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28일 한.일 외교장관회담 발표에 대해 "더럽다. 무시한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한.일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타결을 발표한 28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더럽다. 무시한다. 건방지다"라고 일갈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도 "외교적 담합"이라며 정부의 후속조치 협의를 거부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88세)는 이날 오후 서울 성산동 정대협 사무실에서 한.일 외교장관 회담 공동기자회견을 TV로 지켜본 뒤, "뻔뻔하다. 무시한다. 내가 돈이 필요해서 이러느냐"고 반발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기자회견을 자청, "오늘 보니까 조금도 할머니들을 위해서 한 것이 아니다. 돈이 문제가 아니다. 명예회복이다. 책임지지 않고 지금 와서 뻔뻔하게 문제 해결? 보상? 아니다. 배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가 재단을 설립하고 일본 정부가 10억 엔(약 1백억 원)을 출연하기로 한 합의를 전면 거부한 것이다. 또한, 해당 기금은 국가범죄 책임 이행 방식인 법적 배상원칙과 동떨어져 있다는 시각이다.

실제 일본 정부가 1996년 '여성을 위한 아시아 평화국민기금'(국민기금)을 설치하고 위로금을 지급하려 하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 법적 배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를 받지 않았다.

이 할머니는 "보상은 너희가 돈 벌러 갔으니 불쌍해서 준다는 것이고. 배상은 죄에 대한 것"이라며 "더럽다. 돈이 문제가 아니다. 죄를 지었으면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한국 정부의 설득을 위한 접촉도 거부했다. 오히려 "무슨 설득이 필요하느냐. 일본 외교부인지 한국 외교부인지 모르겠다. (설득을) 듣고 있겠느냐. 전부 무시한다. 한 사람이라도 안 된다면 안되는 것"이라며 외교부를 질타했다.

▲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이날 입장을 발표, 한.일 정부간 '위안부' 합의 후속조치에 거부할 뜻을 분명히 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정대협도 이날 입장을 발표, "진정성이 담긴 사죄라고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의 이번 발표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의 대독이라는 점, 그리고 범죄 주체와 불법성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라는 것. 또한, 지금까지 논란이 된 '오와비(おわび)'가 다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됐다.

정대협은 일본군 '위안부' 범죄 사죄의 표현은 사과라는 뜻인 '오와비(おわび)'가 아니라, 사죄의 의미인 '샤자이( しゃざい)'이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에 기시다 외무상이 대독한 발표문에도 '오와비(おわび)'라는 표현으로 점철됐다.

그리고 전쟁범죄 책임 후속조치는 일본군 '위안부' 진상규명, 역사교육 등 재발방지 조치가 포함되어야 하지만, 한국 정부가 설립하는 재단에 일본 정부가 10억 엔의 기금을 출연하는 것으로 그쳤다는 점도 제기됐다.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내각총리대신 명의라고 했지만, 총리가 자신의 입으로 발표한 것이 아니다"라며 "진심으로 사죄했다고 하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평가하고, 재단 설립에 대해 "1996년 일본 정부가 만든 국민기금과 다름없다. 가해의 주체도 빠졌고, 범죄에 대한 언급도 없다. 법적 책임과 연결해 애매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정대협은 이번 합의에서 한국 정부가 △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으로 확인하고, △ 평화비에 대해 공관의 안녕.위엄의 유지를 위해 해결방안을 찾으며, △상호 국제사회에서 비난.비판을 자제하겠다고 약속한 데 대해 "되로 받기 위해 말로 줘버린 굴욕적인 외교"라고 비판했다.

윤미향 정대협 상임대표는 "평화비 철거문제가 일본 언론에 나왔을 때, 한국 정부가 항의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이번 합의에 들어갔다. 이중적인 태도"라며 "철거를 전제로 한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는 외교부의 평화비 이전 협의에 응할 생각이 없다"며 "평화비는 정대협도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시민들의 모금으로 세워진 것이다. 공공의 자산"이라고 이번 한.일 합의 후속조치를 거부했다.

이용수 할머니도 "우리나라에 세운 평화비다. 건방지다. 동경 한복판에 세워도 시원치 않을 판에 어디에 옮기라 말라 하느냐. 건방지기 짝이 없다"며 "소녀상 못 옮긴다. 그대로 둬야 한다. 무슨 권리로 옮기느냐. 무슨 검토가 필요하느냐"고 일갈했다.

▲ 정대협 입장발표 기자회견에 참가한 이용수 할머니 등은 평화비 이전 반대입장을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정대협은 "오늘 한.일 양국 정부가 들고나온 이 합의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피해자들의, 그리고 국민의 바람을 철저히 배신한 외교적 담합에 다름 아니다"라며 "결코 원칙과 상식을 저버리고 시간에 쫓기듯 매듭지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일본 정부의 국가적, 법적 책임 이행이 반드시 실현될 수 있도록 우리는 앞으로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함께, 국내외 시민사회와 함께 올바른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더욱 경주해 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한편, 정대협과 '일본군 '위안부' 연구회 설립추진모임' 관계자들은 이날 한.일 외교장관 회담 발표를 앞두고 입장정리에 고심을 보였으나, 윤병세 외교장관과 기시다 외무상의 입에서 '국제사회 비난.비판 자제', '평화비 해결방안' 등이 나오자 탄식을 자아냈다.

이용수 할머니도 해당 발언이 나오자 탁자를 치며 "그 돈 너네나 다해라. 소녀상 건들기만 해봐라"라고 화를 삭이지 못했으며, 정대협 직원들도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일본군‘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한일 외교장관 회담 합의에 대한 정대협 입장

오늘 일본군‘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한일외교장관회담이 열려 마침내 그 합의안이 발표되었다.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과 국민들은 광복 70년을 며칠 남기지 않고 열린 이번 회담이 올바르고 조속한 일본군‘위안부’ 문제해결에 이르기를 간절히 염원해왔다.

금번 회담 발표에 따르면 첫째,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정부가 책임을 통감한다는 것과 둘째, 아베 총리의 내각총리로서의 사과 표명, 셋째, 한국정부가 설립하는 피해자 지원을 위한 재단에 일본정부가 자금을 일괄 거출하고 이후 양국이 협력하여 사업을 해나간다는 것이다.

비록 일본정부가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지만 일본군‘위안부’ 범죄가 일본정부 및 군에 의해 조직적으로 자행된 범죄라는 점은 이번 합의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관여 수준이 아니라 일본정부가 범죄의 주체라는 사실과 ‘위안부’ 범죄의 불법성을 명확히 하지 않았다. 또한 아베 총리가 일본정부를 대표해 내각총리로서 직접 사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독사과’에 그쳤고, 사과의 대상도 너무나 모호해서 ‘진정성이 담긴 사죄’라고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

또한 이번 발표에서는 일본정부가 일본군‘위안부’ 범죄의 가해자로서 일본군‘위안부’ 범죄에 대한 책임 인정과 배상 등 후속 조치 사업을 적극적으로 이행해야 함에도, 재단을 설립함으로써 그 의무를 슬그머니 피해국 정부에 떠넘기고 손을 떼겠다는 의도가 보인다. 그리고 이번 합의는 일본 내에서 해야 할 일본군‘위안부’ 범죄에 대한 진상규명과 역사교육 등의 재발방지 조치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 모호하고 불완전한 합의를 얻어내기 위해 한국정부가 내건 약속은 충격적이다. 한국정부는 일본정부가 표명한 조치를 착실히 실시한다는 것을 전제로 이번 발표를 통해 일본정부와 함께 이 문제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을 확인하고, 주한일본대사관 앞의 평화비에 대해 공관의 안녕/위엄의 유지를 위해 해결방안을 찾을 것이며, 상호 국제사회에서 비난/비판을 자제하겠다는 것이다. 되를 받기 위해 말로 줘버린 한국정부의 외교 행태는 가히 굴욕적이다.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에 임하면서 평화비 철거라는 어이없는 조건을 내걸어 그 진정성을 의심케 한 일본정부의 요구를 결국 받아들인 것도 모자라 앞으로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입에 담지도 않겠다는 한국정부의 모습은 참으로 부끄럽고 실망스럽다.

평화비는 그 어떤 합의의 조건이나 수단이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한다. 평화비는 피해자들과 시민사회가 천 번이 넘는 수요일을 지켜내며 일본군‘위안부’ 문제해결과 평화를 외쳐 온 수요시위의 정신을 기리는 산 역사의 상징물이자 우리 공공의 재산이다. 이러한 평화비에 대해 한국정부가 철거 및 이전을 운운하거나 개입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또한 피해자들과 시민사회가 받아들일 수 없는 이번 합의를 두고 정부가 최종 해결 확인을 하는 것은 명백한 월권행위이며, 광복 70년의 마지막 며칠을 앞둔 이 엄중한 시기에 피해자들을 다시 한 번 커다란 고통으로 내모는 일이다.

그동안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과 지원단체, 그리고 국민들의 열망은 일본정부가 일본군‘위안부’ 범죄에 대해 국가적이고 법적인 책임을 명확히 인정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이행함으로써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을 회복하고 다시금 이러한 비극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 한일 양국 정부가 들고 나온 이 합의는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피해자들의, 그리고 국민들의 이러한 바람을 철저히 배신한 외교적 담합에 다름 아니다.

일본군‘위안부’ 문제는 한일간의 진정한 우호와 평화를 위해 해결되어야 하고 피해자들이 한 명이라도 더 살아있을 때 해결되어야 할 우선과제이지만, 결코 원칙과 상식을 저버리고 시간에 쫓기듯 매듭지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지난 2012년 제12차 일본군‘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에서 각국 피해자들의 뜻을 담아 채택한 일본정부에 대한 제언, 즉 일본정부의 국가적 법적 책임 이행이 반드시 실현될 수 있도록 우리는 앞으로도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과 함께, 국내외 시민사회와 함께 올바른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을 더욱 경주해 나갈 것을 천명한다.

2015년 12월 28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자료제공-정대협]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