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성철) 


감자꽃
- 권태응

자주 꽃 핀 건
자주 감자
파 보나 마나
자주 감자

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
파 보나 마나
하얀 감자


창밖을 내다보던 한 아이가 소리친다.

“와, 비다!”

이 순간, 내 머리 속에서는 ‘비가 오는구나.’하는 생각이 휙 지나갔다.

아이와 나, 누가 비를 제대로 본 것일까?

비를 보고 감탄하는 아이, 그 아이는 비의 모든 비의(祕義)를 다 봤을 것이다.

그럼 나는?

나는 비를 제대로 본 것이 아니다.

‘비가 온다’는 문장은 틀린 문장이다.

하늘에서 내리는 것이 비인데, 그 비가 어떻게 또 내릴 수 있단 말인가?

그럼 왜 우리는 이런 틀린 문장들을 무심코 쓸까?

불교에서는 그 원인을 ‘인간의 자아중심적인 사고’에서 찾는다.

아이들은 아직 자아가 약해 쉽게 삼라만상의 실상과 만난다.

하지만 어른은 자아가 단단하게 굳어져 무엇을 봐도 자아 중심으로 본다.

비를 자신의 이익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다.

‘우산이 없는데 어떻게 하나?’ 이런 이기적인 마음에서 보니

‘나’와 ‘비’가 나눠지고

‘비가 온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어른이 되면 사는 게 재미가 없다.

그토록 신비로움의 광휘를 내뿜던 삼라만상이 다 죽어버린다.

에리히 프롬은 말했다.

‘지옥이 있다면 그 곳은 분명히 권태로울 것’이라고.

자아가 비대해진 우리는 권태에 몸서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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