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헌 / 민가협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


최근 언론들에서 자주 다루는 기사에 ‘대통령 관심법안’이란 말이 있다. 대통령이 하루가 멀다 하게 국회에 대고 법안 처리를 재촉하는가 하면 입법부의 수장에게까지 ‘직권상정’을 강압하고 있는 법안들을 두고 한 말이다. 여당지도부를 불러 세우고선 “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정말 얼굴을 들 수 있느냐”며 “뭘 했느냐! 도대체!”라고 따져댔고, 분명 야당을 겨냥해선 (일도 하지 않고) 립 서비스만 하는 “위선”이라고 몰아세웠다.

‘관심법안’이라는 이름의 박 대통령의 끝없는 집착

마침내는 정무수석을 국회의장에게 보내어 “선거법만 처리한다는 것은 국회의원들 밥그릇에만 관심 있는 것 아니냐”며 참으로 ‘상식에 맞지 않고’‘아주 저속할 뿐 아니라 합당하지 않게’삼권분립의 한축인 입법부 수장을 심하게 모독, 압박했다.

국회의장에겐 특별한 법률안에 대한 직권상정 할 권한이 있지만(국회법 85조), 그 권한 행사를 하기 위해선 ‘국회선진화법’에서 규정한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바로 천재지변이나 국가 비상사태 그리고 각 교섭단체들과의 합의를 했을 경우이다.

국회의장이 이를 모를 리가 없다. 아니 그래서 분명히 밝혔다. ‘직권상정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요건이 갖추어지지 않았다’고. 그러나 청와대와 집권여당은 막무가내였다. 대통령은 법안 처리가 되지 않아 ‘잠을 못 잔다’고 했고, 새누리당은 의원총회 결의로 직권상정을 촉구했다. 어떤 대통령 충직의원은 직권상정을 하지 않으면 ‘불신임안’을 내겠다 했으며, 김무성 대표는 ‘대통령 긴급재정명령’발동설까지 내왔다.

대통령이 얼마나 이른바 ‘관심법안’에 집착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여의도 쪽 풍경들이다. 그렇다. 언론에서 ‘관심법안’이라고 붙인 말은 오히려 얌전한 표현이었다. 그것은 ‘집착’이었다. 대통령은 모든 것을 다 잘 하고 있는데 국회에서 제 구실을 하지 않아 경제가 어려워지고 테러 위험이 놓여 있으며, ‘북한주민’들이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것이다. 법안만 통과시키면 경제는 활성화될 수 있고, 테러위험도 ‘북한주민’의 인권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노동5법’이고 ‘테러방지법’이며, ‘북한인권법’이다. 그밖에 서비스 산업발전 기본법과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도 있다.

법을 만들고 고치고 없애는 것은 국회의 몫이다. 정말 국민의 입장에서 아주 절박한 법률안을 늦추고만 있다면 질책을 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어떤 법률안은 그것에 제정, 개정, 폐기시켜서 좋을 수도 있는 반면 더 나쁠 수도 있는 경우가 있다. 우산장수와 소금장수 아들을 둔 부모님의 심정처럼 한쪽이 이로운 것이라면 다른 한쪽은 해로운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노동관계법은 노·사·정에서 오랫동안 머리를 맞대고 심의했지만 합의를 이루지 못했던 법안이다. 특히 기간제법과 파견법 등 ‘쉬운 해고’‘임금 삭감’‘비정규직 전면화’등 우려로 노동단체들의 거센 반대, 바로 지난 11.14 민중 총궐기 대회의 주요 요구사항이기도 했다. 또한 테러방지법은 대선개입, 내란음모조작, 간첩사건 조작 등 권력 남용과 인권침해의 대명사로 되고 있는 국가정보원의 권한을 더 강화시켜 준다는 사회 각계의 반대가 이어지고 있으며, ‘북한인권법’은 남북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우려 때문에 시민사회가 반대하고 있는 법안들이다.

10년 넘게 북한인권법 제정에 집착해온 새누리당

여기에서는 이처럼 대통령이 집착하고 있는 법안 가운데 이른바 ‘북한인권법안’만을 대상으로 과연 어떤 내용을 담고 있으며, 무엇이 문제인지 그리고 왜 폐기처분해야 하는지를 짚어보기로 한다.

지난 12월 2일,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도부(3+3) 회동을 갖고 위에서 말한 법안들을 19대 마지막 정기 국회에서 아니면 임시국회를 열어서라도 연내 합의처리하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물론 ‘북한인권법안’이 포함되어 있었다. ‘합의후 처리’의 의미는 새누리당이 발의한 ‘북한인권법안’(김영우 의원 대표발의)과 새정치민주연합이 발의한 ‘북한인권증진법안“(심재권 의원 대표발의) 등 두 법안을 하나로 조율하여 처리하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두 법안은 이름과 내용이 다르지만 다른 나라의 인권문제를 법으로 만들어 그 어떤 영향력을 노린다는 점에서 내정 간섭이고 주권침해이며 다른 나라의 국가정체성에 대한 모독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발의자들이 그 어떤 변명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는 남북관계를 더욱 악화시킨다는 점에서 법안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이 글에서는 김영우 의원 대표 발의 ‘북한인권법’안을 다루기로 한다.

오늘의 새누리당이 이른바 ‘북한인권법’에 집착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대북 적대정책으로 일관해 온 미국이 정치, 경제, 외교, 군사적 대북 압살정책 말고도 2004년엔 인권을 빌미로 한 체제 붕괴를 노린 이른바 ‘북한인권법’(North Korea Human Act of 2004)을 만들자 곧 이어 일본이 뒤따랐고(2006년 제정), 이에 뒤질세라 2005년, 17대 국회에서 당시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 등 29명 이름으로 똑같은 ‘북한인권법’을 발의했었다. 이 대결법안은 끝내 국회에서 자동 폐기되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황우여 의원 등 23명이 낸 ‘북한 인권법안’(2008.7.4)을 비롯하여 황진하 의원 등의 ‘북한인권 증진법’(2008.7.21), 홍익표 의원 등의 ‘북한인권재단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안’(2008.11.11), 윤상현 의원 등의 ‘북한 인권법안’(2008.11.12) 등이 잇달아 발의되어, 국회외교통상위원회 법안소위원회에 회부되었다. 이들 법안 역시 발의시효가 지나자 새누리당의 윤상현 의원(2012년 6월), 황진하 의원(2012년 6월), 이인제 의원(2012년 8월), 조명철 의원(2012년 9월) 등이 잇달아 ‘북한인권법안’을 대표발의했고, 2013년 3월 29일 심윤조 의원이 16명 다른 의원과 함께 같은 법안을 발의했었다. 그리고 2014년 11월 21일 새누리당 김영우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등 34명이 함께 하여 위 다섯 개 법안을 하나로 묶어 ‘북한인권법안’을 국회 외교통상위원회에 회부시켰다.

이처럼 오늘의 새누리당은 10년 넘게 북한인권법 제정에 집착해왔다. 그리고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그 중심에 있었다. 박 대통령은 2005년 당시 한나라당 대표로 있을 때 ‘북한 주민 인권 보장을 위한 입법토론회’(2005.5.12)에서 “악화되고 있는 북한 인권을 더 이상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수수방관해선 안 된다”며 ‘북한인권법’제정을 촉구했다. 당시엔 남북 사이 화해와 단합 행사가 이어지고 교류, 협력 등 한 해 동안 수십 만 명이 남북으로 오고갈 때였다. 그리고 2014년 9월 30일 국무회의에서는 ‘북한인권법’제정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미 다른 나라들은 제정이 됐는데,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10년째 국회에 계류되어 있다”며 “관련 부처에서는 앞으로 법이 통과되도록 노력해 주시고, 국제사회와 함께 (유엔) 북한인권조사 위원회 권고사항 등 이행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미·일 등의 주권 침해, 내정간섭, 체제 붕괴 행패를 따라 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는 모습이며, 외세 동조, 동족대결의 상징적 표현이기도 했다. 또한 지난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의 날 66돌 기념 영상에서는 “북한 인권이 표현 못할 만큼 열악하다”며 ‘북한인권법’제정을 촉구했다.

‘북한인권법’의 몇 가지 문제점들

이처럼 대통령이 법 제정에 집착하고 있는 ‘북한인권법’(김영우 의원 발의)에는 어떤 내용들이 있는지 그 문제점 몇 가지를 알아보기로 한다.

먼저 ‘북한 인권재단 설립’이다. 이는 이른바 ‘북한 인권증진’을 명분으로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사업을 규정하면서 ‘북한인권 관련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지원’을 명시하고 있다. 바로 대북비방 전단살포 등 반북단체들에 나라의 세금을 주어 남북관계를 악화시킬 활동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게 한 문제점이다. 이 법안과 관련 향후 5년간 전체 예산 1361억 원 가운데 ‘인권재단’의 예산만 1318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관련자들이 예상하고 있다.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반북단체 지원비로 지출될 개연성이 있는 것이다. 미국의 ‘북한인권법’에서 북측의 체제 붕괴를 노린 반북단체들에 매년 수백만 달러를 지원하고 있는 범죄 행패를 원용한 모습이다.

다음으로 ‘북한 인권기록 보존소 설치’문제이다. 이는 ‘북한인권 침해 사례를 조사하고 관련자료를 수집, 기록 보존한다’는 명분으로, 실제로는 이 법안 발의자가 강조했듯이 ‘북한의 과거 청산’‘북한인권 책임자의 형사책임’을 염두에 두고 있는 체제붕괴를 대비한 전형적인 대결정책 조항이다. 특히 새누리당에서 ‘기록’보존소를 법무부에 설치하려는 데서 더욱 분명하다. 미국이 저들의 민주주의 방식, 저들의 가치관에 따르지 않는 수많은 나라와 정부에게 ‘인권’을 명분으로 파상 공격하여 정권을 붕괴시켰던 또 다른 사례의 우려 사항이기도 하다.

그밖에도 ‘북한 인권 대외직명대사’를 설치한다는 규정이 있다. 이른바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국제 협력’등 명분이지만, 이 또한 미국이 ‘북한인권법’을 제정하면서 국무부에 그 무슨 ‘대북인권특사’라는 것을 임명하고 대북인권공세의 국제여론조장, 반북단체 지원, 탈북자 보호, 북에 외부정보 유입을 위한 <자유아시아방송>(RFA) 지원 등을 주도해 오고 있음을 연상시킨다.

비록 오늘 우리 민족은 남북으로 갈리어 서로 다른 체제와 제도 속에 살고 있지만, 언젠가는 통일되어 함께 살아갈 한겨레이다. 북에 대한 인권대사를 두어 국제사회와 협의 협력한다는 자체가 동족에 대한 존엄성의 모독이다. 인권을 빌미로 한 대북체제 전복을 노린 미국의 제국주의적 침략도구 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판 인권특사가 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되고 있다.

또한 ‘북한인권법’에는 대북인도적 지원이라는 규정이 있다. 이 규정은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발의한 ‘북한인권증진법안’에서 강조한 ‘대북 인도적지원’을 받아 안은 모양새지만, 이 또한 실제로는 인도적 지원의 걸림돌 역할을 할 것이란 우려가 있다. 바로 인도적 지원이란 이름 아래 ‘전달’, ‘분배’등을 감시한다는 조건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민간단체들의 인도적 협력사업이 전달, 분배 등 까다로운 모니터링을 요청하고 있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은 과연 남의 나라 인권을 말할 자격이 있는가?

새누리당이 발의한 ‘북한인권법’의 몇 가지 문제점을 알아보았다. 법안 발의자들을 비롯한 정부, 여당 인사들이 한결같이 말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은 일찍이 북한인권법을 만들어 시행(대북인권 공세)하고 있는데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왜 미루어지고 있는가’라고 불평하고 있는 데서도 드러났듯이, 이 법의 전체 흐름은 미국이 추구하고 있는 대북체제 전환 시도의 한국적 반영이다.

또한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내세우며 ‘인도적 개입입법’이라고 하지만, 인권 개념 또는 구성원들의 인식 범주는 나라와 민족마다의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종교적 편차가 있음을 서로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인권 침해의 가장 큰 범죄 행위는 대량살육의 전쟁 행위이고, 합법적 자주독립국가에 대한 전복과 주권 침탈행위이다. 수십만, 수백만 명에 대한 살육과 파괴가 뒤따르고, 수백만 명의 전쟁고아 난민이 발생하며 나라를 잃어 식민지 지배를 받거나 나라 밖을 떠돌면서 온갖 고통과 설움을 겪게 된다. 일제 강도에게 국권을 빼앗겼던 식민지 시대가 그 사례이다. 따라서 나라의 주권, 바로 자주권 없는 인권은 있을 수 없다.

그리고 어떤 특정 국가의 인권문제를 거론하는 데는 현지 조사에 의한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입증을 전제로 해야 한다. 또한 인권 문제는 정치적 목적이 아닌 인권 차원에서 국제 전문기구가 조사연구하여 제도말살 같은 공격이 아닌 구체적 사례를 가지고 권고하는 것이 국제적 관례이다. 예로써, 유엔 자유권 규약위원회의 조사연구 권고가 그렇고,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직접 현지를 방문조사하여 문제점의 해결책을 권고하는 사례들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통치권이 미치지 않는 남의 나라 인권 문제를 어떤 특정인의 편향된 증언만으로 상대를 악마화시켜 특정국가 이름을 가진 법을 만들어 체제 전복 시도 등 공격하는 것 자체가 내정간섭이고 주권 침해 행위이다.

1, 2차 제국주의 전쟁을 겪은 세계는 그 대량살육과 파괴의 참상을 반성하며 ‘국제연합’기구를 만들었고, 잇달아 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절대성을 공유하며 ‘세계인권선언’을 채택했다. 그리하여 오늘 세계는 국제사회의 정의 평화를 위하여 국경과 인종, 체제와 제도의 차이를 넘어 인권의 보편가치를 일반화시켰다.

또한 오늘 지구상에는 200개가 넘는 독립된 나라들이 있다. 서구식 의회 민주주의 국가도 있고,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국가들도 있다. 전근대적 입헌군주제 국가와 종교적 교의를 통치 이념으로 하는 나라도 있다. 때문에 각기 정치 형태나 제도, 추구하는 이상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하여 상대 체제를 공격 말살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용인되지 않고 있다. 인간의 사유와 국가의 정체, 신앙과 양심의 자유 등 다양성이 인정되고 있다.

순수 인권만을 따진다 해도 상대를 공격하기에 앞서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어떤 나라는 이른바 세계의 경찰국가로 자임하며 세계의 모든 문제를 간섭하고 있다. 인권 문제도 마찬가지다. 어떤 특정 국가의 제도와 가치만을 절대시하고, 자기를 따르지 않는다 하여 악마로 규정하고 있다. 국제연합정신과 세계인권선언의 의미를 왜곡, 훼손하는 행위이다.

그래서 정의·평화·인권의 이름으로 묻게 된다. 세계의 경찰국가로 자칭해온 미국은 과연 남의 나라 인권을 말할 자격이 있는가? 미국의 하는 일에 맹목적으로 따르고 있는 한국은 인권문제에서 얼마나 떳떳한가? 말을 넘어 간섭과 제도 전복을 시도하는 행위가 과연 정당한 것인가?

미국은 수천만 원주민을 학살하고 수천만 노예무역과 살인적 강제 노동으로 부를 축적했으며, 제국주의 식민지 쟁탈전에 뛰어들어 세계 최초의 원자탄을 투하하여 수십만 명을 죽이고 수백만 명에게 불치의 상처를 입혔다. 수많은 진보적이고 합법적인 민주정부를 뒤엎고 꼭두각시 정권을 세웠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리비아, 시리아 등을 침략하여 수백만 명을 학살하고 다치게 했으며, 난민으로 세계를 떠돌게 했다. 전쟁포로에 대한 잔혹한 고문과 학대가 이어졌다. 그 어느 나라보다도 인종차별, 총기난사, 빈부격차가 격심했다. 한국전쟁에서 정전협정이 된지 62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전쟁종식의 평화협정을 거부하며 살인, 강도 폭력 등 미군 범죄에 한국인은 치를 떨고 있다.

굳이 법을 만들어 동족을 흠집 내며 남북관계를 악화시켜야겠는가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지난 11월 14일 서울에서는 노동관련법 개악반대, 농민들의 쌀값 생산비 보장, 도시빈민들의 생존권 보장,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 촉구,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민중총궐기 대회를 열었다. 그런데 공안당국은 대회가 열리기도 전에 갑호비상령을 내리고, 수백 대의 차량으로 차벽을 쌓았으며, 집회장소를 행진하는 시민들에게 고압물대포를 직사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갔다. 쓰러진 사람에게도 계속 물대포를 쏘아대어 백남기 농민은 혼절하여 오늘까지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공안권력은 적반하장으로 민주노총 위원장을 폭력시위 주동자로 구속기소하면서 소요죄까지 적용하는가 하면, 집회 참가 1200 여명을 구속 또는 소환조사하고 있다.

박근혜 정권 들어서고 이른바 ‘이석기내란음모사건’조작을 비롯하여 통합진보당 강제 해산,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조작, 범민련 남측본부에 대한 전국 규모 대탄압, 코리아연대에 대한 이적단체 규정과 회원들 구속 기소, 성직자·노동자 간첩조작 시도, 수많은 사이버공간에서의 평화와 통일에 대한 의견 제시를 이적 동조로 몰아 탄압했다. 2015년에만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 양심적 병역거부자, 세월호 진상규명 활동 등으로 80명이 넘게 구속되었으며, 국가보안법 적용 구속자만도 20명이 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수백 명이 압수수색당하고 소환조사 받았으며, 구속 또는 불구속으로 법정에 세워졌다. 개인 이익이 아닌 공동선을 위하여 양심에 따른 활동으로 이 같은 박해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상이 국제인권규약이 규정하고 있는 자유권(정치적·시민적 권리에 대한 국제규약) 침해 사례라면 사회권(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대한 국제규약) 침해 상황은 어떠했나.

우선 소득불평등이 심각하다. 김낙연 교수의 ‘한국소득집중 추이와 국제비교’(2012년 발표)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소득 상위 0.01%(3895명)의 평균소득은 27억 3084만원으로 전체주민(20살 이상 성인) 평균소득 1639만 원의 167배였다. 20세 이상 인구 3797명 중 상위 10%의 총소득이 48.05%이고 상위 20%의 총소득은 69.29%였다. 최상위 1%의 소득점유율은 12.97%이다. 반면에 최하위층 40%의 총소득은 2.05%였다. 이처럼 한국사회는 소득불평등이 격심한 상태다.

헬프에이지 인터내셔날(영국) 발표 녟. 세계노인복지 지표’에 따르면 OECD회원국 65세 이상 인구 빈곤율에서 한국은 48.6%로 불명예스러운 1위를 차지했다. 일본이 19.4%, 미국이 19%로 그 뒤를 따랐다.

통계청 발표 ‘경제활동 인구조사’에 따르면 2015년 8월 기준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노동자는 868만 명(임금노동자의 45%)이었다. 그러나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발표에서는 이보다 10%가 넘는다고 했다. 바로 ‘비정규직규모와 실체’에서 김유선 소장은 “사내하청이 정규직으로 잘못 분류되고 특수고용이 자영업자로 역시 잘못 분류되었기 때문이며 실제 비정규직 비율은 50%가 넘어설 것 ”이라고 했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절반의 임금밖에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문제가 바로 빈부격차, 사회양극화의 주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모든 법은 규범으로서의 타당성과 사실상의 실효성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 법은 집행의 주체자와 대상자 사이의 문제나 목적에서 전혀 타당성이 없고 당연히 실효성도 없다. 따라서 동족으로서의 언젠가는 통일을 해야 할 상대에 대해 인권문제를 비롯한 어떤 현안이 있다 해도 최근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인권대화’등을 통해 서로에게 상처 없는 해결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또 인도적 지원에 마음이 있다면, 적십자사를 통해 이제까지 있어왔던 경로를 실천할 수 있다. 굳이 법을 만들고 국제협력이란 이름으로 세계에 대해 동족을 흠집 내며 남북관계를 더욱 악화시키는 일은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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