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베정권이 군국주의로 치닫고 있다.
작년 7월 위헌적인 집단적 자위권 행사 선언에 이어, 올해 4월에는 자위대가 미군과 사실상 연합사령부를 구성하여 지리적,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뛰어넘어 공동작전을 수행하는 내용으로 미일 방위협력지침을 재개정했다. 급기야 올해 9월에는 의회 안팎의 강력한 반대여론을 짓밟고 미일 방위협력지침을 실행하기 위한 법적 장치인 11개의 안보법제 제․개정을 강행했다. 이에 따라 일본 자위대는 평시에서 전시에 이르는 모든 경우에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군사적 조치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군사대국화를 위한 각종 조치들도 이어지고 있다. 방위성설치법을 개정하여 방위상이 통합막료장(합참의장격), 육해공 막료장(참모총장)에게 지시 등을 할 때 방위성 관방장·국장(문관)들이 방위상을 보좌토록 한 ‘문관우위 규정’을 없앴고, 방위성 운용기획국(양복조)을 폐지하여 간부 자위관(제복조)으로 이루어진 통합막료감부(합참 해당)로 일원화함으로써 문민통제를 크게 후퇴시켰으며, 방위장비청을 신설하여 본격적인 무기도입과 수출의 길을 열었다.

2012년 3조1천억 엔이던 국방예산의 2016년 요구액은 4조8천억 엔에 이른다. 2017년까지 경항모 1기를 추가 도입하고, 2018년까지 대표적 공격전력인 해병대 창설과 상륙무기 도입을 서두르고 있고, 미국, 호주 등과 연합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미일 ‘동맹조정 매커니즘’을 상설화하여 사실상 연합사령부를 꾸리고, 미일 ‘공동계획 책정 매커니즘’을 발족하여 공동작전계획을 수립한다.

이 같은 일본의 움직임은 우리의 이웃나라가 힘을 키워 전 세계에 군사력을 투사하려고 한다는 일반적인 우려를 넘어서는 문제다. 지속적으로 우리나라를 침탈한 역사적 경험이 있고 식민지배를 반성하지도 않는 일본의 군국주의화의 방향이 주로 한반도를 겨냥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엄중함이 있는 것이다.

일본 군사대국화의 표적은 바로 한반도

이번에 제․개정된 일본의 안보법제를 보면 그 위험성이 매우 심각함을 알 수 있다.
자위대는 평시에도 해외 일본인 구출을 명분으로 한국에 진입할 수 있다. 청일전쟁 때 일본이 조선에 들어온 명분이 일본 공관과 거류민 보호였던 사실이 상기되는 대목이다. 북한 등이 발사하는 탄도미사일의 경계 감시 등에 나서는 미군과 한국군의 ‘평시 무기방어’를 위해서도 한반도 영역에 들어올 수 있고, 타국군 무기방어를 위해 미사일 요격과 대함 미사일 발사 등의 교전을 벌일 수 있다. 이는 국회 승인이 불필요하고 현장 자위관이 무기 사용 여부를 판단하게 되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 더욱 위험하다.

“그대로 방치하면 일본에 대한 직접 무력공격에 이를 우려가 있는 사태 등 일본의 평화와 안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태”인 중요영향사태 시에는 미군뿐만 아니라 타국군에 대해서도, 상대국의 동의가 있으면 타국 영역에서도 후방지원이 가능하다. 이 사태가 주로 한반도 유사시를 겨냥하고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중요영향사태법은 ‘비전투지역’이라는 제약을 없애버려 전투지역이라도 전투가 잠시 멈추면 타국군을 지원할 수 있다. 자위대는 미군에 대한 탄약 제공이나 발진 준비 중인 항공기에 대한 급유도 가능하다. 여기서 ‘탄약’은 ‘화약류를 사용한 소모품’으로 설명되고 있어 미사일, 핵무기, 열화우라늄탄, 클러스터 폭탄도 포함될 수 있다. 공격과 병참은 하나로 보는 것이 상식이기 때문에 자위대는 적국의 ‘좋은 표적’이 될 수 있다. 공해상에서 후방지원을 하고 있는 자위대 함선이 미사일 등으로 공격당하게 되면 이는 일본에 대한 무력공격사태로 되어 일본은 전쟁에 말려들게 된다.

존립위기사태는 “일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타국에 대한 무력공격이 발생하고, 이것에 의해 일본의 존립이 위협을 받고, 국민의 생명과 자유 및 행복 추구의 권리가 근저로부터 전복되는 명백한 위험이 있는 사태”로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대상이다. 그러나 집단자위권은 타국에 가해진 무력공격을 저지하는 무력행사로, 평화헌법이 허용하는 자위조치를 넘어서기 때문에 역대 일본 정부는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밀접한 관계에 있는 타국’이 어디인가에 대해 기시다 일본 외상은 북한은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밝힘으로써, 일본 집단자위권 행사의 거의 유일한 대상이 북한임을 드러냈다. 안보법 통과로 일본이 무력공격을 받지 않더라도 ‘무력행사의 신 3요건’(△밀접국에 무력공격이 발생하여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고 국민의 생명과 자유 등에 명백한 위험이 있을 때, △다른 적당한 수단이 없을 때, △필요 최소한의 실력행사)을 충족한다고 정부가 판단하면 해외에서 자위대의 무력행사가 가능하다.

집단자위권 행사는 국회 승인이 필요하나 사전 국회 승인을 얻을 겨를이 없는 긴급 시에는 사후승인이 가능하다. 나카타니 방위상은 “한반도 유사시 방호 대상을 미국 군함과 전투기로까지 확대하겠다”고 주장함으로써 자위대가 남북한 영해, 영공의 모든 지역에 들어올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처럼 집단자위권은 주로 북한과 미국이 충돌하는 한반도 유사를 상정하고 있다.

아베 정부는 대규모 해외 파병을 부정하던 이전의 입장을 바꿔 ‘무력행사 신 3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집단자위권 발동 전이라도 ‘집단안보’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집단안보’란 유엔 등이 주도해 국제사회의 평화를 해치는 특정 국가를 여러 나라가 공격하는 무력행사를 말한다. 자위대가 집단안보에 참여해 대규모 해외파병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한국전쟁 당시 결성된 유엔 다국적군이나 미국 주도 다국적군의 일원이 되어 남, 북한에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쟁하고 싶어 안달이 난 아베 정권

더욱이 아베 정권은 안보법제에 대한 국회 심의 과정에서 노골적으로 대북 선제공격 의도를 드러냈다.

<중의원 회의록(2015. 5. 28)>
시이 의원 : “미국이 국제법상 위법적인 선제공격을 하는 경우에도 ‘무력행사 신 3요건’만 충족시킨다면 집단자위권을 발동하는가?”
나카타니 방위상 : “‘신 3요건’을 충족시킨다고 한다면 그렇다.”

<참의원 회의록(2015. 7. 28)>
오쓰카 민주당 의원 : “밀접한 관련국이 선제공격을 해 보복으로 무력공격을 받은 경우에도 일본이 밀접한 관련국을 (후방)지원하는 무력행사를 할 것인가?”
나카타니 방위상 : “‘신 3요건’을 충족시키면 그렇다.”
오쓰카 의원 : “일본에 대한 공격 의지가 없는 국가에 대해서 ‘신 3요건’이 충족되면 일본이 공격하는 것을 배제할 수 없는가?”
아베 총리 : “배제할 수 없다.”
오쓰카 의원 : “일본에 대해 직접 무력공격을 하지 않은 국가에 대해서 방위 출동, 무력행사를 하는 것이 법리상 가능한가?”
나카타니 방위상 : “가능하다.”

이에 앞서 나카타니 방위상은 일정한 조건에서 집단자위권으로 북 기지를 공격할 수 있다(후지TV, 2015. 5. 17)고 언급한 데 이어, “법적 요건을 충족하면 다른 나라 영토 안에서 (적) 기지도 공격할 수 있다”(NHK, 2015. 5. 24)고 주장했다.

이처럼 안보법제는 평시, 중요영향사태시, 존립위기사태시, 집단안보 참여시 등 모든 경우에 일본 자위대의 남한 영역 진입과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의 길을 활짝 열고 있다. 일본 안보법제는 핵심적으로 한반도 재침략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이에 대해 “집단자위권은 유엔헌장에 나와 있는 보통국가의 권리”(김장수 청와대 안보실장, 2013. 10. 26)라면서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더니, 급기야 황교안 총리는 한반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가 “부득이한 경우 우리나라가 동의한다면 입국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일정한 조건이 갖춰지면 자위대의 한반도 재침략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이 동의하면 괜찮다고?

한일 강제병탄 때도 양국 간 합의의 외양을 취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일본의 역대 어느 정부도 강제병탄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한일 강제병탄조약 전문에는 “양국 간에 특수하고도 친밀한 관계를 고려, 상호의 행복을 증진하며 동양평화를 영구히 확보하고자 하며,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대한제국을 일본국에 병합”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지배집단의 이해관계, 또는 강압에 따른 일방적인 조치로 우리 선조들이 비참하게 도륙과 수탈을 당한 것이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고 있는데 야당이나 지식인, 언론은 물론이고 진보진영에서도 제대로 된 대응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경쟁적으로 나서면서 정작 현재와 미래의 우리 민족의 운명을 좌우할 문제에 대해서는 큰 힘을 기울이지 않는다. 진보진영 일각에서는 일본의 한반도 재침략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조차 부담스러워 한다. 자위대가 남한을 공격할 때에만 재침략이라는 용어를 쓸 수 있다는 말일까.

박근혜 정부는 우리의 동의가 없으면 자위대가 한반도에 들어오지 못한다고 되뇌인다. 바꿔 말하면 우리가 동의하면 자위대가 한반도에 들어올 수 있다는 말이다. 황교안 총리가 바로 이 말을 한 것이다. 정호섭 해군 참모총장은 “키리졸브 훈련에 일본도 참여해 연합훈련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한군을 격멸하고 북한 정권을 제거하는 연습에 일본도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한반도 재침략이 아니고 무엇인가.

단순한 용어의 문제가 아니다. 안이한 인식은 필연적으로 안이한 대응을 부른다. "못난 조상이 또 다시 되지 말아야 한다"는 장준하 선생의 경구가 새삼스런 오늘이다.

 

 

전 애국크리스챤청년연합 부의장
전 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 사무처장
전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사무처장
전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범국민대책위원회 정책위원장
전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미군문제팀장

평화.통일연구소 연구위원
대전충청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상임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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