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박영식 인민무력부장이 베트남을 공식 방문했다. 그리고 27일 풍 쾅 타잉 베트남 국방장관을 만났다. 양국은 군사회담에서 군대 교류와 협조를 확대 발전시키기로 의견을 모았다.

쯔엉떤상 베트남 국가주석은 박영식 인민무력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호치민 국가주석과 김일성 주석의 관계를 언급하며 "친선협조관계가 두 나라 영도자들의 깊은 관심 속에 끊임없이 공고 발전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15년은 북한과 베트남이 수교를 맺은지 65년이 되는 해다. 그리고 북한이 참전한 베트남전쟁 종전 40년이다. 북한과 베트남은 어떠한 관계를 맺어왔는가. 베트남전쟁에서 피로 맺은 양국 관계를 돌아본다.

▲ 베트남전에 파병된 북한 공군부대 조종사들. [사진출처-CWIHP]

북한, 베트남전쟁에 참전하다

1960년대 초 중.소분쟁 속에서 세계 사회주의 진영의 단결을 강조한 북한은 베트남전쟁을 사회주의 진영과 자본주의 진영의 전쟁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반제공동투쟁'이라는 성격에 맞게 공군을 중심으로 한 전투병 파병에도 적극적이었다.

베트남전쟁에서 미국이 맹방으로 한국을 참전국으로 끌어들인 것과 마찬가지로 북한은 북베트남의 우방국으로, 그리고 '반제공동투쟁', '반미구국항전'을 위해 파병한 것이다.

북한은 1964년부터 1969년까지 무기 10만정, 군복 1백만 벌 등 물자지원에 이어 공병부대와 공군부대를 파병, 갱도건설과 하노이 영공권 제압에 나섰다. 북한 기록에 따르면, 북한이 베트남전쟁에 지원한 무기, 탄약, 군수물자 등을 합산하면 당시 북한돈 1억 7천 5백만 원이다.

베트남전쟁 초기 김일성 주석은 1964년 1월 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중앙방송을 통해 '민족해방의 혁명적 기치를 높이 들자'라는 노작을 발표했다.

여기서 그는 베트남전쟁을 "단순히 (베트남) 자신의 독립과 자주권을 수호하기 위한 투쟁만이 아니라 전체 사회주의 진영의 안정과 아시아와 세계평화를 지키기 위한 투쟁으로, 그들의 투쟁을 적극 지원하는 것을 숭고한 국제주의적 의리로, 의무"라고 강조했다.

이에 북한은 1965년 3월 공화국 정부성명을 통해 베트남전쟁에 무기를 포함한 물질적 및 정신적 원조 의사를 피력했다. 같은해 4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확대회의, 5월 최고인민회의 3기 4차회의 등에서 베트남전 지원의사를 분명히했다.

그리고 1966년 10월에 열린 당 2차 대표자회에서 "반제역량이 단합하여 미제 침략자들에게 타격을 주기 위한 실제적인 대책을 취하는데 난관을 조성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북)베트남 정부가 요구할 때에는 언제나 지원병을 파견하여 베트남 형제들과 함께 싸울 준비를 하고 있다"고 김 주석은 밝혔다.

결과, 북한은 북베트남 당 중앙위원회와 국방부가 들어갈 갱도 건설을 위해 공병부대를 파견했다. 이어 공군부대를 베트남으로 보냈다. 북한과 베트남은 북한군을 '지원병'으로 지칭한다.

물론, 앞서 북한과 북베트남은 1965년 7월 '베트남민주공화국에 경제적 및 기술적 원조를 제공할 데 대한 협정', 1966년 1월 '무상원조를 제공할 데 대한 경제협정' 등을 체결해 물질적 지원을 하고 있었다. 북한은 1965년 1천2백만 루블을 시작으로 1973년까지 4천 180만 루블을 무상지원했다.

1966년 10월 베트남전쟁 파병부대를 만난 김 주석은 "영웅적 조선인민군답게 싸움에서 누구보다도 용감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1966년 9월 베트남군 중앙군사위원회가 작성한 문건에 따르면, 북한 최광 총참모장과 베트남 반 티안 둥 참모총장은 회담에서 북한군 파병에 공식 서명했다. 

6개항으로 된 합의문에는 북한이 전투기 10개로 구성된 미그 17중대를 우선 파병하고, 1966년 말부터 1967년 초까지 2차 파병, 1967년 3차 파병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전부 87명의 공군이 파병된 것으로 파악된다.

▲ 베트남 박장성에 있는 북한 참전군 묘비. 전사사 14명은 2002년 북한으로 인계, '조선인민군 영웅열사묘'에 안장되어 있다. [사진출처-bacgiang.net]

북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파병된 부대는 203군부대로 대표적인 전사자로 림장안 부연대장, 리도익, 리동수, 김원한, 김경우, 리기환, 김태준 등이다. 베트남군 퇴역소장은 87명 중 14명이 전사하고, 미군기 26대를 격추했다고 증언했다. 전사자는 2002년 북한으로 인계돼 '조선인민군 영웅열사묘'에 묻혀있다.

이 중 림장안 부연대장은 평양미술대학 1기 졸업생이나 한국전쟁 당시 비행학교에 입학, 1953년 7월 비행사가 됐지만 휴전으로 참전하지 못했다. 그러다 조명록의 차출로 1966년 말 2차 파병된 203군부대 부연대장으로 베트남전에 참전, 7개월만에 전사했다. 베트남정부는 '베트남전공제1급메달'(영웅메달)을 수여했다.

베트남 지원병이던 북한 공군의 주요 전투 중 하나는 1967년 5월 20일 하노이 공중전이다. 당시 미국 전투기 32대의 하노이 상공 진격을 포착한 북한군은 하노이에서 8km떨어진 비행장에 있던 북한 공군부대의 전투기 8대를 출격시켰다. 여기서 미군은 12개의 전투기가 격추되고 1대가 격상되는 결과를 안았다.

베트남전쟁 이후 통일을 이룩한 베트남의 입장에서 북한은 혈맹이다. 실제 북한은 1966년 피로써 베트남을 지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베트남 수교 65년

북한이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배경은 기본적으로 북한과 베트민(북베트남)이 1950년 1월부터 수교를 맺은 점도 작용한다. 하지만 북한과 베트남은 단순한 국가관계가 아니라 사회주의 형제국가였다.

북베트남 호치민 주석은 1950년 1월 14일 북한과 외교관계 수립을 원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리고 당시 리주연 주중 북한대사를 통해 박헌영 외무상에게 성명이 전달됐고, 31일 외교관계 수립 내각결정을 북베트남에 통보, 수교를 맺었다.

형제국이자 수교국이던 북베트남은 1951년 5월 국제민주여성연맹 조사단 일원으로 대표단을 파견했다. 여기서 례티귀 북베트남 대표는 신의주, 평양, 남포, 강서 등을 방문해 보고서 작성에 일조했다.

이에 대해 김일성 주석은 같은 해 8월 베트남의 반프랑스 투쟁을 지지하고, 보고서 작성과 관련한 동맹국 차원에 감사를 표했다. 북베트남도 1952년 7월 '조선전쟁 기념대회'를 개최, 한국전쟁을 '항전'이라고 표현하고, 한반도 내 외국군대 철수를 결의했다.

또한, 1951년 8월말 호앙 꾸옥 비엣 북베트남 민족통일전선 전국위원회 부주석이 방북, 전투를 독려했고, 항프랑스 전쟁시기 영웅인 딘 눕은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의 승전소식에 고무됐다고 할 정도로 북한과 북베트남은 국가관계를 넘어 형제적 관계였다.

1957년 7월 호치민  주석의 방북과 1958년 11월 김일성 주석의 베트남 방문 등을 두고 북한은 "친선협조관계를 새로운 높은 단계에로 발전시킨 역사적인 계기"라고 평가한다.

김 주석의 북베트남 방문 당시 호치민 주석은 "나는 우리가 사회주의 건설에서 조선형제들과 경쟁을 하자는 것을 제의한다. 경쟁은 베트남 인민과 조선인민의 단결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북한은 베트남과의 관계를 혁명적 의리, 동지적 우의, 국제주의 발현 등으로 표현한다.

▲ 1957년 7월 평양에서 만난 북한 김일성 주석과 베트남 호치민 국가주석. [자료사진-통일뉴스]

북한과 베트남이 혁명적이고 동지적인 관계임에도 흔들림은 있었다. 1979년 베트남의 캄보디아 침공에 북한은 "무력침공은 국제법 위반임과 동시에 사회주의에 대한 신용추락"이라고 비난했다. 그리고 1992년 한국과 베트남 수교, 2005년 베트남 탈북자 대량 한국송환 등으로 북한과 베트남은 소원해졌다.

하지만 정치.경제적 밀접관계인 중국과 달리 또 다른 혈맹인 베트남은 북한에게 여전히 '반제연대' 사회주의 국가이다. 2007년 호치민 주석 이후 처음으로 농 득 마잉 총비서가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는 등 전통적인 우호협력관계를 재확인했다.

그리고 베트남은 북한의 핵, 미사일 발사 문제에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대화를 통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지지하고 있다. 

북한과 베트남 수교 65돌을 맞아 웬 푸 쫑 베트남 당 총비서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보낸 축전에서 "65년간 이룩된 빛나는 성과들을 계승하여,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정, 협조와 발전을 위하여 힘있고 효과있게 그리고 심도있게 발전하리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제1위원장도 베트남 공산당 창건 85돌 축전에서 "우리 두 당, 두 나라 인민들 사이의 전통적인 친선협조관계가 사회주의 위업의 승리를 위한 한길에서 더욱 강화, 발전되리라는 확신"을 표명했다. 

혈맹으로 맺은 북한과 베트남, '반제연대' 사회주의 국가를 넘어 어떤 관계로 나아갈지 주목해본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