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
에로티시즘이란 죽을 때까지 내내 삶을 긍정하는 것(조르쥬 바타이유) |
봄날 오후
- 김선우
늙은네들만 모여앉은 오후 세 시의 탐골공원
공중변소에 들어서다 클클, 연지를
새악시처럼 바르고 있는 할마시 둘
조각난 거울에 얼굴을 서로 들이밀며
클클, 머리를 매만져주며
그 영감탱이 꼬리를 치잖여― 징그러바서,
높은 음표로 경쾌하게
날아가는 징 · 그 · 러 · 바 · 서,
거죽이 해진 분첩을 열어
코티분을 꼭꼭 찍어바른다
봄날 오후 세 시 탑골공원이
꽃잎을 찍어놓은 젖유리창에 어룽어룽,
젊은 나도 백여시처럼 클클 웃는다
엉덩이를 까고 앉아
문밖에서 도란거리는 소리 오래도록 듣는다
바람난 어여쁜, 엄마가 보고싶다
오래 전 고향 마을에 교통사고가 나 이웃집 아주머니가 돌아가셨다. 그러자 그 남편이 한 달도 못 되어 재혼을 했다.
나의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단다.
“자식이 효자면 뭐하나? 돈이 있으면 뭐하나?”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홀몸이 되신 어머니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래, 어머니도 여자였어!’
하지만 어머니는 그 후 여자가 되어 보지 못하고 환자가 되어 이 병원 저 병원을 들락거리시다가 돌아가셨다.
탑골 공원, 종묘 공원 일대에서 ‘박카스 할머니’들이 대거 경찰에 검거되었다는 뉴스를 접하고 슬펐다.
“어떻게 저럴 수 있어?”
이런 비난들 속에는 나이 든 사람은 남녀가 아니라는 믿음이 마음 밑바닥에 강하게 깔려 있을 것이다.
물론 매춘은 나쁘다.
하지만 우리는 어르신들의 사랑을 진정으로 인정해 준 적이 있을까?
우리가 정말 어르신들의 매춘에 대해 분노한다면 그 분들이 매춘이 아니라 사랑을 할 수 있게 도와드려야 할 것이다.
그분들에게 최소한의 인간적인 품위를 지킬 수 있도록 ‘기본소득’을 보장해 드려야 할 것이다.
그러면 그분들이 매춘을 할까?
우리가 그토록 소중히 여기는 유적지에서 후손들에게 민망한 모습을 보이실까?
나는 보고 싶다!
소년 소녀처럼 볼이 발갛게 물드신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 조상님들의 업적을 얘기하며 탑골공원과 종묘공원을 거니시는 모습을.
이 땅에 사는 우리 모두의 부모님이신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 파렴치범이 되어 은밀한 눈빛을 주고받으시는 모습이 너무나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