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

 

남북고위급 접촉에서 핵심쟁점은 북한의 목함지뢰ㆍ포격 도발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남측이 강력히 요구했고, 북측은 지뢰매설을 부인한 채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만 일관성 있게 주장하면서 양측이 내내 평행선을 달렸다. 북측은 특히 “우리가 사과하러 내려온 게 아니다. 사과할 수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양측 대표단은 이견에도 불구하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는데 공감한 끝에 극적 타결에 이른 것은 합리적 결정이었다. 양측 협상 팀은 대표단 회담과 수석대표 접촉, 정회를 반복하며 접점 찾기에 주력했으며 협상이 잠시 중단된 동안 서울과 평양에서 훈령을 받고 다시 회담에 임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특히 양측은 수 차례 합의문 초안을 수정한 끝에 24일 정오께 북한의 DMZ 지뢰도발에 대한 유감 표명과 남측이 재개한 대북 확성기 방송의 중단을 놓고 접점에 합의한 것이다.

남북고위급 접촉이 43시간 마라톤협상 끝에 극적인 타결로 남북이 신속하게 6개항 남북 공동합의문을 서울과 평양에서 동시에 발표하였다.

역사적인 6개항합의를 요약하면 (1) 남북당국회담을  빠른 시일내 개최, (2) 북측의 유감 표명, (3) 대북확성기 방송 중단, (4)북측은 준전시 상태 해제, (5)금년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 진행, (6) 다양한 분야에서 민간 교류 활성화이다.

필자는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 그러면 북한이 공동합의문에 합의한 이유를  요약하면 (1)최고 존엄 수호, (2)김정은체제의 안정성, (3)남북경제협력을 통해 경제실익 때문이다.  향후 남북관계의 미래가 대화국면으로 상생과 공존. 공영 시대로 진입하게 되어 새로운 화해와 협력의 남북관계시대가 열리게 된 계기가 된 것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핵심 쟁점은 북한이 부인하고 있는 목함지뢰 매설로, 이번 일촉즉발의 군사적 위기의 원인이 되었던 지뢰도발에 대해 사과를 표명하고 재발하지 않겠다는 약속 등 이런 결정은 김정은 제1비서만이 할 수 있고 그의 통 큰 결단을 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부인해온 사실을 번복한다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다행이도 북한의 체면도 살리면서 남과 북이 합의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데 많은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남북 합의문 2항은 "북측은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지역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하여 유감을 표명하였다"이다.  북측은 유감을 표명하였는데 '지뢰 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하여'라고 명시했는데 결국 김정은 제1비서의 체면을 세워준 셈이다. 북측의 유감 표명은 남측이 요구한 수준에는 다소 미치지 못한 것 같다. 그러나 김정일 체제의 생존을 위해 그의 대승적 결단이 엿보인다.

향후 역사적 공동합의문에 명시된 6개 합의 사항을 성실히 실천. 이행하게 되면 남북관계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될 것이다. 이번 마라톤협상 중에 북한은 준전시상태를 선포하였고 화전전술을 구사하고 군사적 위기 수위를 높이면서 북한의 군사작전을 한미 당국이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고 한미 연합 군사작전도 북한이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남북이 극적인 합의를 이끌어 내게 된 것은 상호 양보와 타협을 전제로 양측의 체면을 세우면서 타결방안을 모색한 결실이었다고 생각한다.

남북합의문의 의미를 요약해 보면, 첫째 한미 양국의 강력한 대응의지를 북측이 인식한 점 그리고 중국이 9.3 전승절 행사를 성공적으로 종결할 수 있도록 북측에 경고한 점이고, 둘째, 남북 최고지도자들의 화해와 협력 의지를 보여준 점, 셋째, 꽁꽁 얼어붙은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가 된 점, 넷째, 남과 북이 새로운 대화체널을 구축한 점 등이 돋보인다. 이젠 이 체널을 통해 향후 제3차 남북정상 회담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다섯째,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그 동안 7년간 거의 고사 상태에 빠진 6자회담을 재개하여 한반도 비핵화프로세스가 시작될 것으로 기대한다.

향후 남북 간 합의 사항을 남과 북이 성실하게 진전성을 갖고 실천, 이행해 남북 간 상생과 공동번영의 새 시대를 열어 평화로운 남북관계 발전의 계기가 되길 기원한다.

 

미국 클레어먼트 대학원 대학교 국제관계학 박사(1969).
미국 이스턴 켄터키 대 국제정치학 교수(1969-1999);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1995-1999); 통일연구원 원장(1999-2000).
현재 경남대 석좌교수, 미국 이스턴 켄터키대 명예교수, 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한반도 중립화통일협의회 이사장, 통일전략연구협의회 (Los Angeles)회장.
30권의 저서, 공저 및 편저; 200편 이상의 학술논문출판;
주요 저서: 국제정치 속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구상 (1999).
공저: 한반도평화체제의 모색 (1997)등; 영문책 Editor & Co-editor: North Korea and Security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 (Ashgate, 2014); Peace-Regime Building on the Korean Peninsula and Northeast Asian Security Cooperation (Ashgate, 2010)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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