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반전의 기회를 못 찾던 북한과 중국의 관계에 변화가 올 것인가? 류윈산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의 방북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북한은 숨기지 못한다. 협상할 땐 포커페이스일지 모르지만 맞붙을 땐 속내를 그대로 드러낸다. 최근 중국 국경절인 신중국 건립 66주년(10월 1일) 축전이 한 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두 문장으로 된 짧은 축전을 보냈다. 지난해엔 세 문장이었는데 이마저 줄고 양국의 상투적인 인사치레인 친선 관계를 강조하는 표현도 생략됐다. 중국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이다. 이처럼 경색된 북중 관계에다 특히 북한의 위성 발사가 점쳐지는 시기이니 류 상무위원의 방북이 주목을 끄는 것은 당연하다.

전반적으로 북중 관계가 회복될지가 관건이다. 양국 관계는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냉각된 것으로 판단되며, 특히 대표적 친중파로 꼽혀온 장성택의 처형으로 사실상 관계가 끊긴 것으로 회자돼 왔다. 김 제1위원장은 지난 9월 3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항일전쟁승리 70주년 기념행사에 초청을 받았으나 거절하고 대신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참석한 바 있다. 이때에도 양측은 별다른 수수(授受)가 없던 것 같다. 게다가 최근 북한의 위성 발사 가능성을 두고 중국이 제동을 거는 모양새다. 양국 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어왔다는 것이다. 이런 판에 류 상무위원의 방북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먼저, 국제적 관심사인 위성 발사 문제다. 일단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에 즈음한 위성 발사는 물 건너 간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북한이 자국의 잔칫날에 위성 발사를 고깝게 여기는 중국의 손님, 그것도 중국 공산당 서열 5위를 불러놓고 위성을 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식으로 표현하자면 ‘공산주의자에게도 도덕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위성을 발사한다면 이는 초청받은 중국의 체면을 엉망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그 이전에 북한의 부도덕성을 만천하에 알리는 일이 될 뿐이다.

다음으로, ‘당 대 당’의 복원이 기대된다. 북한과 중국의 창건 이래 양국의 관계를 이끌어온 견인차는 단연코 당이다. 조선노동당과 중국공산당. 과거 양국의 최고지도자가 상호방문 할 때 대부분 당 대 당의 협의 하에 갔다. 그렇지 않아도 시진핑 체제 출범 이후 중국이 북중 관계를 당 대 당의 특수관계가 아닌 외교당국 차원의 정상적 국가관계로 재편하려 한다는 관측이 제기돼왔다. 그렇다면 이제 중국 측이 양보하는 모양새다. 마침 북한에서 류 상무위원을 초청한 주체가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이며, 중국에서 류의 방북을 발표한 주체가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다. 알다시피 대외연락부는 ‘당 대 당’ 외교를 전담하는 부서다. 발표에서도 나왔지만 이는 중국이 정부가 아닌 공산당 대표단을 보낸다는 의미이다. 양국 관계에서 당 대 당이 복원된다면 기본 관계가 회복되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또 하나의 관심은 류 상무위원이 김정은 제1위원장과 만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류 상무위원은 시진핑 주석의 특사 자격이기에 면담이 성사될 공산이 크다. 만난다면 류 상무위원은 시 주석의 대북 메시지를 전할 것이다. 그 요지는 당연히 양국의 관계 회복 문제. 이로부터 양국은 고위급 왕래 문제가 논의될 것이고 특히 김 제1위원장의 중국 방문 문제는 논의의 화룡점정이 될 것이다. 김 제1위원장의 방중 문제는 그가 최고지도자가 된 후 아직 외국에 나가거나 국제무대에 데뷔한 적이 없기에 중국으로서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북중 관계가 단번에 복원될 것으로 속단하기는 이르다. 양측은 주요 쟁점 중에 하나인 위성 발사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부딪히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위성 발사가 “주권국으로서의 자주적 권리”이기에 언제고 쏘겠다는 것이고, 이에 반해 중국은 북한의 위성 발사를 겨냥해 “한반도에 긴장을 조성하거나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되는 어떤 행동도 반대한다”고 수차례 밝혀왔다. 어느 쪽도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다고 류 상무위원의 방북이 별무성과로 되진 않을 것이다. 양측은 일단 쟁점은 남겨두고 진행할 것은 진행할 것이다. 중국식으로 말하자면 ‘구동존이’(求同存異)인 것이다. 따라서 양국은 류 상무위원의 방북을 계기로 관계회복에 나설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위성은 언제고 창공을 향해 날 것이고, 그때 중국은 또 새로운 고민에 들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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