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보혁기자(bhsuh@tongilnews.com)


한-일간에 대북지원 규모를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을 방문하여 정상회담을 가진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 24일 일본정부에 북한에 대한 대규모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김 대통령은 일본과 국제사회의 대북지원이 북한의 경제회복과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필수불가결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것은 김대중정부가 정부가 전개하는 대북 `햇볕정책`에 일본정부의 동참을 바란다는 점을 의미한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를 남한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을 외국에 분명히 하려는 김 대통령의 의지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26일 논평하였다.

그러나 신문은 김 대통령이 일본정부에 대규모 대북지원을 요청한 것에 놀라워하는 한국정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 일본의 부담을 시사하였다. 일본정부는 현재 북한과의 국교정상화가 대북지원의 전제조건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김 대통령의 대북지원 요구 규모는 북한 경제재건에 필적하는 것이라고 말한 일본 외무성 고위관리의 말을 인용, 대북지원 규모에 대한 일본정부와 한국정부의 이견을 확인하였다.

그는 한국정부가 요구하는 대북지원 규모는 곤란하며 기본적으로 일본정부가 제공할 수 있는 수준을 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모리 총리는 김 대통령의 이런 의견을 오는 10월에 재개되는 북-일 수교협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고려할 것이라고 말하였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10월 수교협상에서 일본은 북한과 경제협력을 주의제로 논의할 예정이지만 남북한과 같은 경제협력을 구상하고 있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통령이 일본정부에 대북 지원규모를 늘려줄 것을 요청한 것은 관례상 이례적인 것이다. 김 대통령은 일본이 대북 수교를 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협상에 나올 공간을 마련해야 하고, 그것이 일본의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갖고 이같이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일본정부가 북한에 경제지원을 확대할 경우 이같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며 그에 따라 남북관계 개선의 안착과 한반도 주변정세의 안정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긍정적 기대에도 불구하고 일본정부가 이를 수용할 여지는 매우 좁아 보인다. 일본은 지난 98년 북한의 대포동미사일 발사시험(북한은 인공위성 발사시험이라고 주장) 이후 북한으로부터 안보위협을 느끼고 있어 모리정부가 보수여론을 설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게다가 정치적 지지기반이 취약한 모리내각은 내년 총선거를 앞두고 이같은 부담을 스스로 안지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대북지원 확대 문제는 북-일간 문제이기도 하면서 대북정책에 대한 김대중 정부의 외교적 역량이 시험되는 한 계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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