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 평양이 고향인 할머니는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에 선정되 가족들을 만날 수 있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자료사진-통일뉴스]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 공동보도문 발표 이후 추석계기 이산가족상봉을 위한 후속조치가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는 28일 북측에 다음달 7일 판문점에서 실무접촉을 갖자고 제의했다.

북녘에 가족을 두고 온 이산가족에게 남북 화해의 소식은 기쁘고 가족과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게 한다. 이 같은 소식에 귀를 기울이는 이들이 또 있다. 바로 이산가족인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이다.

정부에 공식 등록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238명 중 47명이 생존해있고, 이 중 2명이 북녘에 가족을 두고 있다. 이들 할머니는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한 상태이지만 지금까지 가족을 만나지 못했다.

북녘이 고향인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은 다른 이산가족과 사연이 다르다. 대부분의 이산가족은 한국전쟁 당시 월남해 가족과 헤어졌지만, '위안부' 피해자들은 일제 강점기에 끌려가 해방 뒤 돌아왔으나 38선에 가로막혀 고향으로 가지 못했다.

일제에 의해 가족과 생이별했고 해방 뒤에는 미국과 소련이 그은 분단선에 막혀 부모, 형제를 만나지 못한 것이다.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는 1928년 평안북도 희천 출신으로 어려서 평양으로 이사했다. 5남매 중 넷 째인 할머니는 오빠가 둘, 언니가 하나, 남동생이 북녘에 있다. 세월이 흘러 남동생이나 조카들이 살아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버지가 평양시 암동에서 고물상을 했다. 학교 갔다 오니까 소란하고 야단스러웠다. 고물상을 하다가 아버지가 잡혀갔다고 했다. 누가 권번에 가서 배우라고 안 배운 사람하고는 다르다고 거길 넣어줬다. 몇 달 다니다가 오빠한테 들켜서 많이 맞았다"

"내가 중국에 가게 된 걸 우리 엄마가 알았다는 것을 나는 알 수 있었다. 왜냐하면 내가 떠날 때 주황색 저고리와 초록 치마, 유똥 치마를 해줬다. 그걸 왜 해줬는지는 기억이 안난다. 남북통일이 되어서 만나면 한 번 물어보고 싶다"

그렇게 끌려간 길원옥 할머니는 해방 후 돌아왔지만, 빈 손으로 갈 수 없으니 3개월만 일하고 고향에 가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다시는 오고가는 길이 막혀 고향에 갈 수 없었다.

▲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시위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길원옥 할머니가 '바위처럼'을 부르고 있다. [자료사진-통일뉴스]

함경북도가 고향인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할머니(1928년생)는 오빠와 동생들이 있지만 모두 사망했다. 그리고 현재 조카들이 살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래서 "압록강을 건너 조카들이라도 만나야겠다"라고 할 정도로 핏줄을 향한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길원옥 할머니도 "난 고향이 평양인데 못가고 있다. 빨리 가면 좋겠는데..열심히 협력해서 통일이 되도록 노력해 달라. 혼자 일을 하는 게 아니다. 여러분들이 힘을 써줘야 한다"고 당부할 정도로 고향과 가족을 향한 그리움이 강하다.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열릴 때마다 남북의 가족들은 1백명 밖에 만나지 못한다. 이산가족상봉정보통합시스템에 등록된 6만 6천292명이 북녘의 가족을 만나는 것은 로또당첨보다 힘들다고 한다. 

그렇다고 일본군'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우선순위로 두자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의 의사로 월남한 이들과 할머니들의 사연은 다른 것도 사실이다.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행사 때마다 사연이 남다른 납북자를 포함시키듯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도 배려할 수 없을까.

한 통일부 관계자는 "모든 이산가족들의 사연이 구구절절하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사연도 안타깝다. 그렇다고 배려할 수 없다. 이산상봉 정례화가 되서 모든 이산가족이 다 만나는 날이 오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오는 31일 대한적십자사가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한 일본군'위안부' 피해 할머니 두 분을 직접 방문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측에 이산가족 명단을 일괄 전달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전수조사 차원이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가족을 향한 그리움이 손을 맞잡고 부둥켜안는 현실이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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