왜 함부로 사진을 찍는 거요?” 하고 묻는다. 갑작스런 물음에 “경치가 좋아서요” 하고 대답했다. “보아하니 당신 우리 조선 사람 아닌가 본데...” 하며 시비를 걸어올 태세다. 사실대로 설명을 했더니 좀 수그러든다. 그러면서도 영 못마땅하다는 투다. 서둘러 그 자리를 피했다. 서방 세계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해외 관광객을 안내원과 함께 다니게 하는 이유를 알겠다.

   
▲ 대동강변에서 오후 한때를 즐기고 있는 평양시민들.[사진제공-정찬열]

 

   
▲ 아이를 업고 놀러 나온 할머니도 보인다. [사진제공-정찬열]

 

   
▲ 자전거 빵꾸를 때우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정찬열]

호텔 부근 버스정류소 앞에 모녀가 앉아있다. 아이가 맨 가방에 미키마우스가 그려져 있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엄마가 딸에게 무언가 가르치고 있는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엄마가 얘기하면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또 무얼 묻곤 한다. 아이가 웃으니 엄마도 따라 웃는다. 행복이란 게 대단한 것이 아니다. 저렇게 소소한 일상에 행복이 있다. 따스한 햇살 한 줌이 모녀를 비추고 있다.
 
바로 옆 아파트 골목에서 롤러스케이트를 탄 아이들 대여섯 명이 뒤꽁무니를 잡고 줄서 달려오고 있다. 학교가 끝나고 동네 친구들과 함께 몰려다니는 모양이다. 앞에 가는 여자 아이가 “잡으라이, 여자하나 못잡아서리...” 하면서 달아나니 남자 아이가 기를 쓰고 쫒아간다. 아이들 노는 모습이 참 재미있다. 
 
저녁밥상에 감자조림, 감자부침개 같은 감자요리가 올랐다. 감자 얘기가 화제가 되었다. 대규모 감자 재배지가 백두산 부근 대홍단에 있다고 김 참사가 말문을 연다. 사람이 살기 어려울 만큼 춥고 척박한 곳인데 처음 감자단지를 개척할 때 천 명의 젊은이들이 지원을 했다고 한다. 다음에 처녀들도 자원을 하여 가정을 꾸려 그곳에 촌락을 이루어 살아가고 있다며, 불가사의한 일이라고 덧붙인다. 대홍단 감자농장을 그린 영화도 있다고 한다.  
 
남한은 쌀이 주식인데 북한은 감자가 주식이다. 그런데 북한의 단위 면적당 감자 생산량이 남한의 절반이라고 한다. 기후나 토질이 다르기 때문인 모양이다.
 
최근 남한에 도토리만한 씨감자를 만들어 감자를 생산하는 ‘범용기술’을 개발했다는 보도를 보았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북한의 감자 생산이 배로 늘어날 것이라는 기사였다. 북한 식량문제에 도움을 주기 위한 “통일씨감자재단”을 만드는 구상을 하고 있다고 했다. 기다려볼 일이다.    
 
식사를 마치고 바람을 쐬러 골목 노점상 쪽으로 가 보았다. 그곳에 와 있던 어떤 여자가 “아바이는 어디매서 왔습네”라고 묻는다. 얼른 보아도 방문객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사투리가 참 재미있다. 아바이라는 말은 나이 지긋한 남자에게 붙이는 호칭인데 친숙한 의미를 담은 뜻이라고 했다. 금강산 가을 단풍이 좋더라는 얘기를 한 다음, 그곳을 가 보았냐고 내가 묻자, 아직 못가 보았다고 한다. 10년쯤 전인 열여섯 살 때 기차로 묘향산에 다녀온 적 있다고, 10시간 넘게 기차여행을 했는데 정전 때문이었다고 기억을 더듬는다.
 
숙소에 들어와 보니 누군가 방에 쑥을 가져다 놓았다. 아침에 모기 때문에 잠을 설쳤다고 종업원에게 얘기했는데 쑥을 피우면 좋다고 하던 말이 생각났다. 통에 담긴 쑥에 불을 붙여놓았다. 연기가 피어나 번져간다. 함흥호텔에서 더운 물 두 통을 가져다 놓았던 일이 떠올랐다. 신통하게도 모기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모기에 물릴 걱정 없이 잠을 잘 잤다.

   
▲ 길가에서 엄마가 딸에게 공부를 가르치고 있다. [사진제공-정찬열]

 

   
▲ 골목에서 롤러스케이팅을 타고 다니는 아이들. [사진제공-정찬열]

 

   
▲ 쑥을 피워보라고 가져왔다. 신기하게도 모기가 사라졌다. [사진제공-정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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