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한반도 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박근혜 대통령이 외교부와 국방부, 통일부의 신년 통합 업무보고(1.22)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해 6자회담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여 "6자회담의 무용론"을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제기하며, 대북압박 수단으로 북한을 제외한 미. 중, 러, 일. 한국 5자회담을 대북 압박용으로 제안하였다. 이러한 구상은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일 때까지 중국을 포함한 5자 차원에서 당분간 ‘대화’보다는 ‘압박’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지만 중국은 즉각적으로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거절하였다.

박 대통령은 “당장 북한과 급하게 대화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원칙 있게 접근하는 것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가장 빠른 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혀, 정부의 새로운 대북기조는 남북 대화보다는 고강도 대북압박에 더 비중을 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대북 압박정책일 뿐 아니라 북한 변화의 핵심국인 중국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대중국 압박용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작년 11월 한.일.중 3국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의미 있는 6자회담을 조속히 재개하기 위해 함께 노력키로 했다"는 발언과는 180도 달라진 것이다

청와대 대변인은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4차 핵실험을 감행하여 비핵화 의사가 전혀 없음을 행동으로 보여준 바 의미 있는 6자회담 개최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으며, '대화와 압박'의 투 트랙 기조였던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도 "당장 북한과 급하게 대화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는 박 대통령의 발언에 비쳐 앞으로는 '압박'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대변인은 "정부는 북한을 비핵화의 길로 끌어내기 위해 한미일, 한미중 등 다양한 소 다자 협력 및 5자 회담을 시도하여 북한을 제외한 5자간 비핵화 공조를 보다 공고히 해 나가기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면서 "6자회담 틀 내 5자 공조 강화를 통해 최대한 대북 압박을 강화해 나가고자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대통령의 5자회담 제안은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해 대북 압박 공조 체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언급에 대한 질문을 받고 "9.19공동성명을 잘 지키고 6자회담을 빨리 재개해 동북아의 평화안정을 수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안보리 제재에는 동참의사를 밝히면서도 대북제재 수위 조절과 일정 시점 이후 6자회담을 통한 대화의 길을 모색할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중국정부의 차가운 반응과 거부는 한국정부의 대중외교의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라 불안하다. 박대통령이 직접 아무런 대안제시도 없이 6자회담 무용론을 이야기하면 북한의 비핵화를 우리 스스로 포기한다는 말로 오해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북한을 뺀 5자회담 구상이 6자회담의 대안이 아니길 바란다.  

대화와 협상을 통해 6자회담을 재개해서 9.19공동성명(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이행할 수 있도록 북한을 설득하고 비핵화 실현을 위해 외교적 노력을 해야 할 판에 박 대통령이 6자회담 무용론을 들고 나오니 중국이 "대노"한 것 같아 향후 한중관계가 우려된다.

박 대통령의 5자회담 구상을 중국이 거부한 이유는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말대로 9.19공동성명의 정신과 원칙에 어긋나는 제안으로 중국은 인식하고 있어 이런 구상을 대통령에게 건의한 우리 외교팀이 문제가 아닌지 묻고 싶다. 이런 구상이 중국의 반대로 현 시점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것으로 명확해진 이상 향후 이 구상을 버려야 마땅하다. 이 제안으로 한국과 중국 간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훼손되지 않길 바란다.

중국의 도움을 받아 북한으로 하여금 비핵화 사전조치를 할 수 있도록 분위기 조성에 노력해야 하는데 오히려 대통령의 '5자회담' 제안이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정책제안인지 대한민국의 외교팀은 반성해야 할 것이다. 많은 능력 있는 중국전문가들이 이런 제안에 찬성하는지도 묻고 싶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3년간 대북 압박정책을 구사했지만 남북관계 개선은커녕 북한 핵실험 두 차례 등 최악의 남북관계에 직면해 있는 현실인데 5자가 고강도 대북 압박한다고 북한이 굴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너무 순진(naive)하지 않을까? 

현재까지 국제사회가 대북 압박정책을 쓰면 쓸수록 북한도 그에 못지않게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대응해 왔기 때문에 대북 압박정책 이외 다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대북 압박정책이 대안이 아니며 북핵문제를 풀 수 없음을 교훈으로 배우지 않았는가?

대북 압박정책이 북핵문제를 풀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그렇다면 대안은 대화와 협상이어야 하며 북한 스스로가 변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상호 적대적 관계를 우호적인 관계로 전환해 나가야 할 것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미국 클레어먼트 대학원 대학교 국제관계학 박사(1969).

미국 이스턴 켄터키 대 국제정치학 교수(1969-1999);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1995-1999); 통일연구원 원장(1999-2000).

현재 경남대 석좌교수, 미국 이스턴 켄터키대 명예교수, 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한반도 중립화통일협의회 이사장, (사) 동북아 공동체연구재단 상임고문, 통일전략연구협의회 (Los Angeles)회장.

31권의 저서, 공저 및 편저; 200편 이상의 학술논문출판; 주요 저서: 국제정치 속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구상 (1999).

공저: 한반도평화체제의 모색 (1997) 등; 영문책 Editor &Co-editor: North Korea and Security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 (Ashgate, 2014); Peace-Regime Building on the Korean Peninsula and Northeast Asian Security Cooperation (Ashgate, 2010)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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