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저녁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토크콘서트 형식으로 반헌법행위자열전편찬위원회가 출범했다. 왼쪽부터 서해성, 김정헌, 이해동, 한홍구.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역사 왜곡을 방치하다가는 자다깨면 유신시대로 돌아가는 일은 불을 보듯 뻔한 것 같다." 

12일 오후 7시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서 토크콘서트 형식으로 열린 '반헌법행위자열전편찬위원회(이하 편찬위)' 출범식에서, 편찬위 공동대표인 이해동 목사는 "독재의 잔혹한 고통의 멍에를 메고 오랜 세월 신음하던 우리가 가까스로 민주회복을 이뤘는데 지금 그 민주주의가 누란의 위기에 처했다"면서 이같이 개탄했다.

그는 "이런 위기의 요인을 자신들에게서 찾을 수밖에 없다. 우리가 철저하지 못했던 것, 과거청산을 올바르게 하지 못한 것을 뉘우쳐야 하겠다"면서 "오늘 출범하는 반헌법행위자열전편찬위는 이런 뉘우침을 바탕으로 역사 기록을 올바르게 함으로써 현재의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을 뿐 아니라 미래의 역사를 올곧게 세워가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목사는 고 문익환 목사의 시 '잠꼬대 아닌 잠꼬대'의 한 구절을 인용해 "이 작업은 벽을 문이라고 지르고 나가야 하고, 바위를 맨발로 걷어차야 하는 것과 진배없는 힘겨운 작업"이라며 "오늘의 역사를 책임있게 살려고 노력하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출범식은 존 레논의 'Imagine' 합창으로 막을 열었다. 

신인령 전 이화여대 총장은 박정희 유신독재 말기인 1979년 3월 '크리스챤아카데미 사건'으로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고초를 겪었던 기억을 털어놨다. 자신을 기소했던 검사가 '6공화국의 황태자'였던 박철언 씨라는 것. 

▲ 존 레논의 'Imagine' 합창으로, 막을 열었다.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뒤에 헌법학회에 갔다가 박 씨와 마주쳤다. 나는 외면했는데 제자들이 박씨에게 "우리 선생님을 잡아넣으셨다면서요?"라고 하니, 박씨가 살갑게 대하며 "그냥 잊어버리시라"고 하더라." 

사회자인 서해성 씨는 "잊어버리라는 게 그들의 요구"라고 지적했다. 서 씨는 이날 박근혜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발표한 사실을 상기시키며 "우리더러 열전을 빨리 쓰라고 재촉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사업을 끌고온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도 "자기들 이름을 사전에서 빼놓을까봐 저러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국정화 방침' 발표자인 황우여 교육부총리는 1980년대 대표적인 공안사건인 '학림사건(1981)' 재판을 담당한 판사였다.    

가수 안치환 씨는 "해방 직후로 돌아간 것 같다. 아무 것도 아닌 일을 끊임없이 이념 논쟁으로 끌고 들어간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김영랑 시인이 쓴 '모란이 피기까지는'이 있다. 맨 마지막 구절이 인상적이다. '나는 기다릴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아마 해방 전 일제 강점기에 시인이 조국의 광복을 찬란한 봄에 빗대 표현한 부분이 있다"며 '모란이 피기까지는' 노래를 들려줬다. 

편찬위에 따르면, '반헌법행위자'는 대한민국의 공직자 또는 공권력의 위임을 받아 일정 직무를 수행하는 자로서 그 직위와 공권력을 이용하여, △학살.내란.고문조작.부정선거.각종 인권유린 등의 반헌법 행위를 지시 또는 교사한 자, △이런 반헌법 행위에서 주요 임무를 수행한 자, △반헌법 행위를 방지하거나 고발할 책임이 있으면서 이를 적극 묵인 또는 은폐한 자, △반헌법 행위 또는 행위자를 적극 비호한 자를 뜻한다. 

편찬위는 강우일(주교), 김정헌(화가), 김중배(언론인), 신인령(전 이대 총장), 이만열(역사학자), 이해동(목사), 홍세화(언론인) 씨를 공동대표로 위촉했다. 강정구 교수와 고은 시인 등 64명을 고문으로, 강내희, 진중권, 한홍구 교수 등 100명을 1차 필진으로 위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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