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선 (시사평론가)

 

일본 자위대가 북한에 들어가 군사작전을 하는 일이 생긴다면 한반도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한국 정부의 동의 없이 그런 일이 빚어진다면 말이다. 소설 속에 나오는 얘기가 아니라 실제로 벌어질 수 있는 사태이다.

한.일 양국은 자위대가 북한 지역에 들어가는 일에 대해 현격한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20일 열린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북한은 헌법상 대한민국의 영토이기 때문에 일본 자위대가 북한 지역에 들어가려면 한국 정부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일본의 나카타니 겐(中谷元) 방위상은 “대한민국의 유효한 지배가 미치는 범위는 휴전선의 남쪽이라는 일부의 지적도 있다”고 밝히며 사실상 이를 거부했다.

‘일부의 지적’이라는 완곡한 표현을 쓰기는 했지만 결국 남한 지역에 들어가는데 대해서는 한국 정부의 동의를 받겠지만, 북한 지역에 들어가는데 대해서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 정부도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어 유사시 미.일 군사공조 등 여러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자위대의 북한 진입에 대한 제약을 굳이 하지 않으려는 입장으로 해석되고 있다.

우리로서는 대단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장차 우리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있을 수 있는 여러 상황을 가상해보자.

한반도에서 군사적 분쟁이 발생했을 때, 미국이 미군에 대한 보호를 위해 일본에 지원을 요청한다. 그 때 자위대는 한국 정부와의 협의 없이 북한에 들어가는 일이 가능해진다. 일단 북한에 들어간 자위대가 그 이후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런가 하면 일본의 독자적 결정에 따른 자위대의 북한 진입 가능성도 생겨난다. 장차 북-일관계가 악화되는 상황이 있을 때, 일본 정부가 자국 영토에 대한 북한의 공격 가능성을 이유로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에 나서는 상황을 역시 배제할 수 없다.

한마디로 일본이 이런저런 군사적 이유를 들어 한국 정부의 의사와 상관없이 북한을 상대로 군사작전을 벌여 북-일 군사충돌이 빚어지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사태가 빚어질 때 우리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상식적으로 북한과 일본의 군사적 충돌이 빚어지는 상황에서 한반도의 남쪽이 무사할 수는 없을 것이다. 북한이 확전을 선택할 경우북한의 미사일은 언제든지 순식간에 남쪽을 향할 수 있을 것이다.

가공할 사태이다. 이는 한반도에서 전쟁 발발의 열쇠를 일본이 가질 수 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언제든 벌어질 수 있게 되고, 민족의 운명이 일본의 손에 달리게 되는 것이다.

일본의 군사적 패권추구의 야욕을 우리가 뻔히 읽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상황을 남의 일 보듯이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다. 언제 한반도를 넘볼지 모르는 일본에게 그런 열쇠를 안겨줄 수는 없다. 한.미.일 3국 사이에서 분명한 입장 정리가 있어야 할 문제이다.

미국 정부도 모호성으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자위대가 한국정부의 동의 없이는 북한 지역에도 들어갈 수 없다는 분명한 입장을 내놓도록 우리 정부가 요구해야 한다. 한반도의 남쪽이든 북쪽이든 일본군이 자기들 마음대로 들어오는 일이 없도록 우리 정부가 단호한 입장을 세워야 할 것이다.

청국을 치러가겠다고, 조선의 독립을 이루어내겠다고 이 땅에 발을 딛었던 일본군이 가장 먼저 총을 들이대고 점령한 곳이 경복궁이었음을 역사는 잊지 않고 있다.

 

연세대학교 사회학 박사
전) SBS, EBS, BBS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진행자 역임
전) 좋은정책포럼 운영위원
전) 경찰청 경찰혁신위원회 위원
전) 경희사이버대 NGO학과 객원교수
전) <한국일보> <국제신문> <부산일보> <시사저널> 고정 칼럼 연재
현) <주간경향> <폴리뉴스> 고정칼럼 연재

수상) 2010 대한민국 블로그어워드 대상 수상
        2012 아프리카TV 대상 시사부문 최우수상 수상

저서) <정치의 재발견> 지식프레임. 2012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