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도] 속의 주인공인 기생의 나이는 15세 전후로 가녀린 몸매를 가졌을 것으로 추정한다.
현대의 기준으로 보자면 키는 약 150cm, 몸무게는 대략 40~45kg 정도로 보인다.
실제 머리를 중심으로 비례를 재보면 6등신 반 정도이다.
가슴이나 엉덩이의 발육상태 혹은 몸매는 정확히 알기 어렵다.
가슴은 치마 상단의 끈으로 여러 겹 둘러싸여 있는데 버선 끝처럼 살짝 튀어나온 저고리 섶코를 통해 슬쩍 드러난다.
당시 저고리는 워낙 짧아서 가슴이 위로 돌출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실제 가슴은 저고리와 치마 주름이 시작되는 사이 쯤 있을 것이다. 다리와 엉덩이는 풍성한 치마 속에 있어서 가늠하기 어렵다.
조선 말기의 사람들을 찍은 흑백사진을 보면 허리는 길고 다리는 짧은 전형적인 한국인의 모습이다. 그럼에도 [미인도]의 기생은 허리가 짧고 다리가 길게 보인다. 이것은 짧은 저고리와 가슴까지 끌어올린 치마 때문이다.
기생은 작은 키에도 상당히 늘씬한 느낌을 준다. 옷이 만들어내는 착시현상도 있지만 미술 조형적 장치를 더했기 때문이다.
시선이 얼굴에서 가슴 쪽으로 살짝 들어갔다가 갑자기 앞쪽 대각선 방향으로 쭉 뻗은 치마로 연결되어 다리가 길쭉한 느낌이 나도록 의도적인 구도를 사용하고 있다.
 

▲ 미인도에서 기생의 가채를 컴퓨터 그래픽으로 없애 보았다. 확연히 어리고 아담한 모습인데 보편적인 미인의 요소를 두루 가지고 있다. 큰 가채 때문에 상대적으로 좁아보였던 어깨가 정상으로 보인다. 또한 가채를 제거하면 두상이 눌려져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큰 가채와 조화를 이루기 위해 의도적인 표현으로 보인다. 위 그림에서는 눌린 두상을 원래대로 복원해 보았다. [자료사진 - 심규섭]

[미인도]라고 하지만 조선시대와 현대의 미는 기준이 다르다.
그렇지만 넓은 이마, 통통한 볼 살, 적당한 코, 작고 도톰한 입술, 살짝 치켜 뜬 눈, 살짝 숙인 고개 따위는 시대를 넘어 보편적인 여성의 아름다움이다.
또한 가로 어깨선과 두 눈의 가로선은 일치하지 않는다. 얼굴을 숙였으되 살짝 옆으로 비튼 것이다. 이것은 현대의 여성에게도 나타나는 전형적인 애교 자세이다.

[미인도]를 그린 화가의 눈높이는 여성의 얼굴에 있다.
하지만 시선은 풍만한 하체에 쏠린다. 검정빛의 풍성한 가채를 한 얼굴과 장신구, 옷고름을 푸는 두 손이 있지만 전체적인 중심은 하체의 풍만한 치마이다.
치마의 모양이나 큰 주름은 하체의 자세에 따라 만들어진다. 그러나 그림 속의 치마 주름으로 하체의 자세나 다리의 모양을 상상하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노리개를 쥔 손 부분에서 갑자기 부풀어지는 치마 모양은 하체의 자세와는 전혀 무관함과 동시에 인체해부학적으로 불가능한 자세를 만들어낸다. 약간 숙이고 있는 자세에서 갑자기 앉아있거나 비스듬히 누운 자세로 전환된다.
이것은 다리의 자세와 관계없이 의도적으로 치마 모양이나 큰 주름을 만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인도] 속의 여성의 자세는 인체해부학적으로 불가능하다.
몸을 아무리 비틀어도 이러한 자세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상체는 똑바로 서 있는 자세이다. 그러나 하체는 어떤 자세를 취하고 있는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유일한 단서는 치마의 모양과 살짝 보이는 왼발이다. 왼발은 왼쪽 45도 쪽으로 향하고 있다. 그렇다면 왼쪽 다리도 함께 틀어져야 한다. 발의 방향은 곧 무릎의 방향과 일치하고 골반의 무게 중심을 바꾼다. 그림 속의 발 모양을 하려면 짝다리를 짚거나 무릎을 살짝 굽혀야 한다.
그러니까 드러난 상체와 왼쪽 발을 중심으로 다리의 모양을 상상하면 대략 오른발에 중심을 잡고 왼발을 약간 구부리고 옆으로 튼 상태이거나 아니면 왼쪽 다리에 중심을 잡고 양쪽 다리 모두 구부린 엉거주춤한 자세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하체의 자세와 관계없이 치마는 배 상단 부분과 등 부분에서 시작해 앞으로 갑자기 솟아오른다. 동시에 하체 중앙부분을 가르며 쭉 뻗었다가 아래에서 꺾어지는 주름 선은 마치 다리를 앞으로 쭉 내밀고 있는 착시를 만들어낸다.
또한 뒤쪽의 치마모양은 마치 엉덩이의 옆모습을 보는 것처럼 불거져 나와 있다.

▲ 미인도 기생의 자세는 해부학적으로 맞지 않다. 치마 속 다리 자세는 어떤 방식으로 그려도 상체와 연결되지 않는다. 최대한 비슷한 자세는 배가 아주 많이 나오고 큰 엉덩이에 살찐 다리를 가져야 나온다. 하지만 이런 체형의 기생은 신윤복 그림의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또한 팔이나 목의 상태로 보아 하체가 비만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자료사진 - 심규섭]

신윤복의 인물 표현 능력은 탁월하다.
신윤복의 풍속화에 나오는 여러 기생들의 모습은 인물의 동작과 옷의 형태에 따른 주름이 자연스럽게 표현되어 있다.
그럼에도 [미인도]의 자세를 옷과 맞지 않게 표현한 것은 의도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
상체는 반 측면으로 바른 자세이고 하체는 비스듬히 앉은 자세이다. 엉덩이는 옆모습이고 배 부분에서 돌출된 치마로 인해 아랫배를 강조했다. 오른발은 쭉 뻗었고 왼발은 측면으로 구부렸다. 치마는 아래에서 올려 보아 긴 다리를 표현하고 동시에 하단 부분을 꺾고 둥글게 만들어 내려 본 시점을 만들었다. 가채를 얻은 두상은 의도적으로 눌러 균형을 잡았다.
이런 자세는 현실의 여러 모습을 바탕으로 했을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바탕으로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단아하면서도 성적매력이 넘치는 여성의 자태를 창조한 것이다.

19세기 초반에 그려졌던 기생 계월향의 초상은 단정한 모습으로 앉아있다. 기생의 성적매력보다는 의로움과 지조와 절개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인도]는 성적매력이 물씬 풍기는 그림이다. 외세에 항거하는 자세도 아니고 한 연인을 향해 지조와 절개를 지키는 표정도 아니다.
여성은 남성과 달리 얼굴, 가슴, 아랫배, 엉덩이, 다리에서 성적매력이 나온다. 춘화를 그렸던 신윤복이라면 가슴이나 엉덩이, 다리를 노출시켜 그리는 것은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미인도]는 춘화도 아니고 기생의 성적매력만을 표현하는 것도 목적이 아니었다.
[미인도]에서 기생이 옷고름을 푸는 동작을 취하고 있지만 옷이 벗겨져 속살이 드러나지는 않는다. 또한 풍성한 치마를 통해 큰 엉덩이를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다리는 발끝을 살짝 보여주는 것으로 그친다.

이렇게 간접적이고 절제된 성적매력의 표현은 작품의 수준을 높임과 동시에 그림 속 기생의 수준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그 높은 수준은 바로 선비와 동격을 이루는 것이다.
풍류를 즐기는 선비가 신선의 풍모라면 선비와 동격을 이루는 기생도 신선, 즉 여선(女仙)인 것이다.
미인(美人)은 단순히 아름다운 여성을 말하는 게 아니다. 미인은 당대 모든 여성을 대표하는 존재이다. 신윤복의 [미인도]도 당대의 모든 여성의 대표적 자태를 표현한 것이다. 그 상징이 반드시 기생일 필요는 없다.
풍류를 알고 생명의 풍부함을 가진 모든 여성이 곧 미인이고 여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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