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AL858기 가족회’와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 시민대책위원회’는 29일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KAL858기 사건 28주기 추모제’를 개최했다. 손성기 가족회 부회장이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세월호 학살과 KAL858기 학살은 쌍둥이입니다... 우리는 세월호 유족들의 아픔에 동참하고 그들의 진상규명도 함께 끌어안을 것입니다”

1987년 11월 29일 115명의 승객을 태운 채 사라진 KAL858기 실종자 가족들은 “아직까지 단 하나의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세월호 학살 사건을 접하는 대한항공 858기 가족들은 동병상련의 심정”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KAL858기 가족회’와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 시민대책위원회’는 29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 7층 체칠이아홀에서 ‘KAL858기 사건 28주기 추모제’를 갖고 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손성기 가족회 부회장은 성명서 낭독을 통해 “세월호 학살 침몰 현장을 5천만 국민들과 전 세계인들이 생방송으로 접했음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권은 진실을 감추고 호도하고 있다”며 “KAL858기 사고는 오죽했겠느냐. 국민들이 볼 수 없고 갈 수 없는 해외의 상공과 해상에서 발생한 사건이기에 전두환 정권은 더욱 진실을 조작하고 감추기 쉬었다”고 말했다.

이어 “세월호 사건과 KAL959기 사건의 시대적 간극은 27년이지만 결국 학살범 전두환과 박근혜가 자기 정권욕을 채우기 위해 국민들의 소중한 생명을 얼마나 쉽게 무참하게 살해하는지 알 수 있다”며 “KAL858기 사건과 세월호 사건의 진상이 묻힌다면 누군가는 우리처럼 비극적인 사건의 주인공이 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하고 “진상규명의 발걸음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세월호 희생자 최성호 학생의 엄마 정혜숙 씨가 연대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세월호 희생자 최성호 학생의 엄마 정혜숙 씨는 “저희는 겨우 1년반, 2년이 아직 안 됐는데도 너무나 고통 중에 있다”며 “저희 같은 이 고통을 여러분들은 28년을 얼마나 치열한 고통 속에서, 자신과의 싸움과 또 독재자들, 혐오스런 자들과의 싸움 속에서 얼마나 고생스럽게 지냈을까”라고 연대감을 표했다.

정 씨는 “자신들의 탐욕을 위해서 생명의 존엄함까지도 함부로 하는 저런 사람들이 이 땅에 다시 없을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참평화로 가는 길”이라며 “진실규명이 여러분들의 뜻대로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라면서 끝까지 버텨내시기를”기원했다.

시민대책위 집행위원장인 신성국 신부는 “김현희가 언론에 나와서 사죄한다면 받아주겠느냐”고 물었지만 가족 중에 대답이 없자 “우리 가족들은 김현희의 사죄를 받아들일 수 없다. 사죄하려면 이 자리에 와서 직접 가족들 만나서, 추모제 와서 진심으로 사죄하는 것이 맞지 언론을 통해 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못박았다.

▲ 시민대책위 집행위원장 신성국 신부가 진상규명 활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틀전 KAL858기 폭파범을 자인한 김현희 씨는 <YTN>에 출연해 “세월이 그만큼 많이 지나갔지만 그 아픔, 슬픔을 어떻게 치유할 수 있고 다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느냐”며 “다시 한 번 이 자리를 빌어서 희생자 분들과 유가족 분들에게 사죄의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10년 되는 97년에 유가족 분들을 만나는 기회가 있어서 인세를 드리고 한반 한분 악수하고 화해하는 자리를 마련했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신성국 신부는 김대중 대통령 후보가 당선된 직후인 “1998년 12월 19일 한 식당에서 안기부가 주선해서 가족들과 만남을 가졌다”면서 “개혁적인 대통령이 당선되자 서둘러서 결혼한다. 사적인 영역으로 내몰아 안기부장의 통제에서 벗어나게 만든다. 형식적인 사죄 쇼를 했어야 한다”고 해석했다.

당시 김현희 씨와의 만남에 참석했던 김호순 가족회 회장은 “가족 중에 한 분이 딸이 죽었다며 김현희는 결혼하면 안 된다, 시집가면 안 된다. 계속 가족을 위해 끝까지 살아야 된다는 말을 했다”며 “며칠 있다 보니 결혼식 했다. 지나고 보니까 결혼하려고 가족들을 모이게 해서 형식적으로 가족들과 만나게 한 것이다”고 비판했다.

▲ 김호순 가족회 회장이 김현희 씨와 가족들 간의 만남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들은 △국정원은 안기부의 ‘무지개 공작’ 전문을 공개할 것, △전두환은 사죄하고 책임질 것, △김현희는 가족들의 공개토론회에 즉각 응답할 것을 요구했다.

‘무지개 공작’은 사건발생 불과 며칠만인 1987년 12월 2일경 범정부 차원에서 수립한 ‘대한항공기 폭파사건 북괴음모 폭로 공작(무지개 공작)’으로 국정원발전위의 조사 결과 2006년 8월 문건이 확인됐고, 이후 <통일뉴스>의 정보공개 청구로 문건이 공개됐지만 내용 중 많은 부분을 지운 상태로 공개됐다. 김현희 씨의 자백 이전에 정부는 이미 이 사건을 북한의 소행으로 단정하고 대통령 선거 일정에 맞춰 이 사건 조사에 임했음이 드러났다.

추모연대 이승헌 사무국장은 연대사를 통해 “현재 19대 국회에 한국전쟁 시기에 억울하게 희생된 민간인들부터 시작해서 KAL858기, 현대사회의 수많은 의문사 관련 조사를 다시 재개하는 과거사법을 촉구하는 16개 법안이 상정돼 있다”며 “이 추모제처럼 계속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고, 진실을 밝히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계속해서 알려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앞으로도 과거사법 개정을 추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 강옥순 씨가 분을 참지 못해 긴급발언에 나서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28주기 추모제도 헌화로 마무리됐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윤원일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사무총장의 사회로 진행된 추모제는 시민대책위원장 김정대 신부와 김호순 가족회 회장의 인사말과 신성국 신부의 진상규명 활동 보고, 안중근의사평화오케스트라의 추모공연, 헌화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이 사건으로 맏아들을 잃은 강옥순(77) 씨는 긴급발언에 나서 “죽었다 하지만 우리 아들은 절대 안 죽었다”며 “전두환(노태우)이가 대통령 되려고 한 것인데 내가 왜 포기하느냐”며 심경의 일단을 토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남동생이 희생당했다는 한 가족은 기자에게 “보상금을 더 받아줘야 옳지 이념적으로 몰아가는 것은 맞지 않다”며 “세월호 가족들은 그때 뭘 했는데 이제 와서 도와준다는 것인지, 외부 사람들이 더 많다”며 집행부에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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