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영 목사 / NK VISION 2020 대표

이번 주부터 북측의 민간 요리를 다룬 ‘북한의 별미를 찾아서’가 몇 회에 걸쳐 연재될 예정입니다. 필자가 방북기간 중에 맛 본 북측의 각종 민간 요리와 특별식 등을 소개하는 목적은 음식문화를 통해 남과 북이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고 민족적인 가치로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보고자 하는데 있습니다. / 필자 주


 

▲ 서해 대합조개의 입이 바닥을 향하도록 세우는 장면. [사진제공 - 최재영]

서해갑문 해변에서 ‘휘발유 조개구이’를 처음 맛보다

나와 일행은 평양시 만경대구역의 대동강과 보통강이 만나는 합류 지점이 내려다보이는 산 정상에 위치한 량강호텔 인근에 위치한 ‘휘발유 조개구이’전문점을 찾았다. 이름 그대로 ‘두 개의 강물이 흐르는 전망’을 내려다 볼 수 있는 량강호텔은 매우 아름다운 위치에 자리 잡고 있었으며 호텔 진입로를 따라서 도보로 2-3분 거리를 내려가다 보면 좌측에 ‘소나무동산’이라는 간판이 나온다. 그곳이 바로 필자가 찾던 ‘휘발유 조개구이’전문점이다.

며칠 전 서해갑문을 방문한 후 점심시간에 먹어본 ‘휘발유 조개구이’맛에 흠뻑 빠진 나는 다시 한번 ‘휘발유 조개구이’가 먹고 싶어 견딜 수 없어 평양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이곳 ‘소나무동산’을 찾은 것이다. 서해갑문은 북한이 전 세계에 자랑하는 역사적 기념물인데 그곳 전망대 부근에 자리 잡고 앉아 휘발유를 조금씩 뿌려가며 구워먹던 북한 고유의 휘발유 조개구이 진미를 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날 서해갑문 해변에서 조개구이를 처음 접했을 때는 “과연 자동차 연료인 휘발유로 구운 조개를 위생상 먹을 수 있을까?”라고 의심했었으나 한 번 맛을 본 후 그 맛을 잊지 못해 며칠 후 또 다시 평양시내에 있는 유명한 ‘휘발유 조개구이 전문점’을 찾은 것이다. 이후에도 필자는 평양을 떠나기 전에 또 다시 남포에 있는 평화자동차 현지 공장 방문을 마친 후 서남방향으로 4km정도 거리에 있는 와우도의 유원지를 방문해 다시 한번 ‘휘발유 조개구이’를 실컷 먹을 수 있었다.

▲ 서해가 가까워 ‘휘발유 서해대합조개구이’로 유명한 서해갑문 전망대에선 필자의 모습. [사진제공 - 최재영]

 

▲ 평양시내 량강호텔 전경. 호텔 바로 아래 산기슭에는 ‘휘발유 조개구이’전문점이 있다. [사진제공 - 최재영]

휘발유 조개구이전문점 ‘소나무동산’을 방문하다

량강호텔 진입로를 따라 2-3분 내려오다 보니 ‘휘발유 조개구이집’을 알려주는 아치형 간판이 나타났는데 간판의 모양새는 마치 어린이 유원지를 연상케 했다. 입구에 들어서니 산속으로 진입하는 오솔길을 따라 휘발유로 조개를 구울 수 있는 시멘트 구조물들이 다양한 형태로 즐비하게 늘어서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동산 경내에는 정자가 세워져있었고 컨테이너 크기만 한 식당에서는 장사가 성업 중이었다. 휘발유 구이에 사용될 조개 종류는 서해 대합조개이어야만 하며 가격은 북한 돈으로 1kg에 600원이었다. 조개는 무엇보다 크기가 크면서 적당해야 하기 때문에 서해에서 잡은 대합이 가장 좋다고 했다. 우리 일행은 우선 3kg를 주문하고 적당한 구조물을 찾아 자리를 잡고 빙 둘러앉았다.

한번 조개 맛에 길들여진 우리 일행은 해 질 무렵이 되어 시장기가 돌자 군침을 삼키며 조개구이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웃음꽃을 피우며 모든 일행들과 담소를 나누며 요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함지박에 잔뜩 담겨진 대합조개는 어느새 봉사원의 재빠른 손놀림에 의해 물 먹인 야삼포대 위에서 거꾸로 세워진 채 모두 바닥에 깔려 휘발유 점화를 앞두고 있었다. 조개 주둥이는 모두 바닥을 향해 빽빽하게 세워져 준비가 다된 듯했고 잠시 후에 휘발유를 뿌려 불을 붙이려는 순간이 다가왔다.

봉사원은 손님들에게 물수건과 나이프, 그리고 밑반찬으로 깍두기를 가져다주었다. 물수건은 손을 닦은 후 방치하지 말고 나중에 뜨거운 조개를 손으로 집는 용도로 사용하라고 알려주었다. 안내원과 봉사원들은 일행들은 향해 조개구이를 먹는 데 소주가 빠질 수 없다며 이구동성으로 소주를 권유하기도 했다. 어패류 같은 해산물을 먹을 때는 알코올 성분인 소주가 멸균 작용을 한다니 그럴듯한 말이었다. 휘발유 불이 점화되자 일행들은 마치 청소년들이 야영지에서 캠프파이어를 하듯 기분이 들뜨기 시작했으며 구이가 모두 완성되자 일행 중에 한 명은 유리 소주잔을 마다하고 조개껍데기로 소주를 마시는 재치를 보여주기도 했다.

‘휘발유 조개구이’를 모두 완성하면 조개 입이 벌어진다고 하는 말들은 모두 근거 없는 말들인 듯 했다. 다 익었음에도 불구하고 조개들은 여전히 입을 꽉 다물고 있었다. 조개를 까먹으려면 봉사원이 가져다준 나이프로 조개를 뒤틀거나 주둥이를 벌리면 조개가 잘 벌어져 까먹기가 쉬웠다. 밑반찬으로 나온 깍두기는 매우 시원하고 새콤달콤해서 조갯살과 서로 궁합이 맞아 조개구이 맛을 한층 더해주었다.

▲ 휘발유 조개구이 전문점인 ‘소나무동산’입구에선 필자의 모습. [사진제공 - 최재영]

 

▲ ‘소나무동산’ 내부 전경. [사진제공 - 최재영]

 

▲ 컨테이너 크기의 식당모습. [사진제공 - 최재영]

 

▲ ‘휘발유 조개구이’를 요리할 수 있는 다양한 크기의 구조물. [사진제공 - 최재영]

 

▲ 십자가 형태의 조개구이 구조물. [사진제공 - 최재영]

 

▲ 직사각형 형태의 조개구이 구조물.  [사진제공 - 최재영]

휘발유와 알코올, 식용유 등을 조개구이에 활용하다

이날 소나무동산에서 조개를 굽는 과정을 잠시 살펴보면, 우선 휘발유를 소량 흩뿌리고 재빠르게 불을 붙이면 빼곡하게 깔려있던 조개등 위에는 삽시간에 불길이 붙으며 활화산처럼 타오르기 시작한다. 봉사원의 말에 의하면 조개가 3kg 분량이면 12-15분 정도 불을 지펴야 적당하게 구워지면서 맛있는 구이가 완성된다고 한다. 봉사원의 손에 들려진 휘발유병은 강약을 조절하며 물총이 한줄기로 발사되듯 조개위에 뿌려지며 불길을 조절한다. 이때 조개의 주둥이가 모두 바닥을 향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휘발유를 뿌려도 조개 안에는 절대 휘발유가 흘러 들어갈 수가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때 너무 오랫동안 불을 타오르게 하면 조갯살이 타버리거나 질겨서 맛이 반감 된다고 한다. 반면에 너무 불길이 약하거나 타는 시간이 짧으면 덜 익거나 설익어서 먹을 수 없다고 하니 기술적인 노하우가 필요해 보였다. 만일 불 조절에 실패하거나 잘못 구우면  결국 조개구이를 먹을 때 역겨운 냄새가 진동해서 먹을 수 없게 된다고 한다. 약 15분의 시간이 흐르자 어느덧 불길이 모두 꺼지고 잔불이 가물가물 거리며 조개들의 정체가 드러났다. 다 익은 조개들의 모습은 모두 입을 꽉 다문 채 마치 모닥불에 구운 군밤이나 군고구마처럼 시커먼 모습들을 하고 나타나 있었다.

조개구이에는 주로 휘발유를 이용하지만 상황에 따라서 좀 더 고급스럽게 구워 먹으려면 간혹 가격이 비싸거나 구하기 힘든 알코올이나 식용유를 사용하기도 한다고 한다. 아무튼 이날도 저녁식사에 동석한 이들 중에 조개구이를 처음 먹어 본다는 해외교포 한 분이  동석을 했는데 그는 휘발유로 조개를 굽는다고 하니 처음부터 얼굴 표정이 이상야릇했었는데 막상 완성된 조개구이 맛을 한번 보더니 금세 얼굴 표정이 확 달라지며 연거푸 까먹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았다.

조갯살에서는 휘발유 냄새가 전혀 안 났으며 오히려 바다내음이 고스란히 배어있어 싱싱한 맛을 그대로 음미할 수 있었다. 조개구이의 맛에 흠뻑 빠진 일행들은 서로 아무 말 없이 경쟁이라도 하듯 치열하게 까먹기 시작했으며 다 먹은 후에 자신들 앞에 조개껍데기가 얼마큼 수북히 쌓아졌는가를 놓고 승리의 판가름을 하기도 했다.

 

▲ 조개를 모두 세워놓고 점화를 기다리는 장면. [사진제공 - 최재영]

 

▲ 휘발유 불을 붙이는 장면. [사진제공 - 최재영]

 

▲ 요리하는 봉사원이 생수병에 담은 휘발유를 발사하는 모습. [사진제공 - 최재영]

 

▲ 조개구이가 거의 완성되어 잔불만 남은 상태. [사진제공 - 최재영]

 

▲ 나이프는 조개 등을 뒤틀거나 조개 입을 여는데 사용한다. [사진제공 - 최재영]

 

▲ 완성된 조개의 모습. 잘 익어도 입은 닫혀있다. [사진제공 - 최재영]

 

▲ 다 익은 향긋한 조갯살이 알차게 들어있는 모습. [사진제공 - 최재영]

 

▲ 새큼한 깍뚜기는 조개구이의 맛을 한층 돋궈주었다. [사진제공 - 최재영]

전통 재래식으로 하는 휘발유 조개구이 요리 방식

나는 ‘휘발유 조개구이’의 유래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봉사원과 안내원뿐 아니라 여기저기 몇몇 주민들의 증언을 듣기도 했다. 주민들의 증언을 종합해보면 ‘휘발유 조개구이’는 원래 일제시대 무렵부터 자연스럽게 시작되었다고 하는 이들도 있었고, 어떤 이들은 6.25전쟁 시기 군인들과 민간인들에 의해 처음 시작되면서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휘발유라는 물질은 근대 산업화의 과정에서 자동차나 공장의 연료에서만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필자는 두 가지 사례가 모두 격동의 시기를 맞은 이북 지역에서 가능할 수 있다고 여겨졌다.

일부 주민들은 아직도 재래식 방법에 따라 물에 적신 가마니 혹은 야삼포대를 바닥에 깔고 조개를 굽고 있었으며 이것이 사실로 확인이 되었다. 전통적인 방법은 가마니(쌀이나 알곡을 담기 위해 볏짚으로 가마니틀에서 짠 전통적인 볏가마니)나 야삼포대(삼으로 조직해서 짠 다용도 포대)를 준비해서 바닥에 깔고 그 위에서 조개를 굽는 것을 말한다. 이미 물을 먹인 가마니 위에 다시 한번 가볍게 물을 뿌려준 후 가마니 둘레에 돌을 둘러치거나 널빤지를 둘러친다. 그리고 조개가 쓰러지지 않도록 돌이나 널판지에 조개를 의지하게 한 후에 조개가 벌어지는 입 부분이 아래로 가도록 빼곡하게 세운 후, 휘발유를 담은 소주병에 솔잎이나 볏짚을 허술하게 끼운다. 그리고 병을 거꾸로 세워 병마개 입구에서 흘러나오는 휘발유를 조금씩 뿌려가면서 조개를 굽는 방식이다.

그러나 요즘은 간편한 것을 찾게 되다 보니 소주병에서 탈피하여 구하기 쉬운 일회용 플라스틱 음료수나 생수병을 사용하는 추세로 변했다. 50ml 용량의 생수병 마개에 구멍을 뚫어 어린이들이 물총놀이 할 때 물이 발사되듯 휘발유를 발사하며 불길을 조절하는데 이때 사용되는 휘발유 소비량은 서해 대합조개 3kg에 병 1개가 소모되고 6kg에는 휘발유병이 2개 소모된다고 한다. 일반 주민들이 도회지 살면서 휘발유로 조개를 구워먹을 때는 그냥 맨 시멘트 바닥이나 보도블록 위에서 물 먹인 가마니포대나 적삼포대를 깔고 구워먹기도 하며 강변이나 바닷가에서는 깨끗한 모래나 바위위에서 구워먹기도 했다.

▲ 물 먹인 가마니를 활용해 재래식 방법으로 ‘휘발유 조개구이’를 요리하는 모습. [사진제공 - 최재영]

‘휘발유 조개구이’를 즐겨먹는 지역

필자가 경험하고 확인한 바에 의하면 ‘휘발유 조개구이’는 민간에서 유행하는 즉흥 먹거리로서 주민들이 즐겨먹는 흥겨운 특별식으로 이해되었다. 같은 구역원들이나 마음에 드는 이웃이나 친구끼리 어울려 즉석 잔치를 여는 데는 ‘휘발유 조개구이’만한 음식이나 분위기가 없는 것 같았다. 심지어 평양시내에는 ‘휘발유 조개구이 전문점’이 등장할 정도였다. 그러나 함경남북도를 비롯해 서해안 반대편에 사는 동해안 지역주민들과 내륙 지방에 사는 일부 주민들 중에는 ‘휘발유 조개구이’를 접할 기회가 없다보니 아직도 ‘휘발유 조개구이’존재 자체를 잘 모르는 경우도 간혹 있었다.

또한 북한에서는 어부들이 채취한 조개 상당량을 외국에 수출하기 때문에 일반 주민들이 시중에서 손쉽게 구하기가 쉽지는 않은 듯 했다. 그러나 평양시내 한복판 여기저기에서도 ‘휘발유 조개구이’는 성행하고 있었으며 일반 주민들끼리도 민간에서 즐겨먹는 야외용 즉석요리라는 것이 확인되었다.

특히, 평양에서 남서쪽 해안가로 2시간을 이동하면 도착하는 룡강온천호텔, 남포항, 남포에서 차량으로 20분쯤이면 도착하는 와우도 유원지, 서해갑문 등지에서는 ‘휘발유 조개구이’를 오래전부터 인근 지역의 주민들이나 방문객들이 계절에 따라 즐겨먹고 있는 특식이었음이 필자에 의해 확인되었다. 평양시내의 전문점도 별미를 제공했지만 아무래도 가장 최고의 ‘휘발유 조개구이’맛은 서해 대합조개 어획량이 가장 풍부한 항구도시 남포항의 조개구이가 최고 명소로 꼽을 수 있었다.

실내와 실외에서 모두 가능한 ‘휘발유 조개구이’

흔히들 생각할 때 ‘휘발유 조개구이’는 화재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강가나 바닷가 혹은 야외에서만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으나 필자가 확인한 바에 의하면 ‘휘발유 조개구이’는 실제 평양시내 중심부에서도 실내 조개구이 집과 실외 조개구이 집으로 구분되어 영업을 할 정도로 보편화되었다. 또한 전문점이 아니더라도 간혹 주점이나 일반 식당 건물 내부에서도 ‘휘발유 조개구이’를 메뉴에 포함하는 경우도 있었다.

실외 조개구이 전문점의 경우에는 호텔이나 대형 식당 측에서 인근 야산이나 정원에 휘발유 조개구이 전문터를 조성해서 직영하는 경우가 있었으며 평범한 일반 인민들은 관광지나 바닷가에 놀라갈 때 혹은 평소 자신들의 집 앞 마당이나 야산, 주차장, 강변이나 바닷가 백사장과 바위에서 ‘휘발유 조개구이’를 먹기도 한다.

특히 대동강변을 끼고 있는 와우도 유원지에는 소나무 숲이 우거진 언덕 위에 올라서면 멀리 대동강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휘발유 조개구이터가 자리 잡고 있다. 조개구이 전용 구조물은 석공에 의해 만들어졌는데, 넓은 크기의 돌덩이를 사각형으로 다듬은 후에 한가운데가 도톰하게 올라오도록 제작된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네 모서리는 마치 당구대 바닥의 구멍처럼 물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구멍을 뚫어 놓았다. 그 돌판 위에 서해 대합조개를 거꾸로 빽빽하게 세워 놓고 휘발유가 담긴 소주병을 솔잎으로 막은 후 병을 거꾸로 들고 흔들면 휘발유가 솔잎을 타고 흐르면서 조개위로 서너 방울씩 떨어진다.

그 위에 재빨리 불을 붙이면 삽시간에 불길이 붙어 조개들이 지글지글 익기 시작하며 10-15분이면 구이가 모두 완성된다. 조개를 까먹은 후에는 뒤처리를 하기 위해 껍질들을 모아 대동강변 쪽 언덕 아래도 멀리 던져버리는데 이미 언덕 아래에는 그동안 수십 년간 주민들이 내다 버린 조개껍질 무더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 패총(조개무덤)이 형성된 지 오래였다. 이처럼 ‘휘발유 조개구이’는 실내와 실외 모두에서 가능한 요리가 되어 이미 이북에서는 토착화 된 민간요리였다.        

▲ 서해대합조개를 세우는 장면(평양시내 실내 휘발유 조개구이 전문점).[사진제공 - 최재영]

 

▲ 서해대합조개에 불을 점화하는 장면(평양시내 실내 휘발유 조개구이 전문점). [사진제공 - 최재영]

 

▲ 서해대합조개에 불이 타오르는 장면(평양시내 실내 휘발유 조개구이 전문점). [사진제공 - 최재영]

   
‘휘발유 조개구이’는 위생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조개를 굽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화력 연료가 다름 아닌 휘발유라서 혹시 다 익은 조개에서 역겨운 기름 냄새가 나거나 조개 고유의 맛이 변질되지 않을까라는 처음의 내 생각은 기우에 불과했다. 예상과는 달리 시커먼 껍데기속의 하얀 조갯살은 환상적인 맛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비록 조개껍데기는 시커멓게 그을려서 미관상 좋아보이지는 않았으나 막상 조갯살에서는 전혀 역겨운 냄새가 나지 않았으며 오히려 조개의 맛을 향긋하게 되살려주었다.

휘발유에 불이 발생하면 휘발성 물질이 날아간다 해도 휘발유 성분 중에는 다른 유해물질들이 남아있기 마련인데 이 때문에 먹는 사람의 건강이 해롭게 되지 않을까하며 반신반의하였으나 이에 대해 ‘소나무동산’의 조개구이 남성 봉사원은 “오히려 벤젠을 비롯한 휘발유의 여러 성분들은 다른 탄화수소와는 달리 인체에 무해하며 향긋한 냄새를 풍긴다”고 역설했다.

봉사원의 해명을 듣는 순간, 필자는 어렸을 때 시골에서 경험한 휘발유나 석유와 관련된 추억들이 스쳐지나갔다. 등잔불과 남포불에 기름을 채워 넣기 위해서는 특별한 도구가 없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드럼통에 호수를 집어넣고 한쪽 호수 끝을 입으로 강력하게 빨아서 그 흡입 압력으로 남포에 연료를 채웠던 적이 있었다. 또한 예로부터 내가 살던 시골 마을에서는 회충약이 없어서 마을사람들이 회충약을 대신해서 일부러 휘발유를 가끔 소량 복용한 것을 보면서 자랐기 때문에 나에게는 휘발유에 대한 거부감이 전혀 없었으며 인체에는 무관한 것으로 여겨졌다.

굽는 방식과 조개종류가 동해안과 서해안 지역이 달랐다

이북 동포들이 즐겨먹는 조개구이는 서해안과 동해안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서로 요리하는 방식과 조개종류가 달랐다. 특히 서해안 지방에 사는 주민들은 일명 ‘서해대합’이라고 부르는 조개만을 선택해서 휘발유를 뿌려서 그 불에 익혀 먹는 방식이었으며, 서해 대합조개의 가격은 북한 화폐로 1kg에 대략 600-700원(5kg에 3000-3,500원)이었다. 그러나 동해안 지방에 사는 주민들은 일명 ‘대형 섭조개’만을 선택해서 휘발유불이 아닌 장작불로 구어 먹었다. 장작불에 사용되는 섭조개는 일반 홍합과는 다른 조개 종류로서 동해안 중부 이북지역의 바다에 서식하는 자연산이 대부분이었다.

섭조개는 홍합처럼 생겼지만 어른 손바닥만 한 커다란 크기의 조개로서 단백질, 칼슘을 비롯해 마그네슘, 철분 등의 고단위 영양분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동해안의 대형 섭조개의 가격은 서해 대합조개보다는 약간 비싼 가격인데 북한 화폐로 1kg에 대략 700-800원(5kg에 3,500-4,000원) 정도였다.

오염되지 않은 이북 동해안 청정해역의 바다 속에서 채취한 섭조개의 껍데기는 워낙 단단해서 어른이 올라가서 발로 밟아도 부서지지 않을 정도이며 이 ‘섭조개 장작불구이’맛도 ‘휘발유 조개구이’못지않게 최고의 진미를 자랑한다. 강원도 양양지방에서부터 북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예로부터 이 섭조개로 국을 끓여 산모나 환자들의 보양식으로도 먹였다고 하며 주민들은 이 ‘섭조개 장작불구이’는 그 유래가 일제시대 이전인 조선시대부터 내려오던 민간 전통이었다고 증언을 했다.

재미동포 신은미 선생 내외의 방북기처럼 아직도 동해안 주민들이나 그곳을 찾는 방문객들은 간혹 ‘섭조개 장작불구이’를 먹기도 한다. 그러나 오늘날 평양시내를 비롯한 이북의 모든 동해, 서해 지역의 주민들은 번거로운 ‘섭조개 장작불구이’방식보다는 구하기 손쉬운 서해 대합조개와 휘발유를 이용해 간편하게 요리를 할 수 있는 ‘휘발유 조개구이’방식을 애용하고 있었다. (계속)        

▲ 동해안 바닷가에서 섭조개 장작불구이를 하는 장면. [사진출처: 신은미 제공]

 

▲ 그릴에 얹은 섭조개를 장작불을 이용해 굽는 장면. [사진출처: 신은미 제공]

 

▲ 휘발유 조개구이용으로 사용되는 서해 대합조개의 가격표. [사진제공 - 최재영]

 

▲ 보통강호텔 인근 식당 봉사원이 실내에서 휘발유 조개구이를 굽는 장면. [사진출처: 민족2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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