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법달(종교문화연구원 연구위원) 


1970년대의 북한은 1960년대의 체제구축 성공을 통해 상대적 안정기에 접어든다. 이에 따라 남북대화를 시도하고, 1972년에 사회주의헌법을 채택하여 대내외적으로 사회주의국가로서의 면모를 과시하면서 ‘사회주의의 완전한 승리를 위한 계속혁명’을 강조하게 된다.

1972년의 사회주의헌법 제정은 국가주석제 신설을 통해 주체사상에 입각한 ‘수령의 유일적 영도체계’를 확립하는 계기가 되었다. 수령의 유일적 영도체계란 수령의 사상을 지도적 지침으로 하여 혁명과 건설을 수행하며 수령의 사상과 명령, 지시에 따라 전당과 전인민이 하나와 같이 움직이는 체제를 말한다.

이로 인해 북한은 김일성 수령을 교조로 삼는 일종의 종교적 국가 형태를 띠게 되고, 이와 함께 수령의 영도를 계승하는 문제로 대두된 ‘후계자론’은 김일성 가계우상화에 박차를 가하게 되어 김일성 1인 절대지배체제의 구축을 공고히 하기 위한 ‘북한사회의 김일성주의화·주체사상화’강조로 이어진다.

이데올로기적 측면에서 본다면 1970년 11월에 개최된 제5차 당대회에서 마르크스 레닌주의가 당의 지도이념에서 배제되고 ‘김일성의 주체사상과 혁명사상’이 유일한 지도이념으로 등장함으로써 북한은 ‘김일성식 사회주의국가’라는 형태로 그 체제의 속성이 전환된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함께 1974년에 후계자로 부상하기 시작한 김정일에 의해 ‘유일사상 체계 확립 10대원칙’이 제시되고, ‘온사회의 주체사상화’라는 구호가 전면에 등장하게 되며, 또한 이러한 움직임은 1980년에 개최된 제6차 당대회로 이어져 주체사상이란 이념의 절대화를 성공적으로 매듭짓기에 이른다.

이로써 북한에서는 어떠한 외부의 이념도 주체사상을 무시하거나 뛰어 넘을 수 없으며, 어떤 형태로든 주체사상이란 이데올로기 척도의 검증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런 가운데 이루어진 1972년의 7․4남북공동성명 발표와 남북대화의 추진은 남북한 당사자간의 공식적인 만남의 계기를 마련하였고, 그 과정 속에서 종교와 종교인들에 대한 관심도 교환될 수 있게 하였다. 이로 인해 조선기독교도연맹을 비롯한 종교단체들은 통일전선의 전면에 재배치되어 대외적으로 통일전선 사업을 활성화하는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아직 이 시기까지는 대내적으로 종교의 사회적 역할을 수용하는 새로운 가능성이 감지되지 못한다. 다만 연방제통일방안의 제시와 남북대화로 인해 대남관계가 중요하게 떠오르면서 대남통일전선운동의 전개를 위해 종교단체들의 역할이 부각되었을 뿐이다.

이 시기에 북한은 과도한 국방비의 부담을 완화시키고,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 대서방관계 개선을 모색하게 되지만, 남한에서도 유신체제가 등장하면서 남북대화가 중단되고 다시금 적대적 긴장이 고조되어 70년대 후반에는 오히려 주변정세의 악화를 가져와 통일전선운동이 남한정권과 미국에 대한 비난 중심으로 회귀, 종교의 사회적 역할 증대를 통한 종교지형의 확대는 기대하기 힘들게 되고 만다.

법제도적 측면에서 보면, 1972년에 제정된 사회주의헌법 제54조에 규정된 내용 즉 “공민은 신앙의 자유와 반종교선전의 자유를 가진다”라는 언급은 신앙의 자유라는 형식 승인의 효과를 가져 오면서 또 한편으로는 반종교선전의 자유를 양성화하여 종교지형의 축소 내지 소멸을 합리화한 것이기도 하므로, 북한 사회 내부적으로는 별다른 변화를 보여주지 못한다.

오히려 사회주의헌법에서 강조되고 있는 “프롤레타리아독재 실시, 계급노선과 군중노선의 관철”(제10조), “내외 적대분자들의 파괴책동으로부터 사회주의제도 보호, 사상혁명 강화로 온사회를 혁명화 노동계급화”(제11조)한다는 등의 명제는 이전부터 종교에 대해 북한체제가 지녀온 경계심을 재확인시켜 주었을 뿐이다.

그러나 이후 통일전선형 종교단체의 역할 강화를 위해 상부구조를 복원하면서 이에 참여하고 있는 북한 종교인들의 통일전선사업이 대폭 강화되고 그 내용도 풍부해지고 있음을 주목하게 된다.

이에 따라 종교적 기반을 모체로 구성된 청우당과 조선사회민주당의 역할이 점차 부각되기 시작하고, 이에 관련되어 새로운 지도층 인사들이 최고인민회의와 국가기관에 참여하는 폭이 확대되는 등 정교관계가 조금씩 윤곽을 잡아 나가기 시작함을 엿볼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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