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서 사상혁명, 기술혁명, 문화혁명을 더욱 힘있게 벌려야 한다. 농업전선은 사회주의수호전의 전초선이며 사회주의경제강국건설에서 힘을 집중하여야 할 주타격방향이다. 더 높은 알곡고지를 접령하여야 한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2014년 사회주의농촌테제 발표 50돌을 맞아 열린 전국농업부문 분조장대회에 보낸 서한이다. 

북한은 당과 국가를 건설하는데 있어 토지를 개혁하고 사회주의 농촌경제의 체질을 변화하면서 정책을 홍보하고 당에 대한 충성심을 강화하는데 '조선농업근로자동맹'(농근맹)을 적극 활용했다. 그리고 농근맹은 '이밥에 고깃국'이라는 김일성 주석의 약속이행을 완수하기 위해 지금까지 농민조직으로 활약하고 있다.

'조선농업근로자동맹'(농근맹)이 오는 31일 창립 70돌을 맞는다. '이밥에 고깃국'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70년 동안 이어온 농근맹은 어떤 조직인가. 김정은 시대 농근맹은 그 역할을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 1960년 2월 강서군 청산리 농민들을 만남 김일성 주석. 당시 '청산리정신'이 시작됐다. [자료사진-통일뉴스]

'농조연맹'→'조선농민동맹'→'조선농업근로자동맹'으로

북한 조선농업근로자동맹(농근맹)의 전신은 1946년 1월 31일 결성된 '북조선농민조합연맹'(농조연맹)이다. 농민과 노동자의 정치세력화에 대한 당의 주도권 장악이 중요했던 김일성 주석은 해방 후 각지에 자연발생적으로 조직된 농민조합 규합을 꾀했다.

김 주석은 1946년 1월 농조연맹 결성에 앞서 농민조직은 "당과 농민대중을 연결하는 인전대로 되어야 하며, 공산당의 영도 하에 조직되고 활동할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창립초기 농조연맹은 지도간부 70%가 일반농이 아닌 사무원 출신이었다. 일제시기 함경도 길주, 명천, 단천 등지에서 적색농민조합운동이 활발했고, 당시 지도자들이 농조연맹 간부로 활동하는 것을 당연히 여겼기 때문이다. 이는 항일유격대 집단의 생각과 다른 방향이었다.

결국, 항일유격대 출신인 임해를 중심으로 당적 지도검열이 실시됐고, 1947년 4월 농맹 위원선거를 통해 리 위원 83%, 면 위원 87%, 도 위원 84%가 빈농 출신으로 선출됐다. 그리고 같은해 11월 2백57만여 명으로 북한 내 최대 근로조직이 됐다.

이후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1951년 2월 남로당 외곽단체인 '농민조합총연맹'과 통합해 '조선농민동맹'(농민동맹)으로 개칭했다. 농민동맹은 "공화국 헌법과 정부의 정강과 정책을 실현할 것"을 목적으로, 국가수립 초기 풍토쇄신과 사회주의 생산관계를 추진하기 위한 임무, 농촌문제 해결 등을 목표로 교양 활동을 해왔다.

그러다 1964년 2월 당 제4기 8차 전원회의에서 채택된 김일성 주석의 '사회주의 농촌문제에 관한 테제' 발표로 농민동맹의 역할에도 변화가 요구됐다.

이 태제는 △농촌에서의 기술혁명, 문화혁명, 사상혁명을 철저히 수행하며, △농민에 대한 노동계급의 지도, 농업에 대한 공업의 방조, 농촌에 대한 도시의 지원을 강화하고, △농촌경리에 대한 지도와 관리를 공업의 선진적인 기업관리 수준으로 끌어올리며 전인민적 소유와 협동적 소유의 연계를 강화하고 협동적 소유를 전인민적 소유로 부단히 접근시킨다는 3가지 원칙을 담고 있다.

그리고 농촌의 기술혁명을 위해 수리화, 기계화, 화학화, 전기화라는 '농촌 4화사업'이 중점적으로 제시됐다. 특히, 농촌 발전을 위해 농촌경리에 대한 군협동농장경영위원회 지도강화 등으로 도시와 농촌을 연결하는 군(郡)의 역할 강화에 주력했다.

▲ 1975년 3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왕재산협동농장을 찾았다. [자료사진-통일뉴스]

이에 농민조직도 '사회주의 농촌문제에 관한 테제'를 효율적으로 수행하도록 하기 위해 1964년 6월 당 제4시 9차 전원회의에서 '농업노동자동맹' 결성을 결정했다. 이후 1965년 3월 25일 평양대극장에서 열린 창립대회에서 '조선농업근로자동맹'(농근맹)의 이름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당시 명칭을 개칭하면서 마련된 규약은 "당의 영도 밑에 모든 자기의 모든 활동을 조직 전개하는 당의 믿음직한 방조자이며 당과 우리나라 농업부문의 근로대중을 연결시키는 인전대"라며 농업생산 외에도 당의 사상사업을 농민과 연결시키는 역할에 중점을 두고 있다.

현재 농근맹은 중앙위원회와 각 12개 시.도 위원회, 중앙예술선전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1946년 농조연맹 초대위원장은 강진건으로 김 주석의 부친 김형권과 교우관계로 반일운동을 했던 인물이다. 역대 농근맹 위원장은 박수동, 최성숙, 승상섭, 강창욱 등이며 현재 리명길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농근맹원은 만 30세 이상 당원이 아닌 농.축산 근로자, 협동농장원 등으로 현재 130여 만명으로 추정된다. 농근맹 규약은 정기대회를 4년에 1회 개최하고 도별 동맹대표회의와 시, 군대표회의를 2년에 1회, 동맹 초급단체총회를 1개월에 1회 이상 각각 소집토록 되어있다. 이와 함께 농업근로자동맹은 맹원들에 대한 교양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농근맹해설강사회의', '선전일군회의' 등을 수시 개최하고 있다.

▲ 1946년 3월 토지개혁법령이 발표되자 이를 지지하는 농민들. [자료사진-통일뉴스]

토지개혁 지지에서 당 사상 강화 인전대, 알곡생산자로

농근맹은 1946년 1월 창립과 동시에 북한의 농촌개혁을 지시하고 당위성을 설파하는 데 주력했다. 당시 사회의 근간인 농민을 대상으로 한 사상개조가 절실했음은 물론, 당과 국가건설 정책에 대한 지지를 끌어내야 할 기층민이었다는 점에서 농근맹의 역할을 중요했다.

농조연맹은 1946년 2월 제2차대회에서 일제와 지주의 소유토지를 몰수하고 소작제를 철폐하며 몰수된 토지를 농민들의 소유로 할 것을 토지개혁법령에 반영하도록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에 건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에 앞서 김일성 주석은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 조직과 관련해 "토지개혁을 실시함으로써 일본제국주의자들과 민족반역자 및 조선인지주들의 토지를 몰수하여 밭갈이하는 농민들에게 무상으로 나누어주며 산림을 국유화하여야 할 것"이라고 말해 농조연맹의 건의는 3월 발표된 토지개혁법령이 농민의 뜻이라는 정당성을 부여하는 의미였다.

이를 통해 농조연맹은 북한 당과 국가 기틀 마련의 가장 중요한 개혁인 토지개혁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이끌어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고, '토지는 밭갈이하는 농민에게'라는 구호를 각 지역에 뿌리내리게 했다.

이어 1964년 '사회주의 농촌문제에 관한 테제'가 발표되고 1965년 농근맹으로 개칭된 이후, '인전대'의 성격에 맞게, △사회주의 농촌 건설 촉진, △농촌에서 사상·기술·문화 3대혁명 적극 추진, △도시와 농촌 간의 차이, 노동 계급과 농민간의 계급적 차이를 점차 없애기 위한 투쟁, △비당원 사상교양사업 등의 역할을 해오고 있다.

이는 1960년 2월 김일성 주석이 평남 강서군 청산 협동농장을 찾은 자리에서 지시한 '청산리 정신' 이행, 천리마작업반운동 등 사회주의경쟁운동 독려 등에서 농근맹의 위치가 두드러졌다. 또한, 김정일 후계구도 준비와 관련해 대를 이은 혁명사업 계승과 완성에서 농업의 역할을 설파해왔다.

1990년대 중반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에도 사상교양사업 등 당이 지시하는 농촌사업에 대한 정치 선전사업을 지속하였고, 각종 경제개선 조치를 현장에서 실현하는 방조자의 임무도 맡아오고 있다.

▲ 김정은 시대의 농촌 대표 모델인 '장천남새전문협동농장'. [자료사진-통일뉴스]

김정은 시대의 농근맹, 과학화를 통한 알곡생산 증산 강조

김정은 시대의 농근맹의 역할도 창립 이후 70년 동안 이어져 온 것에서 변함은 없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농업과 관련한 대표적인 노작은 2014년 2월 6일 발표한 '사회주의 농촌테제의 기치를 높이 들고 농업생산에서 혁신을 일으키자'이다.

여기서 김 제1위원장은 김일성 주석이 발표한 '사회주의 농촌테제'를 강조하며, 농촌에서의 사상혁명, 기술혁명, 문화혁명을 주문했다. 또한, 가장 중요한 과업으로 농사를 잘 지어 농업생산을 늘려야 한다고 지시했다. 그리고 농업생산 혁신을 위해 과학적인 주체농법, 선진영농방법 및 기술 도입, 분조관리제 강화 등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김일성-김정일주의, 김정일애국주의를 농촌에 심어 기층민의 사상강화의 역할도 농근맹에 주어진 사명이다. 그리고 김정은 시대를 대표하는 '장천남새전문협동농장'이 당의 인민중시 실현장이라고 강조하며, 농민들의 유일영도체계 지지를 이끌어 내고 있다.

▲ 김 제1위원장이 지난해 6월 장천남새전문협동농장을 찾았다. [자료사진-통일뉴스]

김정은의 인민중시사상은 농근맹을 중심으로 한 농민들의 애국보답을 요구하고 있다. 김 제1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당은 인민생활문제를 천만 가지 국사 가운데서 제일국사로 내세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농산, 축산, 수산 부문 혁신을 통해 우량품종, 과학농업 도입과 농촌경리의 종합적 기계화, 영농공정별 보장대책 수립 및 알곡생산계획 수행, 양어장, 남새온실, 버섯생산기지 성과를 통해 "인민들의 식탁을 풍성하게 하라"고 지시했다. 인민중시의 당 정책을 구현하는데 농근맹의 역할이 그만큼 더 강조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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