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사랑은 목숨을 건 비약(키에르케고르)

 

 선운사에서
 -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일 년에 수십 명의 여자가 한 때 연인이었던 남자로부터 살해당한다고 한다. 스토커, 폭행까지 합치면 이른바 ‘데이트터 폭력’은 엄청난 숫자가 될 것이다. 

 꽃은 활짝 피고서 깔끔하게 지는데.

 왜 우리의 사랑의 꽃은 활짝 피우고선 깔끔하게 지지 못하는가?

 ‘집착’ 때문일 것이다. 집착을 끊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게 가능할까?

 가슴에 활짝 피어난 꽃을 우리의 자유의지에 의해 지울 수 있을까?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나는 우리가 10대에 사랑을 꼭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10대에는 누구나 ‘순진무구한 사랑’을 할 수 있다. ‘죽어도 좋은 사랑’을 할 수 있다. 

 그렇게 꽃을 활짝 피우고서도 그들은 깔끔하게 지울 수 있다. 그들의 순진무구한 가슴은 떠나는 상대방을 깔끔하게 놓아줄 수 있다.

 물론 본인 스스로는 죽음 직전까지 갈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죽지 않는다. 그들은 니체가 말하는 ‘망각의 미덕’을 지니고 있으니까.

 그들은 또 다른 사랑의 꽃을 활짝 피울 것이다.   

 사랑의 꽃을 피우고 지우면서 그들은 성숙해갈 것이다.

 이성간의 사랑이 동료애, 인류애로 확산해 갈 것이다.

 하지만 10대에 지식위주의 공부만 하다가 20대 이후에 사랑을 하는 우리는 사랑의 꽃을 활짝 피울 줄 모른다.

 ‘계산’이라는 이물질이 끼어든 사랑은 활짝 피지도 못하고 깔끔하게 지지도 못한다.   

 집착을 놓을 줄 모르는 그들은 미친 듯 폭력을 향해 달려간다.

 초등학교 시절 포르노를 보고 사랑을 배우고 10대에는 지식만 쌓은 남녀가 어떻게 사랑을 제대로 할 수 있단 말인가? 

 ‘데이트 폭력’을 집착 때문이라고 말하지 말자!

 집착 없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10대에 사랑의 집착을 끊는 법을 배우지 못하면 우리는 평생 사랑의 집착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사랑이 없는 세상에 사는 우리는 얼마나 삭막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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