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영 목사 / NK VISION 2020 대표
   


북한의 민간 요리를 다룬 ‘북한의 별미를 찾아서’에서는 필자가 방북중에 맛 본 각종 진기한 민간 요리와 특별식 등을 널리 소개하여 음식문화를 통해 남과 북이 동질성을 회복하고 민족적인 가치로 공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보고자 했습니다. 오늘은 북한 음식점들의 메뉴판과 주문판을 통한 식당문화의 고급화 추세를 살펴봅니다. / 필자 주

 

▲ 북한식당 해당화관에서는 소형 판형컴퓨터(태블릿 PC) 전자주문기로 음식주문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 - 최재영]

 

필자가 방북 시마다 각별히 음식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며 자세히 느낀 점은 식당들이 모두 현대화, 고급화되어가는 추세에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음식 한 가지를 만들거나, 만든 음식을 손님에게 봉사하는 것들도 최상의 수준이 되도록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확연히 눈에 띄었다. 일반식당이나 호텔식당들도 내부 인테리어와 외관을 신경 쓰고 있으며 저마다 식당 컨셉에 맞게 격조 있고 럭셔리하게 만들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기존 종이로 제작된 메뉴판 책자와 영주증 묶음처럼 보이는 주문판은 전자화되어 최신 태블릿으로 바뀌고 있었으며 식당운영 방식도 현대화, 전산화, 고급화 되어가고 있었다. 게다가 요리사들의 실력과 기술 향상도 눈에 띠었으며 위생과 서비스도 더 수준 높아지고 있었다.
      
심지어 올 4월에는 온라인 쇼핑몰에 해당하는 ‘옥류’라는 쇼핑서비스를 시작해서 스마트폰으로 온라인 쇼핑을 할 수 있는 첫 신호탄을 올렸다. 2006년 평양 낙원백화점이 자체 인트라넷 ‘광명’에 쇼핑몰을 개설했으나 쇼핑몰이라기보다는 쇼핑 목록에 불과했던 것을 생각하면 북한의  IT기술적용과 전자금융시스템이 더 한 단계 상승했다고 여겨졌다.

‘비로봉식당’에선 손님들이 태블릿 메뉴판을 사용
       
평양 비로봉식당은 음식점과 커피숍을 한 공간에서 동시에 운영하는 식당이라서 필자가 방북 시마다 부담 없이 들리는 장소이다. 그곳에 가면 특별히 눈에 띠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전자메뉴판이다. 그 이전 해에는 없었는데 2013년도에 들어서 자체적으로 개발했다고 한다. 손님들이 식당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손에 잡는 것이 메뉴판인데 그 메뉴판이 다름 아닌 '판형 콤퓨터(태블릿 PC)‘라서 처음에는 내 눈을 의심했었다.
      
미국이나 한국에서도 보기 드문 기발한 아이디어였으며 종이책자로 된 메뉴판에 익숙한 나로서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식당측은 태블릿 메뉴판을 테이블마다 비치해 손님들이 자기들 식성과 취향에 맞게 음식을 고를 수 있도록 했다는 사실이 마냥 신기했고 마치 뒷북을 맞는 기분이었다. 비로봉식당의 음료류 가격을 살펴보면 유자단물, 수박단물, 향참외단물, 귤단물, 딸기단물 등의 가격은 모두 동일하게 350원이었으며 이는 일반시민들에게도 부담 없는 가격이었다.
      
태블릿 메뉴판은 책자로 된 메뉴판보다 지면 제한을 받지 않고 훨씬 더 다양한 메뉴를 수록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 그런지 메뉴판 화면에는 섹션별로 13개의 다양한 매뉴얼을 만들어 놓았다. 젊은 층 고객들은 익숙하고 자연스런 손놀림으로 손가락 터치를 하며 페이지를 넘기는 모습도 목격했다. 태블릿 메뉴판은 ‘비로봉식당’뿐 아니라 평양시내 여러 식당들도 뒤이어 개발했으며 심지어 강원도의 마식령스키장의 식당과 커피점까지 태블릿 메뉴판이 상용화되고 있었다.

 

▲ 평양 비로봉식당 입구. [사진제공 - 최재영]

 

▲ 비로봉식당에서 개발한 판형컴퓨터(태블릿 PC) 메뉴판 초기 화면. [사진제공 - 최재영]

 

▲ 다양한 메뉴를 고를 수 있는 13개의 비로봉식당 매뉴얼. [사진제공 - 최재영]

 

▲ 음료류 매뉴얼을 터치하면 음료종류 사진과 가격이 제시되어있다. [사진제공 - 최재영]

 

‘해당화관식당’에선 봉사원들이 주문용 태블릿을 사용
       
‘비로봉식당’과는 반대로 2011년에 개관한 해당화관 1,2층 식당에서는 봉사원들(웨이트리스)이 주문받을 때 사용하는 주문책자가 다름 아닌 '판형 컴퓨터(태블릿 PC)‘였다. 그러나 메뉴판은 기존대로 품위 있게 만든 고급책자 방식을 유지하고 있었다. 필자는 여성봉사원들이 손바닥에 감아쥐고 손님들에게 주문받은 메뉴를 입력하는 모습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자세히 다가가 쳐다보니 전자주문기 액정화면에는 음식목록과 함께 주문한 음식이름과 수량, 금액도 자동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나는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1층 현관 카운터에 들려 전자주문 시스템에 대해 자세히 알아 본 적이 있었다.
      
봉사원은 맨 먼저 주문전용 태블릿PC 화면에 손님들로부터 주문받은 정보를 입력해야한다. 그 다음 단계는 입력된 정보가 곧 바로 주방에 설치된 모니터로 자동 전송된다는 것이다. 이런 태블릿주문 방식의 장점은 손님들의 특별 요구사항이나 개별적 음식 취향 등을 별도로 입력하면 주방 측에서는 거기에 맞춰 세심하게 요리를 해주는데 있었다. 계산대에 근무하는 봉사원들은 이 모든 주문 전산화 시스템은 해당화관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것이며 손님들에게 신속하고 정확한 서비스를 제공해줄 뿐 만 아니라 음식값을 계산하는 것도 수작업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서 매우 정확하고 편리하다며 입을 모았다.

 

▲ 고급스럽게 제작된 해당화관 메뉴책자 모습. [사진제공 - 최재영]


음식값 계산, 손님들 30%는 나래 전재결재카드 사용
      
필자의 경험상 북한에서는 외국인과 해외동포들에게는 미화 500달러 한도 내에서 나래 전자결재카드(직불카드, 현금카드, 데빗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었다. 특히 달러 사용자들이 쇼핑센터나 식당에서 물건을 사거나 음식을 먹은 후 경우에 따라서는 잔돈을 거슬러 받기가 수월하지 않기 때문에 이 전자결재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항상 유리하다고 판단해서 매번 이 카드를 사용했다.
      
이 카드의 장점은 현금분실이나 도난의 위험이 없으며 카운터에서 계산할 때 본인만 알고 있는 4자리 수 비빌번호를 입력하기 때문에 도용되는 사고나 염려가 없다. 또한 체크카드처럼 일정 금액을 충전하고 또 다시 계속 사용할 수 있으며 현금과 동일하기 때문에 사용자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에 있었다. 그러나 이 카드는 크레딧카드(신용카드)가 아니라 말 그대로 직불카드에 불과하다. 필자가 물건을 구입하거나 식당에서 식대를 계산하면서 다른 손님들이 계산하는 모습을 지켜본 결과 고객들의 30% 정도가 이 전자결재 카드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조선중앙은행을 중심으로 조선컴퓨터센터와 합작하여 시행된 북한식 신용카드(크레딧카드) 사용자가 조금씩 증가되고 있었으며 평양시내나 북한에 거주하는 자국민 사업가들과 외국인 사업가등 재정력을 지닌 부류들이 이 신용카드 시스템을 더러 이용하고 있었다. 생존형 자립경제 시스템인 사회주의 북한경제구조에서 개인의 신용을 평가하는 문제가 단순하지 않아 당분간 대중들에게 보편화되기는 힘들듯하다. 그래도 신용카드제도는 나름대로 북한 경제의 한축을 담당하는 금융결제시스템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었다.

 

▲ 고급스런 인테리어를 한 평양시내의 어느 식당 내부모습. [사진제공 - 최재영]

 

▲ 방북 시에 전자결재카드를 소지하고 다니는 필자의 지갑. [사진제공 - 최재영]

 

▲ 필자가 미화로 음식값을 내자 미화 보관함에서 잔돈을 준비하는 봉사원. [사진제공 - 최재영]


물건가격과 음식값 계산 환율을 이해 못하는 남한과 서방언론들
      
필자는 방북 시마다 미국 달러화와 중국 위안화를 사용할 만큼 적당히 환전해서 입국한다. 북한 영토 내에 있는 모든 쇼핑센터와 식당가에는 외국인을 위해서 가격을 표기할 때 공식적으로는 ‘유로화’를 표기해 놓았으나 필자에게는 유로화가 그다지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때로는 ‘미화’나 ‘위안화’로도 가격을 함께 표기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필자의 경험상 실제 북한에서는 유로화보다는 미화나 위안화가 더 많이 사용되기 때문에 아무런 불편이 없었다. 그러나 나에게는 음식값을 계산하거나 물건을 구입 할 때마다 머릿속에 유로화-미화-위안화-북한화폐 이 네 가지 모두가 비교되어 재빨리 환산하는 버릇이 생기게 되었다. 나의 경우 무엇보다 미화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
      
그러나 북한방문 초행이거나 계산 감각이 느린 분들은 계산서를 손에 쥐어줘도 계산할 때마다 환율에 대해 매번 헷갈려한다. 북한식 환율 계산 방법을 터득하기 전에 우선 북한에는 ‘공식환율’과 더불어 ‘실제환율’이 있다는 것은 인지해야한다. ‘공식환율’이란 외국인전용 ‘호구환율’이고 이는 ‘실제환율’에 비해 수십 배 정도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1달러 환율이 북한화폐로 7,000원 정도이고 호구환율은 1달러에 130원인 경우가 있다. 한 가지 실례를 들어보도록 한다. 이런 경우에 커피점에 파는 500원짜리 콜라를 북한 자국민들은 0.1달러, 1,000원짜리 칵테일을 0.2달러에 구입해 먹을 수 있다. 그러나 외국국적의 해외동포들이나 외국인들은 이 호구환율로 지불하면 500원짜리 콜라를 4달러에, 1,000원짜리 칵테일을 8달러에 지불해서 사먹어야 한다. 
      
그러므로 북한에서의 환율적용 방법에 익숙하지 않은 방문자들은 매번 헷갈려하거나 의아해 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모든 북한 방문자들에게는 누구나 예외 없이 담당안내원들이 따라 다니며 밀접동행을 한다. 이 안내원들은 자신이 담당한 외국인이나 해외동포가 쇼핑을 하거나 식당에서 식사를 한 후에 계산할 때는 반드시 업체측(카운터)에 이들이 외국인임을 고지해서 ‘호구환율’을 적용받도록 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이처럼 외국인의 북한환율 적용제도와 2중가격 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남한과 서방세계의 언론들은 정확히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메뉴판에 적힌 가격표만 평가하여  마구잡이로 오보를 내는 경우가 허다하였다.
      
“음식값이 비싸기 때문에 일반 노동자나 주민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식당이나 커피점, 백화점에 갈수 없는 그림의 떡”이라느니 “신흥부자들과 특권층만 갈 수 있다”느니 하는 주장들을 신문이나 방송에서 근거 없이 떠들어댄다. 북한에서는 커피 한 잔에 0.1달러 정도이며 북한 자국민들에게 적용되는 실제 가격은 그리 부담스럽지 않은 것이다. 일반 평양시민들이나 주민들도 부담 없이 음식점이나 커피점에 가서 부담 없이 먹고 마실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 평양시내 쇼핑센터마다 외화를 환전하는 간이 ‘교환소’가 있다. [사진제공 - 최재영]

 

▲ 간이 외화교환소 창구에는 유로화, 미화, 위안화, 엔화 등 4개국의 당일 환율시세표가 표기돼 있다. [사진제공 - 최재영]

 

▲ 물건을 구입하자 계산서와 함께 영수증을 발급하는 봉사원. [사진제공 - 최재영]


중·고급식당들의 최신 음식메뉴와 가격표

우선 고려호텔 꼭대기층 스카이라운지인 ‘회전전망식당’의 메뉴와 가격을 살펴보면 ‘음료류’는 위스키커피 518원, 찬커피 601원, 더운커피 350원, 샘물 42원, 통단물 126원, 탄산단물 119원, 인삼차 280원, 강서약수 84원이었다. ‘안주류’를 살펴보면 락화생 210원, 피스타치오 142원, 마른명태 308원, 감자튀기안주 126원, 치즈 322원, 문어안주 182원이다. ‘단음식(빙과류)’으로는 과일쵸코리트크림 826원, 과일단묵크림 518원, 크림탄산수 280원, 아이스크림커피 658원, 과일빙수 434원이었다.
      
또한 평양시민들과 해외동포들이 많이 찾는 ‘해동식당’의 요리메뉴를 보면 소(牛)위무침 420원, 과일쌀라드 770원, 삼색나물무침 210원, 김치 210원, 해파리냉채 710원, 도라지생채 210원, 돼지세겹살훈제오이말이 490원, 닭알쌈장어 518원, 마우유무침 266원, 닭날개빵가루튀기 350원, 보숭이새우 476원, 두부진채복음 294원, 닭인삼찜 2,442원등의 가격을 표기했다.
   
뿐만 아니라 고려호텔 본관 좌측에 있는 ‘고려식당’의 메뉴와 가격표를 보면, 우선 ‘찬료리’ 메뉴 중 밥조개회 854원, 흰다랑어회 672원, 해파리냉채 462원, 녹두묵종합랭채 350원, 붉은다랑어회 966원이었다. ‘더운료리’ 가격표를 보면 통단고기찜 6370원, 통단고기인삼찜 7602원, 닭날개은이버섯찜 434원, 대합조개찝 462원, 닭날개락화생졸임 364원, 낙지진채볶음 392원, 닭다리구이 392원, 왕새우찜 700원, 소고리영양찜 1638원, 소꼬리탕 1274원, 고기완자졸임 322원, 소고기진채볶음 504원, 통닭구이 994원 등이다.

    

▲ 고려호텔 스카이라운지 ‘전망대식당’의 메뉴판. [사진제공 - 최재영]

 

▲ ‘해동식당’의 음식안내표(메뉴책자)를 펼진 모습. [사진제공 - 최재영]

 

▲ ‘고려식당’ 메뉴책의 철판구이 가격표. [사진제공 - 최재영]

 

▲ ‘고려식당’ 메뉴책의 국 & 탕 가격표. [사진제공 - 최재영]

 

▲ ‘고려식당’ 메뉴책의 주식 가격표. [사진제공 - 최재영]

 

▲ ‘고려식당’ 메뉴책의 새료리(새로운 메뉴) 가격표. [사진제공 - 최재영]

 

커피숍 메뉴는 미국이나 한국보다 더 고급
     
평양호텔전망대 커피숍을 방문해서 카운터 천정에 걸려있는 대형 메뉴판을 바라보면 미국이나 한국의 다양한 최신 메뉴들과 동일했으며 어떤 경우에는 오히려 유행이 더 앞서가기도 했다.
     
손님들이 펼쳐보는 메뉴책자를 살펴보면 아메리카노가 380원, 팥빙수가 500원이며 그밖에 루이보스차, 얼그레이차, 보리차, 록차, 국화차, 박하차, 과일향차 등이 모두 동일하게 350원이였다. 사과즙, 도마도즙과 귤즙은 300원, 참외즙, 바나나즙, 포도즙은 모두  400원, 딸기즙 450원, 왕다래즙은 500원이었다. 또한 요그르트 종류는 모두 450원이었다.
     
2층 구조를 지닌 커피점인 이곳 평양호텔전망대 커피점을 올라가면 사명이 통유리로 건축되어 대동강변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최고의 전망 좋은 장소이다. 이곳을 찾는 이용자들의 신분이나 직업들도 매우 다양했으며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세계적인 커피 문화 유행이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손님들의 입맛과 고급 메뉴들이 입증하고 있었다.(계속)

 

▲ 평양호텔 4층 커피점 입구를 알리는 고급간판 모습. [사진제공 - 최재영]

 

▲ 평양호텔 4층 커피점 입구 형광간판 모습. [사진제공 - 최재영]

 

▲ 평양호텔 6층 전망대 커피점 메뉴책자 표지. [사진제공 - 최재영]

 

▲ 평양호텔 6층 전망대 커피점 메뉴책자 커피 가격표. [사진제공 - 최재영]

 

▲ 평양호텔 6층 전망대 커피점 메뉴책자 여러 나라 차 가격표. [사진제공 - 최재영]

 

▲ 평양호텔 6층 전망대 커피점 메뉴책자 과일즙 가격표. [사진제공 - 최재영]

 

(필자 개인사정과 활동으로 인해 40회에서 한 달간 중단하며, 12월 첫주부터 다시 계속 이어나가겠습니다. 독자분들의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 필자 주)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