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노동당 창건 70돌 특집>

북한의 집권당인 조선노동당이 오는 10일 창건 70주년을 맞는다. 건국보다 창당이 2년이나 앞선 셈이다. 당 우위의 국가인 북한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조선노동당에 대한 이해가 필수라 할 수 있다.

<통일뉴스>는 조선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아 이 당이 걸어온 길을 규약과, 인물, 정책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김정은 시대의 조선노동당을 조명해보고자 한다.

<연재 순서>
1. 당 규약으로 본 조선노동당 70년
2. 인물로 본 조선노동당 70년
3. 정책으로 본 조선노동당 70년
4. 김정은 시대의 조선노동당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급서로 열린 ‘김정은 시대’는 2012년 4월 제4차 당대표자회를 기점으로 본격화됐다. 이 회의를 통해 김정은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로 추대됐고, 당 조직을 정비했으며, 당규약도 개정해 조선노동당을 ‘김일성동지와 김정일동지의 당’으로 규정했다.

김정은 1비서는 이듬해 3월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을 채택해 김정은 시대의 전략적 노선을 확정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김정은 1비서는 7차례의 당 정치국 (확대)회의와 7 차례의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개최하는 등 당 공식 회의를 주재했다.

앞선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기, 사회주의진영의 몰락과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선군정치가 전면에 등장해 노동당의 공식 회의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때에 비하면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김정은 시대의 조선노동당은 당규약에 명시된 대로 ‘사회의 령도적 정치조직이며 혁명의 참모부’로서의 역할을 회복해 가고 있는 셈이다.

당 규약과 유일사상 10대원칙 개정

▲ 2012년 4월 11일 제4차 당대표자회에서 조선노동당 제1비서로 추대된 김정은 최고사령관. 김정은 시대의 본격 개막을 알렸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김정은 시대 조선노동당을 제4차 당대표자회(2012.4.11)에서 개정된 당규약 서문을 통해 살펴보면, “조선로동당은 위대한 김일성-김정일주의를 유일한 지도사상으로 하는 김일성-김정일주의당, 주체형의 혁명적당이다”라고 정식화하고 “조선로동당은 위대한 김일성동지와 김정일동지를 영원히 높이 모시고 경애하는 김정은동지를 중심으로 하여 조직사상적으로 공고하게 결합된 로동계급과 근로인민대중의 핵심부대, 전위부대”라고 규정해 김정은 1비서를 당의 최고지도자로 명기했다.

또한 기존대로 “조선로동당은 주체사상교양을 강화하며... 맑스-레닌주의의 혁명적원칙을 견지한다”면서 “근로인민대중의 모든 정치조직들가운데서 가장 높은 형태의 정치조직이며 정치,군사,경제,문화를 비롯한 모든 분야를 통일적으로 이끌어나가는 사회의 령도적 정치조직이며 혁명의 참모부이다”고 당 우위의 원칙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당규약 개정 못지않게 주목해야 할 것은 북한 인민들의 일상 활동의 규범으로 작용하고 있는 1974년 제정된 유일사상 10대원칙이 39년 만에 개정된 점이다. 2013년 6월 개정된 ‘노동당 유일사상 체계 확립을 위한 10대원칙’은 김일성에 더해 김정일을 영원한 수령으로 규정했고, 2012년 4월 개정 헌법 서문에 핵보유국을 명기했듯이 개정 10대원칙 서문에 “핵무력을 중추로 하는 군사력과 자립경제를 가진 위력을 떨치게 됐다”고 ‘핵무력’을 포함시켰다.

또한 제6조 4항 “개별적 간부들의 직권에 눌리워 맹종맹동(맹목적으로 복종해 행동하는 것) 하거나 비원칙적으로 행동하는 현상을 철저히 없애야 한다”거나 5항에 단결을 파괴하는 현상으로 ‘동상이몽’과 ‘양봉음위’(겉으로는 복종하는 체하면서 내심으로는 배반함)을 적시한 점, 제7조에 배척해야 할 대상으로 ‘세도(勢道)’를 가장 앞세우는 등 장성택 사건을 예고했다. 동상이몽과 양봉음위는 이후 장성택 판결문에 그대로 등장하는 단어다.

김정은 1비서는 2013년 8월 25일 선군절 담화에서 “당조직들은 당의 유일적령도체계를 세우는것을 당사업의 주선으로 확고히 틀어쥐고 모든 일군들과 당원들과 근로자들이 령도자의 사상과 령도를 충직하게 받들며 모든 사업을 당의 사상과 의도에 맞게 해나가도록 하여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군부 권한 축소와 당 행정부 해체

▲ 2015년 3월 9일 기준으로 통일부가 작성한 조선노동당 권력기구도. [자료출처 - 북한정보포털]

당 규약과 유일사상 10대원칙 개정이 김정은 시대 조선노동당의 제도적 기틀을 다진 것이라면, 당 우위 원칙을 현실화하는 과정은 부득이하게 권력 재분배를 수반하게 된다. 즉,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기 선군정치와 측근정치의 결과 비대해진 군부와 당 행정부의 힘을 덜어내는 과정이 필수 사항이었던 셈이다.

먼저 선군정치 과정에서 과도하게 힘이 집중된 군부에 대한 정지작업이 진행됐다. 2012년 7월 15일 당 정치국회의에서 당 정치국 상무위원이자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인 리영호 군 총참모장이 전격 해임됐다. 앞서, 한때 군부실세로 등장했던 당 정치국 위원 김정각도 인민무력부장에서 해임된 뒤 김일성군사종합대학 총장으로 밀려났다.

뿐만 아니라 김정은 1비서는 세대교체와 잦은 군인사를 통해 군부의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오극렬, 현철해 등 원로급들이 일선에서 퇴장했고, 인민무력부장이 수시로 바뀌는가 하면, 군 최고위급 인사들의 계급장이 하루아침에 높아졌다 낮아졌다를 반복하고 있다. 김정은 시대 들어 최룡해와 황병서 등 비군부 출신 당 고위 인사들이 군 핵심요직인 총정치국장에 임명된 것도 군에 대한 당적 통제 의지로 읽힌다.

지난 5월 국정원이 국회에 총살설을 보고해 물의를 빚은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의 퇴진에 이르기까지 최근 북한의 군부 물갈이는 상당한 속도와 폭으로 진행됐고, 그 방향은 대체로 세대교체와 충성심 강화, 권력분산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과도하게 힘이 집중된 장성택과 당 행정부를 제거함으로써 당이 정상화 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 2013년 12월 8일 당 정치국 확대회의는 장성택 당 행정부장의 반당반혁명적 종파행위 문제를 토의했고, 12일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에서 국가전복음모행위로 사형을 선고하고 즉시 처형했다.

조선노동당은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를 양대 축으로 하여 각 전문부서들이 맡은 영역을 책임지고 일하는 체계지만 장성택은 조직지도부에서 행정부를 떼어내 힘을 집중시켰다. 장성택 판결문은 “놈이 있던 부서와 산하기관의 아첨분자, 추종분자들은 장성택을 《1번동지》라고 춰주며 어떻게 하나 잘 보이기 위해 당의 지시도 거역하는데까지 이르렀다”고 적시했고, 당 행정부는 해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 공식 회의체계 정상 가동

▲ 김정은 시대 조선노동당 공식 회의 일람. 7차례의 당 정치국 (확대)회의와 7차례의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가 개최됐다. [자료제공 - 통일부]

김정은 시대의 당 활동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공식 회의체계가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정은은 등장부터 당의 공식적 회의 과정를 거쳤다. 1980년 제6차 당대회를 마지막으로 공식 당대회나 당대표자회가 열리지 않던 상황에서 2010년 9월 28일 제3차 당대표자회를 통해 김정은이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돼 후계자임을 내외에 과시했다.

김정은 1비서는 집권 직후인 2012년 4월 11일 제4차 당대표자회에서 당 제1비서로 추대됐고, 당조직을 정비했다. 특히 최룡해는 당 정치국 상무위원과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선출돼 실세로 급부상해 주목받았다.

특히 제4차 당대표자회에서 보선된 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과 정치국 위원, 후보위원의 약력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이례적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물론, 이같은 흐름은 이미 김정일 시대 후반기부터 시작된 것이다. 2009년 4월 9일 개최된 최고인민회의 제12기 제1차 회의에서 선출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와 국방위원회 간부들의 사진이 공개된 바 있다.

이어 2013년 3월 31일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병진노선을 채택하고 정치국과 전문부서의 인선을 마무리했고, 박봉주 당 부장이 정치국 위원에 이름을 올린 점이 가장 두드러졌다.

또한 5년 만에 소집된 조선노동당 제4차 세포비서대회(2013년 1월 28~29일) 역시 김정은 시대 당 정상화 과정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김정은 1비서는 “당세포는 당원들의 당생활거점이고 군중속에 뻗어있는 당의 말단신경이며 당정책관철의 척후대”라면서 “세도와 관료주의를 반대하는 투쟁은 모든 당조직들과 당원들이 다 떨쳐나서야 할 전당적인 사업”이라고 말해 마치 장성택 숙청을 예고하는 듯 했다.

무엇보다도 3년여에 불과한 김정은 시대에 정치국 회의 4회와 정치국 확대회의 3회 등 모두 7차례의 정치국 (확대)회의가 열린 점은 당 정상화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들 회의에서 리영호 직무 해임, 장성택 숙청 등 ‘조직문제’를 비롯해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신설’과 ‘당창건.해방 70주년을 혁명적 대경사로 맞이하기 위한 대책적 내용’ 등 중요 사안들이 공식 의결됐다.

뿐만아니라 당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 역시 7차례나 열려 군사적 긴장상태 등 현안들을 처리했다. 특히 지난 8월 20일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군사적 대치 상황에서 열린 당중앙군사위 비상확대회의에서 김정은 최고사령관은 48시간 내 확성기 방송 중단을 요구하면서 전선지대 준전시상태 돌입 명령을 하달하기도 했다.

이처럼 당의 최고 정치, 군사 분야 회의체인 정치국 (확대)회의와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가 국가적 주요 사안을 의결하는 단위로 자리잡아 가고 있고, 이 점이 김정은 시대 조선노동당의 정상적 지위와 역할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세도.관료주의.부정부패와 경제강국.병진노선

▲ 남북간 군사적 대치 상황에서 지난 8월 20일 열린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 모습. 김정은 최고사령관의 전선지대 준전시상태 명령이 하달됐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김정은 1비서는 당 창건 70돌에 즈음해 지난 4일 ‘위대한 김일성, 김정일동지 당의 위업은 필승불패이다’라는 담화를 발표, “모든것을 인민을 위하여, 모든것을 인민대중에게 의거하여!”라는 구호를 제기했다.

김 1비서의 담화에는 조선노동당이 처한 현실적 과제들이 잘 드러나 있다. 먼저, “조선로동당의 70년력사는 김일성, 김정일동지 당의 위업의 정당성과 필승불패성을 과시한 자랑찬 승리의 력사”라고 규정하고 “자주, 선군, 사회주의는 우리 인민의 지향과 우리 나라의 실정에 맞는 조선혁명의 좌표이고 기본주로”라고 제시하고 있다.

특히 “전당적으로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행위를 반대하는 투쟁을 강도높이” 벌이자거나 “사회주의화원에 자본주의독초의 사소한 싹도 절대로 돋아나지 못하게 하여야 한다”는 대목 등은 현재 조선노동당이 직면한 고민들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현실발전의 요구에 맞게 인민정권의 사업체계와 방법을 개선하고 사회에 대한 국가의 통일적지도와 경제조직자적기능을 강화하여 강성국가건설을 힘있게 추동하여야 한다”는 점과 “당의 자위적군사로선과 병진로선을 철저히 관철하여 국방력을 더욱 강화하여야 한다”는 점 등 국가의 전략적 구상을 실현하는 문제일 것이다.

나아가 “민족의 숙원인 조국통일의 력사적위업을 기어이 실현”하는 문제나 “자주적인 대외정책을 관철하여 세계자주화위업실현에 이바지”하는 문제 등의 장기적 과제들도 놓여있다. 당 창건 70주년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방북하는 류윈산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은 당 선전부장이자 서기처 서기를 맡고 있는 당쪽 인사로 중국과의 관계개선의 실마리도 전통적인 ‘당 대 당 외교’로 풀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김정은 시대 4년차에 창건 70주년을 맞은 조선노동당이 ‘김일성, 김정일 당’에서 ‘김정은 당’으로 세대교체를 이루고 경제강국 건설과 병진노선 실현 등 주어진 역사적 과제들을 온전히 수행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수정, 11일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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