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환 (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전 통일연구원 원장)

 

  지금 동북아시아에서 중국의 부상과 더불어 구조적 변화로 인해 새로운 동북아 체제가 형성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한반도는 그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미.일 중심으로 해양 세력과 중.러 중심으로 대륙세력 간 대결과 경쟁의 끊임없는 희생양이 되어왔다. 그 결과 2차 세계대전 종전과 더불어 미.소 양대 세력 간 냉전시대 대결의 결과로 한반도가 분단된 지 금년이 70주년을 맞이하였고 남북 간에는 아직도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평화조약이 체결하지 못하고 한반도는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실질적으로 전쟁상태에 놓여 있다.

동북아체제의 구조적 변화 

 최근에는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한 신 미·일 안보동맹 강화가 진행되고 있고 일본은 패전 70년 만에 재무장과 집단자위권을 법제화 하여 군사대국으로 전진하고 있다. 한편으로 중·러 군사경제 협력이 강화되고 있어 마치 동북아에서 제 2의 냉전이 도래한 것이 아닌가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다시 해양세력과 대륙세력 간 대결 양상이 첨예화되고 있다. 더욱이 미·중간 대결과 협력이 조화를 이루면서 우호적인 미중관계가 지속되고 있는 반면 지난 8년 동안의 남북관계는 오히려 경색되고 있어 한반도에 군사적 위기가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두렵기만 하다. 이러한 상황 아래 동북아체제의 새로운 구조적 변화가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도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금년 광복/분단70주년을 기념하여 남북 간 관계개선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한 6.15 공동행사와 8.15 공동행사의 개최가 실패로 돌아가고 북한의 지뢰도발로 인해 남북관계 개선은 물 건너간 듯 했으나  다행히 남북 고위급 긴급접촉에서 8.25 남북합의로 일말의 가능성이 남아 있는 듯하다. 북한의 공포정치 속 김정은의 대남 적대적 행위는 지속되고 있고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도 계속 강경해지고만 있다. 그러나 다행한 사실은 8.15 경축사에서 박 대통령은 대북정책의 기조인 대화와 압력의 투트랙(two track) 접근방법을 유지하면서 북한과의 대화와 협력을 강조한 결과로 남북 고위급 긴급접촉에서 8.25 남북합의를 도출하여 향후 남북관계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현시점에서 이러한 모멘텀을 계기로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이 더욱 실용적이고 유연해 지길 바란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월 통일대박론을 제시한 후 금년에 통일준비위원회(통준위)의 출범을 현실화하여 통일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는 높아졌으나 한반도 통일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에 대한 현재까지 괄목할만한 연구 성과가 별로 없는 상태라 할 수 있다.  국민의 대다수가 기대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8.15(2015)경축사를 자세히 살펴보면 새로운 대북접근은 없고 과거 대북정책을 정리해서 반복한 수준이었다. 통준위 출범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흡수통일의 전위부대란 말로 비방 대응하고 있으며 실제로 통준위의 한 고위간부가 이를  언급하여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한미 연합군사 훈련 역시 남북한 간 풀리지 않는 숙제라 할 수 있다. 북한은 지속적으로 연례 한미연합군사 훈련에 대해 지극히 비판적이고 부정적인 태도를 고수해왔으며 남북대화의 전제조건으로 한미 군사연합훈련 중단을 내세우고 있다. 금년 8월에도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하라고 모든 미디어 매체를 동원하고 남한 NGO 단체들에게 군사훈련을 중단하라고 독려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한미 당국은 이러한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은  한미 군사연합훈련 중단과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북은 인공위성발사 주장)나 제4차 핵실험 동결을 맞교환하자고 제의한 바 있지만 한미 당국은 이를 거절하였다. 이러한 상황 아래 건전한 남북관계의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남북관계의 정상화를 위해 박근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하기위해 특사 교환이 가장 바람직한 대안 중 하나라고 믿는다. 물론 일각에서는 전망이 밝지 않다고 예측하고 있으나 9월3일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하였고 김정은 제1위원장이 참석했더라면 좋은 남북정상의 접촉기회가  되길 기대했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외교 채널을 통해 정상회담을 추진하기 위한 특사교환의 의지만 있다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앞으로의 남북관계는 한반도 문제의 핵심행위자인 중국의 국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김정은 시대의 북중관계는 과거에 비해 그리 순탄해 보이지는 않으나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행사를 계기로 북중관계의 개선을 기대 한다. 한 가지 다행한 사실은 중국은 여전히 북한체제(DPRK)의 붕괴를 바라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과 한국 역시 이러한 점에 동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북한이 붕괴되면 미·중 군사개입이 불가피하며 개입방식에 있어 미·중간 합의를 이루지 못할 경우 발생할 미·중간 군사적 충돌의 위험을 한반도 문제에 관련한 모든 행위자들이 우려하고 있다. 일부 보수논객들이 희망사고인 북한의 붕괴가 통일로 이어진다는 망상은 이제 버려야 마땅하다.

대미, 대중 균형외교가 바람직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박근혜 정부가 추구해야 할 전략을 안미경중(安美經中)이라 공언한 바 있다. 이 말의 참뜻은 너무 한쪽으로 기울지 말고 대미·대중 균형외교(均衡外交)를 추진하자는 뜻일 것이다.  안보는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반면 경제적으로는 전략적 파트너인 중국과의 관계를 공고히 하여 미중 사이 균형외교론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미·중간 균형외교와 관련하여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THAAD) 한반도배치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지난 6월에 한반도 미래전략연구원에서 실시한 전문가 설문조사에 따르면 60%가 사드 배치를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현시점에서는 미국의 편에 선 배치 결정이나 중국의 편에 선 반대 결정보다 사드 관련된 모든 정보가 명백히 밝혀질 때까지 결정을 보류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미국정부의 대북정책 전환 필요

다음으로, 미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의 여러 가지 원인 중에 몇 가지만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로 미국은 북한을 핵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미국의 뜻대로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강경책을 구사하고 있고, 둘째로 북한의 핵 위협을 강조하여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한미일간 3국 군사동맹 체제를 강화하고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 국가들에게 신무기를 팔아 중국의 견제용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셋째로 미국 내 군산복합체가 지니는 힘을 고려하였을 때 미 정부는 새로운 무기를 한국과 일본에 판매하기 위한 목적으로 북한의 핵위협과 군사적 위협을 강조하는 듯 보인다.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여 신무기를 개발·판매하여 침체된 미국경제도 살리고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고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처하기 위하여 대북 강경책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오바마 2기의 대북 강경책은 한반도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이란과 핵 거래를 성공적으로 추진한 이후 북한과의 대화를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북미관계 개선은 오바마 재임 기간 중에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반도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미·중 공조체제가 전제조건이라 할 수 있다. 미·중 공조체제 형성을 위해 한국 정부는 미·중 사이 균형외교를 추진해야 한다. 미·중 공조 없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은 이룰 수 없다. 안보를 위해 한미 군사동맹 체제를 유지함과 동시에 중국과도 경제적으로 좋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국익 증진에 가장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미·중에 비해 그 역할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일·러 역시 한반도 문제 해결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행위자이다. 일본과 러시아가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 일본은 북일 관계 개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북일 관계 개선을 통해 북미 관계 개선을 이끌고 4강의 교차승인이 북한의 안보위협을 감소시키고 궁극적으로 한반도평화체제 구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러시아는 한·러·북·중 4국간 러시아극동지역에서의  경제적 협력관계를 증진시키고 북한을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도록 보다 적극적인 경제협력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한의 핵포기를 위한 조건

그러면 지난 6년 반 동안 교착상태에 빠진 6자회담은 물 건너가고 있나? 최근 북한의 6자회담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고려했을 때 6자회담은 이제 무용론이 되어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북한의 안보불안감 해소, 적대적 국가로 포위공격의 정신적 강박증(피포위증, siege mentality)으로부터 해방,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이 사라진다면  궁극적으로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고 한반도 비핵화를 현실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면 북한에게 핵을 포기시키기 위한 구체적 방안은 무엇인가? 가장 주요한 조치는 북미간 적대관계 청산을 통해 북미관계의 외교정상화, 미·중·남·북한 4자간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 등 북한의 포위공격의 강박증으로부터의 해방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북핵 포기의 전제조건인가? 북한의 피포위증(siege mentality)으로부터 해방이 가능한가? 이에 대한 필자의 견해는 긍정적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방시킬 것인가? 바람직한 출구전략은? 피포위증으로부터 해방을 어떻게 실현해야 하나? 이는 남북한이 8.25 남북합의의 틀을 존중하고 이 틀을 깰 수 있는 모든 적대적인 도발은 자제하고 금지함으로써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남과 북이 진정성을 갖고 건설적인 남북대화를 통해 고위 남북당국자의 공동성명에서 5.24 해제조치, 유엔의 대북 제재의 단계적 완화, 한미 군사훈련 잠정적 중단, 한반도 평화포럼 개최, 4자간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 등 남북합의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4자간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과 관련하여 남북한 간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미·중이 보장하는 소위 2(남북)+2(미중) 방안은 과거 한국정부의 공식적 입장이었지만, 현 정부의 공식적 입장은 아닌 듯하다. 현 한·미 양 정부는 북.미간 평화협정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한·미 간에 합의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 한반도 평화협정(조약)은 관련국가인 미·중·남·북 간 다자 평화조약이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한미 간 합의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북미 평화협정이나 남북 평화협정보다 다자 평화조약 속에 남북 평화합의문, 북미 평화합의문 그리고 한중 평화합의문을 포함한, 즉 미·중·남북한 4자간 한반도 평화조약을 주장한다. 이러한 조약은 유엔에 등록하여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보장하는 다자 평화조약으로 어느 평화협정보다 강력한 구속력을 가진 국제조약이 되어야 할 것이다.

남북 간 한반도 통일의 공동방안에 대한 남북합의의 필요성

  또한 통일의 개념을 재정의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통일은 영어로 ‘unification’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북한에서는  재통일, 즉 ‘reunification’이라 번역된다. 그러나 통일은 분단된 조국의 재통일이 아니라 분단조국을 하나의 코리아, 즉 ‘One Korea’국가건설을 하는 것으로 재정의 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새나라 건설을 위한 청사진이 통준위를 비롯한 그 어느 기관에 의해서도 제시되고 있지 않는 이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 결과 현재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은 그 구호만 요란스럽다. 남과 북이 합의에 의한 평화통일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 일각에서는 남과 북의 상이한 이념과 체제로 인해 합의에 의한 평화통일은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강변하지만 이는 매우 근시안적인 편견이라 할 수 있다. 수렴이론(收斂理論)에 따르면 상이한 이념과 체제의 두 국가가 더 높은 단계의 복지국가로 발전할 시 두 체제의 동질성을 기반으로 하여 합의에 의한 통일이 가능하다. 합의 통일은 장기적인 청사진에 따라 평화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 한민족 역사에서 신라와 가야가 평화적 통합사례는 큰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북한의 통일방안인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과 남한의 통일 방안인 3단계 민족공동체방안은 각자의 입장만 내세울 뿐 서로가 수용할 수 없기에 새로운 공동통일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과거 남북이 6.15 공동선언 제2항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북의 연방제안과 남의 연합제안 간 공통점이 있다는 점에 합의한 점을 고려하였을 때 서로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개발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과제는 아닐 것이다. 남북이 수용할 수 있는 통일 방안에 대한 하나의 대안으로서 필자는 중립화를 통한 원코리아(One Korea) 통일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통일뉴스 2010.10.28, 곽태환 칼럼 참조).

출구전략 없나?

 그러면 어떻게 해야 건전한 남북대화를 이룰 수 있는가? 다시 말해 출구전략은 무엇인가? 북한과 남한의 접근방법의 전환이 필요하다. 북한의 정치·군사적 접근(대북적대정책 포기: 한미군사 훈련 중단, 5.24 조치 해제, 대북전단 살포 중지, 핵우산 철거, 주한미군 철수 등)과 남한의 신기능주의적 접근(작은 통일론: 남과 북이 쉽게 합의할 수 있는 남북공동 협력사업, 환경, 인프라, 인도적 문제 등)이 서로 충돌하고 있어 현재 남북대화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제는 남북한 양자 모두가 인식의 전환을 통해 동시에 변화해야 할 시점이다.

  그러나 북한의 태도를 비난하거나 일방적인 변화를 강요하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북한 스스로 변화하고 개혁·개방할 수 있도록 국내외 유리한 환경조성을 위해 남한도 스스로 변화하여야 한다. 먼저 북한의 붕괴로 인한 흡수통일론의 망상에서 해방되어야 한다. 앞서 지적한대로 북한의 붕괴는 결코 통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고 남한경제 발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최근 카네기 평화연구 소의 한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북한 붕괴 시 미.중간 무력대결은 피할 수 없으며 동북아 안보환경에 큰 변화를 가져 올 것이라고 한다. 미·중공조가 한반도 문제해결의 전제조건이며 북한의 붕괴는 한반도 통일에 바람직한 결과가 아니라는 점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이제는 남과 북이 서로가 지닌 주권국가의 실체를 인정해야할 때이다. 향후 통일코리아를 지향하는 국제법적으로 대한민국(ROK)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간 기본조약 체결이 바람직하다. 이런 법적 절차를 통해 두 유엔회원국간 평화공존 체제의 제도화를 이뤄 공생·공존·공영의 행복하고 평화로운 새로운 한반도 시대가 열리게 되길 기대한다.

 

미국 클레어먼트 대학원 대학교 국제관계학 박사(1969). 

미국 이스턴 켄터키 대 국제정치학 교수(1969-1999);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1995-1999); 통일연구원 원장(1999-2000). 

현재 경남대 석좌교수, 미국 이스턴 켄터키대 명예교수, 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한반도 중립화통일협의회 이사장, (사) 동북아 공동체연구재단 상임고문, 통일전략연구협의회 (Los Angeles)회장. 

31권의 저서, 공저 및 편저; 200편 이상의 학술논문출판; 주요 저서: 국제정치 속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구상 (1999). 

공저: 한반도평화체제의 모색 (1997)등; 영문책 Editor &Co-editor: North Korea and Security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 (Ashgate, 2014); Peace-Regime Building on the Korean Peninsula and Northeast Asian Security Cooperation (Ashgate, 2010)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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