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수소탄 시험 이후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 방향이 ‘압박’이라는 한쪽으로만 치우쳐 편향성 우려를 주고 있습니다. 물론 북한이 ‘절대 하지 말았으면 싶은’ 핵실험을, 그것도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감행했기에 울화가 치밀어 오를 만도 합니다.

게다가 현 정부의 주요 지지층인 보수 세력이 자지러들게 놀란 상태에서 분노하고 있기에 이들을 달래주어야 할 필요성이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명확한 대북 압박책을 내오지는 못하면서 이것저것 찔러보는 식으로 푸닥거리만 찾고 있는 것 같아 안쓰럽기도 합니다.

박 대통령이 지난 22일 외교·안보·통일분야 업무보고에서 6자회담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는 북한을 뺀 5자회담을 제기한 것도 대북 푸닥거리로 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5자회담은 애초부터 성사될 가능성이 전무했으니까요.

알다시피 6자회담은 남북을 비롯해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6개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논의해온 다자회담입니다. 지난 2005년 한반도 비핵화를 담은 9.19공동성명도 6자회담의 성과였습니다.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한 회담체로 6자회담만한 것도 없습니다.

물론 6자회담이 8년여 간 개최되지 못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대안도 없이 6자회담의 용도폐기론을 주장하는 건 비현실적일 뿐 아니라 즉흥적이기도 합니다. 당사자가 없는 5자회담은 메아리에 그치기에 6자회담의 대안이 될 수 없으며, 또한 5자회담 성사 자체도 불투명하지만 설사 이뤄진다고 해도 참가국이 5자 공조를 통해 강력한 대북 압박 지렛대로 사용하고자 한들 지렛대 역할을 제대로 할지도 의문입니다.

아니나 다를까요. 박 대통령이 5자회담을 제안한 지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6자회담 재개”를 강조하며 공식적으로 5자회담을 일축해 국제적 망신을 당했습니다. 게다가 러시아 외무장관도 26일 5자회담에 대해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습니다. 하나만 반대해도 안 될 판인데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하니 5자회담은 꺼내지 않는 만 못하게 되어버렸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앞서 박 대통령이 13일 대국민 담화에서 북한의 수소탄 시험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논의에서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이른바 ‘중국역할론’을 간절히 호소했으나, 오히려 중국은 <환구시보> 사설을 통해 한국이 중국에는 압력을 가하면서 미국에는 하지는 않는다는 식의 불만을 표출했습니다.

이렇듯 박 대통령이 대북 압박용으로 중국역할론과 5자회담을 제기하면서 그게 성사될 것으로 판단했다면 전략적 오류를 범한 게 되고, 또한 국민을 달래기 위한 국내용 대북 푸닥거리로 꺼냈다면 그 대가가 너무 큽니다. 어느 쪽이든 중국의 관문인 천안문 앞에 딱 멈춰 선 처지가 되었습니다. 문이 닫혀 있는 것입니다. 지난해 박 대통령이 지극정성을 들인 천안문 ‘망루 외교’가 한갓 신기루에 지나지 않았던 셈입니다.

인정하기 싫겠지만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마땅한 압박 카드가 없는 것도 현실입니다.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카드를 너무 빨리 소진했기에 더 이상의 새로운 대북 압박 카드가 없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 대화의 방법이라도 찾아야 합니다. 우물쭈물하다가 개성공단마저 대북 푸닥거리의 제물로 받쳐져 폐쇄될까봐 영 걱정이 앞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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