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에로티시즘이란 죽을 때까지 내내 삶을 긍정하는 것(조르쥬 바타이유)


봄날 오후
- 김선우

늙은네들만 모여앉은 오후 세 시의 탐골공원
공중변소에 들어서다 클클, 연지를
새악시처럼 바르고 있는 할마시 둘
조각난 거울에 얼굴을 서로 들이밀며
클클, 머리를 매만져주며
그 영감탱이 꼬리를 치잖여― 징그러바서,
높은 음표로 경쾌하게
날아가는 징 · 그 · 러 · 바 · 서,
거죽이 해진 분첩을 열어
코티분을 꼭꼭 찍어바른다
봄날 오후 세 시 탑골공원이
꽃잎을 찍어놓은 젖유리창에 어룽어룽,
젊은 나도 백여시처럼 클클 웃는다
엉덩이를 까고 앉아
문밖에서 도란거리는 소리 오래도록 듣는다
바람난 어여쁜, 엄마가 보고싶다


오래 전 고향 마을에 교통사고가 나 이웃집 아주머니가 돌아가셨다. 그러자 그 남편이 한 달도 못 되어 재혼을 했다.

나의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단다.

“자식이 효자면 뭐하나? 돈이 있으면 뭐하나?”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홀몸이 되신 어머니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래, 어머니도 여자였어!’

하지만 어머니는 그 후 여자가 되어 보지 못하고 환자가 되어 이 병원 저 병원을 들락거리시다가 돌아가셨다.

탑골 공원, 종묘 공원 일대에서 ‘박카스 할머니’들이 대거 경찰에 검거되었다는 뉴스를 접하고 슬펐다.

“어떻게 저럴 수 있어?”

이런 비난들 속에는 나이 든 사람은 남녀가 아니라는 믿음이 마음 밑바닥에 강하게 깔려 있을 것이다.

물론 매춘은 나쁘다.

하지만 우리는 어르신들의 사랑을 진정으로 인정해 준 적이 있을까?

우리가 정말 어르신들의 매춘에 대해 분노한다면 그 분들이 매춘이 아니라 사랑을 할 수 있게 도와드려야 할 것이다.

그분들에게 최소한의 인간적인 품위를 지킬 수 있도록 ‘기본소득’을 보장해 드려야 할 것이다.

그러면 그분들이 매춘을 할까?

우리가 그토록 소중히 여기는 유적지에서 후손들에게 민망한 모습을 보이실까?

나는 보고 싶다!

소년 소녀처럼 볼이 발갛게 물드신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 조상님들의 업적을 얘기하며 탑골공원과 종묘공원을 거니시는 모습을.

이 땅에 사는 우리 모두의 부모님이신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 파렴치범이 되어 은밀한 눈빛을 주고받으시는 모습이 너무나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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