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나흘간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남북 고위급 당국자 접촉이 열려 극적으로 6개항의 합의로 이루어진 공동보도문을 발표했다. 합의 타결 이후 기념촬영하는 김양건 노동당비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홍용표 통일부 장관(왼쪽부터). [사진제공-통일부]

남북 양측은 22일부터 24일까지 나흘간 진행된 남북 고위급 당국자 접촉에서 군사분계선 지뢰폭발사고와 일련의 포사격 등으로 조성된 군사적 긴장 국면을 완화하기 위한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회담 막판까지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판문점 접촉에 참여한 통일부 관계자는 25일 이번 고위급 당국자 접촉에서 “북한의 지뢰매설과 그로 인한 남측의 확성기방송 시작, 이어지는 준전시상태 국면을 완화하는 합의가 중요했다”며 “여러 현안을 쭉 늘여서 쓰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번 회담에 대한 정부의 평가기준인 셈이다.

이 당국자는 공동 보도문 2, 3, 4항에서 지뢰폭발 유감, 확성기방송 중단, 준전시상태 해제 등이 언급된 것이 일차적인 성과라면 1항에서 남북 당국회담 및 여러 분야 대화와 협상 진행이 명시된 것에 대해서는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앞으로 남북 간 대화를 정례화, 체계화하는 것을 중요과제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보도문에 구체적으로 적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당국회담과 여러 분야 대화와 협상이 이제 시작될 일이고 9월초부터는 후속적인 조치들이 일어날 테니 앞으로 과정을 지켜봐 달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5항에서 이산가족 문제가 다뤄진 것은 이 문제가 특히 중요하고 그중 대표적인 사업으로 상봉을 넣어야 한다는 것이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북측은 이산가족 문제에 대해서는 자신들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동의를 했으며, 이와 별도로 금강산관광재개 문제도 이산가족 문제와 함께 특별히 중요한 문제 중 하나 아니냐는 문제제기를 했으나 남측에서 이번 접촉의 주요 내용과 관계없는 사안으로 가볍게 취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북측은 대북 확성기 방송 등을 남측의 대북 적대적 태도라고 지적하면서 5.24대북제재조치 해제나 '한미 을지프리덤가디언 합동군사연습' 중단 등에 대해서 언급하기는 했지만, 군사적 긴장 완화에 집중해야 했던 이번 접촉에서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에 따라 본격적으로 논의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 당국자는 회담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진지했으며, 남북 간에 분명한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평가했다.

북측은 남북 간 군사적 대치의 상징인 판문점 남측 지역에 자신들이 온 진의를 잘 이해해 주길 바란다는 뜻을 밝히며, 굉장히 큰 관심과 의지를 갖고 왔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지난해 10월 인천을 처음 방문한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은 물론 베테랑인 김양건 노동당 대남비서도 회담 장소인 판문점 ‘평화의집’에는 처음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통일부 당국자는 24일 발표된 공동보도문 2항에서 북측이 단일 주어로 지뢰폭발로 인한 남측 군인들의 부상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3항과 4항에서 남북이 각각 확성기 방송의 중단과 준전시상태 해제를 언명한 것을 일차적인 성과로 꼽았다.

그는 최근 조성된 군사적 긴장과 관련, 정부는 북측의 시인·사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라는 세 가지를 염두에 두었는데 책임자 처벌 문제를 제외하면 만족스러운 결과라고 평가했다.

특히 북측이 과거 양상과 달리 “계속 부인하다가 인정한 것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며, 보도문 2항에서 유감표명을 하면서 ‘북측’이라는 ‘단일 주체’를 명기한 것도 이례적이며 차이가 있는 태도라고 짚었다.

그는 이번 보도문의 문구로 볼 때 북측은 남측에서 사과와 재발방지 요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명확한 시인을 한 것이며, 과거 행동에 견주어 평가해 보면 비교적 분명한 입장표명이라고 볼 수 있다고 풀이했다.

합의 과정 중 가장 힘들었던 대목은 ‘실효적인 재발방지 방안’을 찾는 것. 최종적으로 보도문 3항에서 남측이 모든 확성기 방송을 8월 25일 12시부로 중단하기로 하면서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이라는 전제가 그렇게 해서 붙게 된 것이다.

북측의 준전시상태 해제를 명문화한 보도문 4항의 표기에서 남측과 달리 북측 발표문에만 ‘동시에’라는 문구가 적혀있는 것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 당국자는 ‘비정상적인 사태의 발생’이라는 판단에 따라 확성기 방송의 중단은 파기될 수도 있는 것인 만큼 그 판단을 하는 주체인 남측으로서는 '동시에'라는 표현에 크게 신경쓸 일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회담기간 동안 남측은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 등에게 처음으로 ‘지뢰 매설’과 ‘확성기 타격’과 관련, 어떤 일이 있었고 남측에서 왜 북측의 소행이라고 보는지에 대해 사진 자료 등을 제시하며 매우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북측에서 대북확성기를 노리고 타격한 사실을 포착한 기계(레이더)들이 얼마나 정밀하며, 남측에서 왜 대응사격을 했는지, 그리고 어떤 다른 대응계획을 세웠는지에 대해서도 북측에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에 대해 북측은 자기들은 잘 모른다거나 앞으로 어떻게 풀어서 잘 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게 종요하지 않느냐며 어물쩍 넘어가려는 태도를 보였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남측은 목합지뢰에 대해 정리하지 않고서는 다음 이야기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앞세워 북측을 압박했으며, 수석대표로 참석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자신이 전군을 지휘했던 사람이라는 표현을 써가면서 압박 강도를 높였다고 한다.

북측 당국자를 상대로 지뢰 관련 증거를 제시하고 설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북측에서 사진자료를 비롯해 남측에서 제시한 증거자료를 가져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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