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다음달 3일 오전 베이징(北京) 시내 텐안먼(天安門) 광장에서 열리는 '중국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한다.

청와대는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박 대통령은 9월3일 오전 10시~11시30분에 톈안먼에서 개최되는 중국 전승 70주년 기념 대회에 참석하고, 이어서 12시30분~14시 인민대회당에서 개최되는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 주최 오찬 리셉션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박 대통령은 9월 2일 시진핑 주석과 한.중 정상회담을 개최할 예정이다. 최근 남북관계가 대화 국면으로 바뀌면서 강화된 입지를 바탕으로, 박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한국의 대북 접근법에 대한 지지와 연내 한.중.일 3국 정상회의 개최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4일에는 상하이(上海)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 재개관식에 참석하고, 오후에 동포 오찬 간담회 및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한 뒤 귀국할 예정이다.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은 27일 "박 대통령의 전승 70주년 기념대회 참석 결정은 이웃 국가인 중국과의 우호협력 관계를 고려하는 한편,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기대하고, 또한 중국에서의 우리 독립항쟁의 역사를 기리는 측면 등을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중국의 열병식에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에 대해서 한국에서도 우려도 있다'는 일본 기자의 지적에, 노 대변인은 "기본적으로 '전승 70주년 기념'이라는 행사의 성격을 좀 봐야 되지 않을까"면서 "70년 전에 (항일)전쟁에서 이긴 것을 기념하는 행사"라고 잘라 말했다.  

이날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 결정에 대해 "행사 참석은 각국의 주권적 결정사항"이라며 "우리는 한국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일본 보수층 입장을 대변하는 <요미우리신문>은 27일 "박 정권의 중국 중시 자세가 더욱 부각되었다"고 관전평을 내놨다. "미.일은 박 씨의 참여에 우려의 뜻을 전했다. 구미 선진국 정상들이 (열병식) 참가를 보류하는 중에 박 씨 만이 돌출된 형태가 된다"고 지적했다.

진보적 성향의 <마이니치신문>도 "일본과 구미 주요국 정상급 인사들이 열병식 참관을 보류하는 와중에 경제와 북한 문제 등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긴밀히 하려는 한국으로서는 출석하지 않을 수 없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신각수 전 외교부 차관은 26일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일본, 유럽 등 서방국이 그 행사에 정상들이 불참한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에) 가기 때문에 외교적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역으로 생각해보면 어려운 여건에서 가는 만큼 반대급부 효과도 커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행사 참여를 통해서 북한 핵 문제 해결의 진전이라든지 동북아지역 협력 문제의 진전을 이루는데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중요한 관건"이라는 것이다. 

한편, 북한측에서는 최룡해 당 비서가 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최 비서는 2013년 5월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중해 시진핑 주석을 만난 바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아시안게임에 참가 중이던 북한선수단 격려 차 인천을 방문하기도 했다.

최룡해 비서와 박 대통령이 회담할 가능성에 대해, 노 대변인은 "급이 안 맞는 사람이다는 생각이 든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추가,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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