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영(겨레말큰사전 선임연구원)

 

이제 돌이 다 되어 가는 아들이 있다. 얼마 전부터 기어 다니는 것을 떼고 슬슬 걸음마를 연습하고 있다. 겨우 몇 발자국 디디곤 자기 흥에 겨워 박수를 쳐댄다. 박수를 치는 것도 서툴러 제대로 된 ‘짝’ 소리 한번 내지 못하지만 스스로 걷을 수 있는 게 마냥 좋은 모양이다. 반달이 된 눈과 해죽하게 벌린 입으로 웃는 모습이 참 가관이다. 만 1살도 되지 않은 아이의 얼굴에서 여든 노인의 얼굴이 보이는 것은 왜일까? 그렇다. 그건 이 때문이다. 벌린 입에는 윗니 2개, 아랫니 2개가 자랑스럽게 빼죽 돋아 있다. 입을 벌려 웃는 것도 자기 딴에는 ‘난 이가 4개나 있지!’ 하며 자랑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유치를 유치하게 자랑하는 아들 녀석이 귀엽다.

치아를 가리키는 말에도 남북의 차이가 있다. 관련된 어휘로는 한자어 ‘치아(齒牙)’, ‘치(齒)’가 있으며 고유어 ‘이’, ‘이빨/이발’이 있다. 한자어 치아와 치는 모두 이를 이르는 말이기는 하지만 용법에서 조금 차이를 보인다. ‘치아’는 다른 일반명사와 같이 그 쓰임이 자유로운데 반하여 ‘치’는 ‘치를 떨다, 치가 떨리다’와 같은 주로 관용 표현에서 제한적으로 쓰인다. 치아와 치의 이런 쓰임은 남북이 다르지 않다. 그런데 남에서는 치아를 ‘이’를 점잖게 이르는 말로 보고 있는데 반하여 북에서는 ‘이’와 같은말로 보고 있어 차이가 난다.

남북 표기상의 차이는 ‘이빨/이발’과 이가 복합어를 만들 때의 표기에 있다.

<표준국어대사전>
3 「명사」
「1」 『의학』 척추동물의 입 안에 있으며 무엇을 물거나 음식물을 씹는 역할을 하는 기관.

이빨 「명사」
‘이3’를 낮잡아 이르는 말.
누런 이빨/호랑이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채 울부짖었다.

<조선말대사전>
2 「명」
① 입안의 아래우에 줄을 지어 있으며 음식물을 씹는 희고 굳은것.

이발 [-빨] [명]
① =이2.
하얀 이발/이발이 곱다.

남에서는 소리 나는 대로 표기하여 ‘이빨’로 적고 있고 북에서는 발음은 [이빨]로 남과 다르지 않으나 표기는 ‘이발’로 적어 차이를 보인다. 남에서는 <한글맞춤법> 제5항 "한 단어 안에서 두 모음 사이에 까닭 없이 나는 된소리는 다음 음절의 첫소리를 된소리로 적는다."에 따라 '이빨'로 적는다. ‘이빨’은 어원상으로 보아 ‘이+발’의 복합일 것이다. 그러나 현대국어에서 ‘발’의 쓰임이 불분명하고 된소리가 날 뚜렷한 까닭이 없으므로 ‘잇발’과 같이 적지 않고 ‘이빨’로 적는 것이다. 한편 북에서는 ‘발’의 형태가 분명히 분석된다고 보아 형태주의에 따라 그 형태를 고정하여 ‘이발’로 표기하였다. 그리고 남에서는 이빨을 이의 낮춤말로 보았으나 북에서는 이와 이발을 같은말로 보았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난다.

‘이’가 복합어를 만들 때도 표기에 차이를 보인다. 즉 남에서는 ‘사랑니, 어금니’와 같이 ‘이’가 복합어를 이룰 때 ‘니’로 표기되는데 북에서는 ‘사랑이, 어금이’와 같이 ‘이’ 표기가 그대로 된다. 남에서는 <한글맞춤법> 제27항 붙임3의 "합성어나 이에 준하는 구조의 단어에서 실질 형태소는 본 모양을 밝히어 적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齒, 虱)'가 합성어나 이에 준하는 말에서 '니' 또는 '리'로 소리 날 때에는 '니'로 적는다."에 따른 까닭이다. 그러나 북에서는 형태주의에 따라 이 경우에도 ‘이’로 그 형태를 고정하여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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