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6일 시민사회단체 초청 강연에서 평화통일을 위한 염원을 실현하기 위한 실천적 과제에 대해 말하면서 '사실상의 통일 상황부터 실현하고 완전통일을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정치적 통일에 앞서 남과 북이 평화공존하며 서로 오고 가고 돕고 나누는, 경제·사회·문화적으로는 통일된 것과 비슷한 사실상의 통일 상황부터 실현하고 완전통일을 지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남북관계부터 개선하고 정상화해야 나가야 한다. 또한 적대관계의 뿌리인 군사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해야 하며, 미국의 정책변화를 이끌어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추진해야 한다.”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6일 오후 서울시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광복70주년 시민사회단체 연대선언 및 공동심포지엄’에서 평화통일을 위한 실천적 과제를 이같이 종합해 제시했다.

이날 임 전 장관은 ‘통일염원 : 사실상의 통일 상황부터 실현하자’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평화통일은 현안문제에만 집착하지 않고 한반도문제를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고 포괄적으로 그리며 근본적으로 접근해야 열어나갈 수 있는 길’이라는 관점에서 평화통일에 이르는 실천적 방안을 네 가지 주제로 나누어 설명했다.

먼저 통일문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노력이 필요하다.

정치적 통일이 허용되지 않는 국내외 정세에서 분단국가가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차선의 방책은 경제·사회적으로는 통일된 것과 비슷한 ‘사실상의 통일’ 상황부터 실현하는 것이다.

그는 과거 서독이 동독을 고립시키는 정책을 버리고 민간 주도의 ‘접촉을 통한 변화 정책’을 추구함으로써 동독 시민들의 민심을 얻었으며, 장기간 정치·군사적 적대관계를 유지해온 중국과 대만 정부도 공동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구동존이’ 정신으로 지난 7년 간 양안관계를 발전시키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정치적 통일이 어려운 상황에서 민간을 앞세워 정경분리 원칙을 유지하면서 우선 경제 사회적으로 실리를 추구하는 이 같은 접근은 현실적으로 지혜로운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점에서 남과 북의 두 정상이 합의한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을 통해 남과 북이 ‘과정으로서의 점진적 평화통일’모델에 대한 공통인식을 갖게 된 것은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그는 6.15공동선언에서 “통일은 우리민족의 지상과제이지만 반드시 자주적 평화적으로 이룩해야 한다. 따라서 점진적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하며 사회·문화·체육·보건 등 여러 분야의 교류협력을 통한 상호신뢰가 필요하다”고 밝힌 내용을 “‘사실상의 통일’상황부터 실현하고 완전통일을 실현해야 한다는 뜻이 포함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두 번째로 남북관계 개선이 평화통일의 출발점이라는 관점을 갖고 남북관계부터 개선·발전시켜야 한다.

남북관계를 개선·발전시킬 현실적인 방책은 지난 25년간 남북이 합의한 남북기본합의서, 6.15남북공동선언, 10.4남북정상선언에 제시돼 있으므로 연속선상에 있는 이 3대 합의를 준수·이행하고 이를 계승·발전시켜 나가면 된다는 것이다.

필요한 것은 확고한 실천의지와 입장을 바꿔 생각하는 역지사지의 노력이며, 새로운 사업을 일방적으로 제기하는 것 보다는 중단된 사업을 재개하는 것이 쉽고 올바른 길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통일이후를 대비하는 준비도 필요하지만 통일 이전 단계에서 북한 인프라 개선과 산업구조 조정, 풍부한 지하자원 공동개발 등 경제협력을 활성화하는 것은 남북에 공동이익이 될 뿐만 아니라 평화통일을 만들어 가는 지름길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통일 이전에 남측이 국내총생산의 1%에 해당하는 연간 100억 달러 규모의 비용을 대북 인프라 건설에 투입하는 경우, 실물은 북측으로 건너가지만 약 80%는 남측 소득으로 되어 일자리 창출 등 경제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게 되기 때문에 일각에서 제기하는 퍼주기 논란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쐐기를 박았다.

▲ 사진 왼쪽부터 김준형 한동대 국제정치학과 교수,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심상진 경기대 관광경영학과 교수, 정창현 민족21 대표, 임성택 변호사.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다음으로 임 전 장관은 군사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적대관계의 뿌리인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노력없이는 북핵문제의 해결이나 남북관계, 북미관계 정상화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남과 북이 주도하는 4자(미·중·남북한) 평화회담을 개최해 ‘분단을 고착시키는 평화체제’가 아니라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하고 “평화협정 체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결과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과정”이라며 여유를 갖고 이 과정을 지켜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재개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정책변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북한과의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관계정상화를 해야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가 가능하다”며, “미국은 ‘비핵화를 통한 관계정상화’를 추진했으나 실패했고 이제는 ‘관계정상화를 통한 비핵화’로 접근 방법을 바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핵 문제는 미국과 북한의 적대관계의 산물이며, 문제의 본질은 핵무기보다 핵무기를 추구하게 되는 적대관계를 해소하는 것이라는 상황인식인 셈이다.

그는 “미국의 결단이 문제해결의 열쇠”라며, 초대강국인 미국이 북한에 대해서도 쿠바, 이란과 같이 결단만 한다면 관계정상화를 통해 비핵화를 이룰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물론 이 상황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북한도 핵폐기를 선언하고 미국과 협상에 적극 나서야 하며, 한국은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주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임 전 장관의 기조강연에 이어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의 사회로 김영윤 남북물류포럼 회장, 심상진 경기대 관광경영학과 교수, 임성택 변호사, 정창현 민족21 대표,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김준형 한동대 국제정치학과 교수가 토론자로 참가한 심포지엄이 진행됐다.

한편, 이날 경실련통일협회, 금강산기업인협의회, 남북경협기업비상대책위원회, 남북경제협력포럼, 남북물류포럼, 동학민족통일회, 어린이어깨동무,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통일맞이 등 단체들은 이날 광복70주년을 맞아 ‘분단70년을 청산하고 남북교류협력과 평화와 통일의 길에 나서자’는 제목의 연대선언을 발표했다.(아래 전문 참고)

(추가-23:05)

연대선언
분단70년을 청산하고 남북교류협력과 평화와 통일의 길에 나서자!(전문)

2015년 올해는 광복70년과 분단70년을 맞이하는 해입니다. 70여년 전 민초들의 고귀한 희생과 헌신으로 해방이 되었을 때 우리에게는 많은 희망과 과제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70년을 돌이켜보면 우리 사회는 정치적 억압과 군사적 대치, 이념적 대립과 혼란으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난무했습니다. 이는 우리 민족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외세에 의해 이루어진 남북의 기형적인 분단구조에 기인한 바가 큽니다. 특히 민족상잔의 비극으로 치달은 한국전쟁은 남과 북을 돌이키기 어려운 분단의 틀 속에 가두어 버렸습니다.

지난 70년의 분단체제는 유라시아 대륙의 시발점인 한반도의 경제적 가치와 기회를 저버린 채, 남한을 허리가 반쪽 난 섬으로 전락시켰습니다. 게다가 장기간의 분단지속으로 만남과 왕래가 중단됨에 따라 남과 북의 사회문화적 이질감과 편견은 팽배하기만 합니다. 이처럼 우리는 지난 70년 동안 지극히 비정상적이고 이례적으로 긴 분단체제 속에서 고통받고 신음하여 왔습니다.

이제 광복70년인 올해는 그 각별한 의미를 되새기며 비정상적이고 야만적인 분단체제를 극복하여, 남북 간의 대립과 소모적인 남남갈등을 끝내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해야 합니다. 우리에게는 이제 더 이상 시간이 없습니다. 작금의 한반도와 주변상황은 구한말처럼 강대국들의 패권각축 속에서 공존과 평화가 위협받고 있으며, 냉혹한 이해관계가 조정자없이 맞부딪히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 남과 북의 화해와 교류협력은 우리 민족의 생존의 길이며, 동북아 평화의 관건입니다. 분단70년의 청산과 남북대화와 교류협력이야말로 우리 민족과 동북아평화의 시급한 과제이기에, 우리는 온 몸으로 분단을 거부하며, 이례적으로 긴 분단의 고통속에 자라고 쌓여온 지난 70년의 염원을 이제는 실천으로 옮겨야 합니다.

우리 민족의 염원이며 과제인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은 앉아서 기다리는 신기루가 아니라, 이 땅 한반도에서 살아가는 남과 북이 함께 애써 노력하며 하나씩 쌓아가는 공든 탑입니다.

그동안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여 온 우리 시민사회 단체들은 광복70년에 즈음한 오늘, 남북교류협력과 평화와 통일의 길을 끝까지 걸어 갈 것을 다짐하면서 분단 청산과 새로운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연대선언을 합니다. 그리고 그 뜻과 염원을 모아 다음과 같이 남북 당국과 국제사회에 촉구합니다.

1. 남북은 광복70년을 맞아 분단종식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시대적 염원에 부응하여 소모적인 상호비방을 즉각 중단하고 실질적인 남북대화에 나서라.

2. 남측 당국은 남북교류협력을 막고 있는 5.24 대북제재조치를 즉각 해제하고, 금강산관광 등 남북교류협력을 조속히 재개하라.

3. 북측 당국은 남북교류협력이 한반도 평화의 관건임을 직시하고, 남측과의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남북교류협력에 적극적으로 임하라.

4. 국제사회는 70년이나 지속되는 한반도의 분단이 우리 민족의 의사와 상관없이 국제사회가 초래한 비극임을 직시하여 더 이상 국제사회의 이해관계에 한반도의 분단을 악용하지 말고, 북·미, 북·일 관계정상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의 병행 추진을 위한 6자회담 재개로 한반도의 분단해소를 위해 노력하라.

2015년 8월 6일

경실련통일협회, 금강산기업인협의회, 남북경협기업비상대책위원회, 남북경제협력포럼, 남북물류포럼, 동학민족통일회, 어린이어깨동무,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통일맞이

 (수정, 7일 10:00)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