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철주 문화기획자는 12일 통일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오는 2월 23일 서강대 메리홀 대국장에서 개최하는 ‘조선학교를 응원하는 2016 꽃송이 콘서트’에 대한 구상을 상세히 밝혔다. [사진 - 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2016년 새해 벽두, 북한의 핵실험으로 그렇잖아도 한겨울의 한반도는 더욱 꽁꽁 얼어붙어 버렸다. 신년 구상을 가다듬고 있던 통일 관련 단체나 개인들도 모두 손놓고 망연자실한 표정들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더욱 치열하게 문화교류를 해야 한다. 그래서 묵묵히 이 일을 한다.”
이철주 문화기획자는 오는 2월 23일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에서 ‘조선학교를 응원하는 2016 꽃송이 콘서트’를 준비 중이다.

해방 후에도 일본에 남게 된 동포들이 1946년 10월 5일 도쿄조선중학교를 개교한 지 벌써 70주년이 됐고, 세계 유일의 해외동포 민족대학인 조선대학교도 올해 개교 60주년을 맞았다.

이철주 기획자는 12일 <통일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남북관계, 통일로 가는 길에서 조선학교를 포함한 해외동포를 이해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며 “이번 공연이 조선학교를 이해하고 가까이 가는 노둣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척박한 타국 일본에서 민족교육의 산실로 역할해온 조선학교를 재일동포들은 ‘민족의 화원’이라 부르고 학생들을 ‘꽃송이’로 부르고 있다. 이번 콘서트 이름이 ‘2016 꽃송이 콘서트’로 정해진 이유다.

그는 “조선학교를 알리고, 특히 지금 고교무상화 정책에서 제외되면서 지원금이 일체 다 끊어져 정말 어려운 현실인데 그들에게 힘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올해 여러 가지 기획을 하고 있는데 그 중 첫 번째가 콘서트”라며 “관객들은 노래를 통해 조선학교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밝혔다.

콘서트에는 금강산가극단의 대표적인 성악가였고 아시아 최대의 뮤지컬 프로덕션인 시키(四季)에서 주인공으로 활동했던 김승락 씨와 교토조선가무단 출신 성악가 정아미 씨, 사이타마 조선학교 출신의 재일동포 3세 싱어송라이터 로화순 씨, 고베 조선고급학교 출신의 3세 배우 천유귀 씨 등이 출연하며, 가수 이지상 씨가 특별 게스트로 등장해 창작곡을 선보인다.

그러나 조선적(籍) 국적의 예술인들은 현재 우리 정부가 입국을 불허하고 있어 당초의 구상을 모두 실현하지는 못했다고. 그는 “일단 이번 공연이 잘 되면, 올 하반기에는 이번에 오지 못했던 조선적 예술가들과 함께 일본 귀환공연을 할 예정”이라고 아쉬움을 달랬다.

그는 “음악회도 하고 악보집도 만들고 따라 부를 수 있도록 디지털 실황음반을 만들려고”한다며 “그동안 사업성도 없고 허가과정도 복잡해서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점차 그런 작업이 많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조선학교 70년의 역사는 재일동포들의 수난의 역사를 상징하고 있다. 사진은 2014년 나고야조선초급학교 수업 모습. [자료사진 - 통일뉴스]

그는 오는 4월 조선학교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한신교육투쟁’(48.4.14~26)을 기념해 1940년대부터 1999년까지 조선학교를 주제로 발표된 대표적 시 100편을 모아 시집을 발간하고 실황음반도 가급적 이 기간에 맞춰 발매할 예정이다.

또한 “이런 사업은 재정에 대한 위험보다는 얼마나 많이 참가하느냐 하는 호응도가 더 중요한 문제”라며 “약 500만원은 클라우드 펀딩으로, 500만원은 개별성금으로 모금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펀딩21(www.funding21.com)을 통해 진행하는 ‘2016 꽃송이 콘서트’ 클라우드 펀딩은 1월 11일부터 2월 18일까지 1만~10만원의 후원 참가를 모집하고 있다. 아울러 100만 원 이상의 ‘특별지원’도 받아 조선학교에 필요한 교구를 지원할 예정이다.

그는 “통일로, 평화로 가는 가장 완전한 해답은 사람과 사람의 접촉에 있다”며 “그 접촉을 좀 더 원활하게 만드는 것이 문화예술”이라고 말했다.

12일 오후 2시 서울 경복궁 인근 한 커피숍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어려운 여건에서 공연을 추진하는 소회를 묻자 “누군가 계속 두드려야 길이 열리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민족교육의 화원’에서 자라는 ‘꽃송이’

▲ 지난해 광복 70주년을 맞아 이철주 기획자가 총감독을 맡은 '천만의 합창 - 나비 날다' 공연 모습. [자료사진 - 통일뉴스]

□ 통일뉴스 : 지난해 광복 70주년을 맞아 남북 문화교류에 대한 관심도 높았는데, 실제로 남북교류가 활성화 되지는 못했다. 지난해 가졌던 구상과 그것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를 간략히 설명해 달라.

■ 이철주 기획자 : 지난해 8월 15일 국민대합창을 통해 통일을 이야기하자는 취지의 캠페인을 진행했었고 거기에 북측 예술단이 참가할 것을 열망했는데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잘 안됐다. 그 이후에도 남북 청소년 합동음악회라든가 전문교향악단의 평화콘서트 등 문화·예술 교류만큼은 정세를 뛰어넘어서 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북측에서도 일부 호응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급변하는 정세 탓에 더 이상 진전이 되지 않았다.

올 초에 보자고는 했지만 핵 실험이나 5월 당대회 등으로 보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다. 다만 몇몇 인도적 대북 지원단체들이 그동안의 성과를 토대로 앞으로는 기존 대북 지원을 대신할 새로운 의미의 교류시스템을 만들어보자는 움직임을 준비하고 있는데, 거기서 또 다른 돌파구가 열릴 수 있을 거라는 일부 기대는 있다.

하여튼 교류와 제안을 하지 않을 수는 없기 때문에 기존의 제안도 유지하고 새로운 기획도 검토 중이다. 평화미술전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논의가 있었다. 지금은 작품의 구성이나 전시 콘셉트에서 약간의 이견이 있어서 조정 중이다. 원만하게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올해라도 전시를 개최할 예정이다.

□ 평화미술전은 어떤 콘셉트로 진행되나?

■ 처음에 기획했던 조선미술관 내한전은 북측과 의향서를 교환할 만큼 합의가 되었던 사업이지만 당장은 그렇게 큰 사업은 어려울 것 같아서 북측의 현대미술을 미술사 내지 미술사조 측면에서 같이 연구·확인할 수 있는 전시회를 구성하고 싶었다. 서로 입장이 다르긴 하지만 잘 조정이 되면 좋은 전시회가 하나 생기게 될 것 같다. 기존에 조선화 전시회는 많지 않았나.

조선화와 유화의 익숙함을 살짝 벗어난 전시회라고 보면 되겠다.

□ 올해가 재일 조선학교 중등교육 실시 70주년이라고 한다. 이 계기에 ‘2016 꽃송이 콘서트’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조선학교 70주년이라고는 하지만 선뜻 이런 기획을 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특별한 계기나 배경이 있었나?

■ 올해 2016년은 조선학교 70주년, 정확하게 말하자면 재일 교육체계가 확립된 원년이 지금부터 70년 전이다. 1946년 4월에 국어강습소가 발전해서 초등학원이 설립됐고, 중등교육은 1946년 10월 5일 도쿄조선중학교가 창립되면서 시작된다.

재일 조선인들의 말을 빌리자면, 지금도 각종 중요한 행사들이 도쿄조선중고급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이유는 ‘도쿄조선중고급학교가 재일(在日) 교육의 맏아들’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또한 해외에 설립·운영된 동포대학인 조선대학교가 설립 6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세계 동포역사와 민족교육사에 유래가 없는 일이다.

교류를 통해서 뭔가 많이 알려야 되겠다는 생각이 있다. 지난 반세기가 여러 가지 이데올로기 대립의 관계였다면 2000년대 이후 통일의 기반을 만들어가는 흐름 속에서 조선학교도 동포학교로서 관점이 바뀌어야 한다. 실제로 많은 한국인들이 방문도 했고 꾸준한 교류도 하고 있지 않나.

또한 지난 20년 동안 남북과 재일이 지원의 관계로 이루어졌다면, 향후부터는 협력의 관계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할 것이다. 조선학교의 경우에는 일부 지원도 필요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민족 교육과 통일 교육의 파트너로서 새로운 교육 모델을 만들어가는 관계가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조선학교를 알리고, 특히 지금 고교무상화 정책에서 제외되면서 지원금이 일체 다 끊어져 정말 어려운 현실인데 그들에게 힘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올해 여러 가지 기획을 하고 있는데 그 중 첫 번째가 콘서트였다.

재일 동포들이 ‘조선학교’를 이야기할 때 ‘민족교육의 화원’이라고 하고 학생들을 일컫는 말이 ‘꽃송이’다. 민족교육의 화원에서 이 꽃송이들을 잘 키워서 민족의 일꾼으로 개화를 시키자는 말도 많이 한다. 너무 예쁜 이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꽃송이 콘서트라’고 이름 짓게 되었다.

□ 지난달 일본 도쿄에서 열린 금강산가극단의 60주년 기념 공연에 다녀온 것으로 아는데, 말한 대로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 공연이 이루어졌던 것 같다. 현지 분위기는 어쨌나?

■ 말들은 언제나 ‘어렵다, 힘들다’고 하지만 그래도 그렇게 70년 동안 살아오지 않았나. 그럴수록 칼바람 부는 이역 땅에서 동포들이 서로 챙기면서 우리 말과 문화를 지키며 살아온 분들이기 때문에 그 공연은 동포축제의 장이나 마찬가지였다.

특히 강수내라는 아주 상징적인 무용 안무가의 첫 번째 개인발표회이기도 했다. 최근에 활동하는 어리고 젊은 무용수들의 상당수가 강수내의 제자이고 금강산가극단과 지역 가무단의 많은 무희들이 선후배, 제자로 있기 때문에 그들이 다 모인 것이다. 쉽게 말하면 재일중앙예술단 이후 금강산가극단이 생기고 그 후 60여 년간 배출됐던 무용수들이 다 모였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얼마나 큰 축제의 장이었겠나.

그리고 오늘의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서로 손을 맞잡고 어깨동무하고 환한 웃음 짓고 이런 모습들이 보기 좋았다. 밖에서 보기에 ‘어렵다, 우울하다, 힘들 것이다’라고 지레 말하지만 제가 봤던 느낌은 그럴수록 ‘더욱 웃자’는 것이었다. 지난 후쿠오카 대지진 당시 동포 청년들이 가장 먼저 구호물품을 들고 달려가면서 ‘대지가 흔들려도 우리는 간다’는 정신을 그대로 보여준 무대였고 객석이었다고 느꼈다.

□ 금강산가극단 60주년 기념공연은 강수내의 개인공연과 함께 다른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 것이었나?

■ 저는 지난 2007년도 무용단 초청 서울공연을 인연으로 해서 가게 되었는데, 강수내 씨가 그동안 안무했던 대표작들을 모두 모아 선보인 자리였다. 60주년 기념공연은 1년간 쭉 진행되었고 강수내 씨는 마지막 특별공연을 한 것이다.

“이름없는 시민들이 성의껏 참여해 주면 좋겠다”

▲ 조선대학생들이 지난해 2월 일본 문무과학성 앞에서 조선학교를 고교무상화교육에서 제외한 조치에 항의해 '금요행동'을 진행하고 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 무상화 지원과 관련한 조선학교 현황과 ‘금요행동’에 대해 소개해 달라.

■ 저는 지난 1999년부터 남북관계에 관여하고 2005년부터 재일동포들과 만났지만 문화예술외에는 잘 모른다. 제가 알고 있는 범위에서만 말 하더라도 현재 조선학교는 재정적으로 굉장히 어렵다. 사실 일본 정부는 조선학교 탄생 초기부터 황민화·신민화 정책으로 끊임없이 폐지하려고 했다. 재일 조선인들의 미래를 없애고 자국민으로 흡수하려는 정책이었으니까.

민족의 혼과 넋을 없애고 일본 국민화 하는 것. 그리고 그걸 통해서 총련(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을 말살시키며 재일조선인 공동체를 해체시키겠다는 과정의 일환이자 가장 상징적인 조치가 조선학교를 곤란하게 만드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재정적인 압박이다.

유엔권고도 무시하고 고교무상화 정책에 유일하게 조선학교만 예외로 만들어서 몇 년 전부터는 전혀 지원이 안 되고 있는 상황이다. 부모들과 학교 모두 그만큼 부담이 늘어난다. 또 권리문제이기 때문에 아이들과 학교 측에서 전국적인 범위에서 각 지역별로 법적 소송 중이다.

학교 운영해야지, 소송에 대응해야지, 이 추운 겨울에 캠페인을 위해 가두 시위해야지, 얼마나 어렵겠나. 그 상징적인 캠페인 행동이 금요행동이다. 조선대학교 학생들이 처음 시작해서 많은 동포들과 아이들이 동참하고 있고 한국에서도 조선학교를 응원하는 양심적인 단체나 회원들이 일본대사관 앞에서 금요행동을 벌이고 있다. 계속 싸우고는 있지만 사실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는 것 같다.

제일 가슴이 아픈 것이 이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태도이다. 정부도 재외동포재단을 만들 때는 세계한민족공동체를 구상하면서 만들었고, 세계한민족공동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동포들이 거주지에서 권익을 보장받게 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었다.

조선학교 등록학생의 절반 이상이 한국적(籍)인 상황에서 한국정부가 재일 동포들의 권익을 위해서 뭔가 해주어야 하는데, 외면만 하고 있는 것은 같은 동포의 입장에서 안타깝다.

□ ‘2016 꽃송이 콘서트’ 추진을 위해 공연실행위원회를 구성했는데, 어떻게 구성됐고, 어려움은 없는지?

■ 사실 어려움이 있었다. 최근 한국의 보수층에서 공공연하게 ‘조선학교를 지원하는 단체나 개인들을 국가보안법 적용 대상으로 삼아야 하지 않느냐’며 위협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선뜻 같이 하자는 사람들이 위축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애초부터 공연실행위원회는 일본의 공연조직 스타일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있었다. 아티스트를 좋아하거나 공연의 목표와 취지에 동감하는 개인들이 자금을 모아 공연을 하는 일본 채러티 콘서트(charity concert)를 본 따 우리도 그렇게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기존 단체와의 연계 같은 것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

가능하면 각 분야의 상징적인 전문가가 모여서 10인위원회를 만들고, 그 위원회가 깃발을 들고 조선학교와 또 조선학교를 응원하려는 많은 이름없는 시민들이 성의껏 참여해 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공연실행위원회를 만든 것이다.

그렇지만 그 과정이 쉽지 않았던 것은, 국내 정세의 영향도 있지만 공연 참가를 희망하는 조선적(籍) 동포 예술가들의 입국거부가 너무나 명백하게 예상된다는 것이었다. 무대는 가능하면 조선학교 출신들이 그들의 감성으로 만들고 객석의 한국인들은 동포애를 갖고 감상하도록 하자는 기획 의도였지만 무대에 오를 출연자들의 출연을 확약할 수 없는 상황은 분명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다면 조선적 동포들은 왜 그렇게 국적에 연연할까. 재일 1세들이 세상을 떠나면서 남긴 말은 “통일된 조국의 고향으로 가라. 그때까지 너의 조국은 분단되기 전의 ’조선’이라는 것”이었다. 조선적으로 고집하며 살아 온 그들의 아픈 역사와 사연을 알게 될수록 공연을 더 잘 만들어야겠다는 각오가 생기기도 했다.

극장 대관도 쉽지 않았다. 일부 국·공립공연장에서는 조선학교를 응원하는 공연이라는 이유 때문에 대관을 기피하기도 했다.

□ 조선적 출연진은 입국을 못하는 것이 확실한가?

■ 애초 기획단계는 여러 제약없이 구상하는 것이어서 여러 경로로 확인해 보았지만 현실적으로 조선적 입국은 어려운 것으로 확인했다.

또 조선학교는 재일 총련이 운영하기 때문에 총련 중앙이 허가하는 문제도 있었다. 지금 정세에서 이런 공연이 총련의 허가를 받기도 어렵고 또 한국 통일부의 허가를 받는 것도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정세의 곤란함을 피하면서도 취지와 뜻을 세울 수는 있으니까 재일 조선학교 출신의 한국적 아티스트로 출연진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공연을 계획했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정부에 승인 요청을 하거나 신고하는 문제는 해당사항이 없게 되는 것이다.

공연 내용과 관련해서도 ‘동포애’, ‘민족애’, ‘아이들’, ‘인도적’, ‘재일동포의 역사’ 등 다섯 개의 키워드로 노래를 선정한 만큼 예민하게 볼 사항은 없다고 본다.

“노랫말을 가지고 스토리텔링을 하자는 것”

▲ 지난달  15일 일본 도쿄 신주쿠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금강산가극단 6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열린 ‘한 길을 따라가는 무용수 강수내의 세계’란 부제가 붙은 “금강산의 무희들” 공연 모습. [자료사진 - 통일뉴스]

□ 공연 컨셉은 무엇이고, 주요 내용은 무엇인가?

■ 조선학교에 대한 음악극을 만들고 싶었다. 조선학교 출신 중에는 어릴 때부터 민요나 성악, 무용 등 각 방면에 걸쳐 오랫동안 기량을 닦아온 친구들이 많다. 그 친구들을 염두에 두고 조선학교 70년사를 볼 수 있는 음악극을 만들어보자는 것이 출발이었다.

문제는 거기에 걸맞는 출연자를 섭외하다보니까 조선적 예술가들이 출연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또 국적은 한국적으로 바꾸었으나 일정이 맞지 않는 경우도 있어서 처음에 뮤지컬에 가깝게 만들자는 취지를 달성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많은 사연을 품고 있는 노랫말을 가지고 스토리텔링을 하자는 것으로 공연 형식을 살짝 변경했다.

그래서 한편으로 캐스팅을 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조선학교 학예회와 축제, 그리고 동포 모임 등에서 불리는 노래 등 100여곡을 다 듣고 가사분석을 한 후 출연자들과 협의해 최종 공연곡을 확정했다. 관객들은 노래를 통해 조선학교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1부는 조선학교에 딱 맞추어진 공연이 될 것이고 2부는 조선학교와 동포라는 주제로 구성된 공연이 될 것이다.

노래는 어려움을 뚫고 단합을 만들어내는데 큰 힘이 된다. 조선학교를 방문하거나 의식적으로 찾아보지 않는 다음에야 일반인들이 그 노래를 다 알기 어렵다. 각자 소모임에서 미리 연습도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북(악보집)을 만들어서 서로 만났을 때 함께 불렀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음악회도 하고 악보집도 만들고 따라 부를 수 있도록 디지털 실황음반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 주요 출연자를 소개해 달라.

■ 먼저 김승락 성악가를 꼽을 수 있다. 남북에서 각각 자기 무대를 1시간 이상 해 본 공연자는 아주 드물다. 그는 일찍부터 재능을 발휘해서 금강산가극단의 대표적인 성악가였고 그곳을 나와서는 아시아 최대의 뮤지컬 프로덕션인 시키(四季)의 주인공으로 활동했다. 사계가 한국에서 처음 공연했던 라이언킹의 주연으로 출연했고 최근에는 일본 TBS 드라마에 주연급 조연으로 출연하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일정을 빼기가 쉽지 않았다.

그 다음 교토 조선가무단 출신의 성악가인 정아미 씨가 있다. 공식적인 재일 조선인 예술단체를 이야기할 때 가장 대표적인 것은 금강산가극단이고 조금 더 동포생활과 밀접하게 다가가서 문화예술 활동을 하는 단체가 가무단이다. 일본 전체에 있는 8개 가무단 중 교토 가무단 출신으로 성량이 풍부하고 노래를 잘한다.

대중가수 영역에서는 2012년에 데뷔한 싱어송라이터인 로화순씨가 있다. 일본에서 개인음반 2장을 발휘할 정도의 실력파이다.

사회를 맡아 보기로 한 천유귀 씨는 2006 재일학생예술단의 일원으로 한국 공연을 한 바 있고 현재 한국에서 난타 출연진으로 활동하고 있다.

영상은 젊은 박영이 감독이 참여해서 특별영상과 공연 영상을 만들어주기로 했다.

5명의 재일 예술가들과 함께 국내에서는 조선학교와 오랫동안 교류해 왔던 가수 이지상 씨가 특별출연해 창작곡을 발표한다.

□ 이 공연 실황이 음반으로 제작돼서 발매된다는 것인가?

■ 공연 실황을 곡별로 녹음해 디지털 싱글앨범을 만드는 것이다. 음원은 곡별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제공될 것이다. 조선학교 노래를 듣고 싶으면 전 세계 어디서나 들을 수 있다.

정식 발매된 음반이 있으면 듣고 따라 부를 수 있기 때문에 문화예술, 특히 음악교류에서 음반이나 악보집은 중요한 매개이다. 그동안 사업성도 없고 허가과정도 복잡해서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점차 그런 작업이 많이 이루어져야 할 것 같다.

정식 발매된 후 수익금은 나중에 재일 조선학교에 도움이 되도록 사용될 예정이다.

“통일로, 평화로 가는 가장 완전한 해답은 사람과 사람의 접촉”

펀딩21에 '꽃송이 콘서트' 후원이 진행되고 있다. [캡쳐사진 - 통일뉴스]

□ 필요한 재정 규모는 얼마나 되고 ‘클라우드 펀딩’ 성과는 어느 정도로 예상되나?

■ 다들 재능기부로 함께 하다보니까 총 제작비는 2천만 원 정도이다. 고맙게도 작년 말에 독지가들이 도와주어서 1천만 원 정도를 후원금으로 모았다. 나머지 1천만 원을 모금해야 하는데 이중 약 500만원은 클라우드 펀딩으로, 500만원은 개별성금으로 모금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런 사업은 재정에 대한 위험보다는 얼마나 많이 참가하느냐 하는 호응도가 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펀딩21(www.funding21.com)을 통해 진행하는 ‘조선학교를 응원하는 2016 꽃송이 콘서트’ 클라우드 펀딩에서는 보다 많은 이들이 공연 취지에 공감하고 같이 한다는 의미를 살리기 위해 1월 11일부터 2월 18일까지 1만~10만원의 후원 참가를 기다리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조선학교를 문화예술과 민족예술의 관점에서 접근해 그동안 조선학교가 해 온 학생미술전, 꽃송이 문학공모전, 중앙학생예술경연대회 등에 대해 6차례에 걸쳐 소개할 예정이다.□ 안내문에 보면 일반지원과 특별지원이라는 독특한 후원 방식도 제안하고 있는데.

■ 이번 공연과 실황음반 제작 등에 국한하는 일반지원은 금액도 상대적으로 작다. 특별지원은 조선학교 예술소조 활동을 하는 아이들에게 장구나 소고, 상모 등 한국에서 구해서 전해줄 수 있는 무용소품이나 교구를 지원하자는 취지로 제안한 것이다. 앞서 1천만 원 기부하신 분들도 1인당 100만 원 이상의 특별지원으로 교구지원을 하겠다는데 공감한 분들이다.

□ 펀딩과 공연의 성공을 위한 홍보 계획과 당부 한말씀.

■ 오늘 인터뷰가 큰 홍보가 될 것 같다(웃음). 많은 분들이 조선학교를 방문하고 애정을 갖고 있으니까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진정한 홍보는 입소문 아니겠는가. 사회관계망(SNS)이 발달한 한국에서 여러 사람이 갖고 있는 진정성이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면 좋겠다.

남북관계, 통일로 가는 길에서 조선학교를 포함한 해외동포를 이해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유튜브 동영상이라도 많이 봐 주었으면 좋겠다. 상대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고 교류나 소통을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겠나. 이번 공연이 조선학교를 이해하고 가까이 가는 노둣돌이 되었으면 좋겠다.

▲ 이철주 기획자는 “통일로, 평화로 가는 가장 완전한 해답은 사람과 사람의 접촉에 있다”고 말했다. [사진 - 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이후에도 비슷한 공연을 계획하고 있나.

■ 일단 이번 공연이 잘 되면, 올 하반기에는 이번에 오지 못했던 조선적 예술가들과 함께 일본 귀환공연을 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일본에 가서 조선학교 아이들을 위해서 노래하고 싶어하는 예술가들도 함께 한다. 사실은 이미 추진 중이고 원래 ‘꽃송이 콘서트’와 패키지로 기획한 일이었다.

이에 앞서 오는 4월에는 1940년대부터 1999년까지 조선학교를 주제로 발표된 대표적 시 100편을 모아 시집을 발간할 계획이다. 4월은 조선학교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한신교육투쟁이 있었던 달이다. 그때 조선학교 폐쇄령이 내려졌고 조선학교를 지키기 위해서 많은 피를 흘렸다.

이와 별개로 조선학교와 교류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일이지만 재일조선학교 예술단이 한 번 더 왔으면 좋겠다.

또 올해 60주년을 맞는 조선대학교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면서 과거 안치환, 윤도현이 했던 공연처럼 장기적으로는 조선대학교와 문화예술 교류 및 행사를 하고 싶다. 한국 한예종의 전통 무용수들과 조선대학교의 무용수들이 함께 우리 춤을 추면 얼마나 멋있겠나.

조선대학의 경우 역시 고등교육 기관으로서 가깝게는 디아스포라 연구 뿐만 아니라 궁긍적으로 동아시아 속에서 한민족 문제를 공동연구하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면 좋겠다. 특히 서양 문화의 도입기에 일본의 유학자들을 통해 한반도에 많은 지식과 정보가 유입된 근현대사의 경험을 고려할 때, 조선대학교는 민족문화사에서 1930년대에서 60년도 사이의 문화사 연구에 대단한 중요한 사료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다. 이 부분 연구에 있어서 많은 교류가 있어야 할 것이다.

□ 쉽지 않은 일들을 많이 계획하고 있는 것 같다. 여전히 일을 진행할 여건은 쉽지 않은데, 문화기획자로서 또는 민족구성원으로서 이번 공연을 준비하는 소회는?

■ 정답은 어렵지 않은 것 같다는 것이다. 누군가 계속 두드려야 길이 열리지 않겠나. 운명같이 남북관련 문화예술 교류, 특히 재일 조선인의 역사·삶과 인연이 되어서 남보다 먼저 관계하고 제안을 하는 것이다. 어려운 것은 시작부터 전제되었던 것이어서 계속 어렵다고만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왕 어렵다면 차라리 하고 나서 어려운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다. 아예 못한다면 어렵다기 보다는 안타까운 일이 아니겠나.

원래 문화예술은 그 결과물에 공공성이 담겨 있다. 조선학교를 방문하고 돌아온 사람들은 거기에 푹 빠진다. 공동체의 삶, 우리가 지향하는 교육의 전형이 그곳엔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조선학교에 직접 가지 못한다면 공연장에 와서 얼굴을 마주하고 악수를 하거나 무대 뒤편에서 사진도 찍고 삼겹살 파티도 함께 하면 좋겠다.

통일로, 평화로 가는 가장 완전한 해답은 사람과 사람의 접촉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 접촉을 좀 더 원활하게 만드는 것이 문화예술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더욱 치열하게 문화교류를 해야 한다. 그래서 묵묵히 이 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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