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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생물학전 실험장으로 만든 주피터 프로그램<기획> 세균전의 나라 미국 ④
곽동기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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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7.13  10:3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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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동기 / 우리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

 

[연재를 시작하며]

주한미군으로의 탄저균 반입이 뜨거운 논란이다. 전쟁의 목적은 승리이고 이를 위한 수단에는 제한이 없다고 했던가. 하지만 군사적 목적을 위해 인간에게 치명적인 세균을 사용한다는 것은 너무나 잔인한 발상이다.

세균무기는 오늘날 “가난한 나라의 핵무기”라고 불리고 있지만, 원래는 제국주의 침략세력에 의해 처음으로 개발되었다. 이번에 벌어진 주한미군 탄저균 논란도 미국이 어떠한 입장과 목적에서 살아있는 탄저균을 이 땅에 반입하였는지 철저히 규명해야 할 것이다.

탄저균 반입 사건의 중요성과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세균전의 나라 미국>이라는 연재를 준비하였다. / 필자 주

<차례>

1. 전염병과 전쟁
2. 731부대장 이시이가 미국으로 간 이유
3. 최초로 폭로된 세균전, 한국전쟁
4. 한국을 생물학전 실험장으로 만든 주피터 프로그램
5. 끝내 터진 사고
6. 세균, 방어용인가? 공격용인가?
7. 진화하는 세균전
8. 불안한 한국사회
9. 대안은 무엇인가?

 

주피터 프로그램이란?

   
▲ 미군은 주피터 프로그램을 위해 2014년 3월부터 살아있는 탄저균 표본을 주한미군에 제공했으며 9월에는 환경감시평가 장비 4대를 반입, 2대를 오산공군기지에, 다른 2개를 60m 길이의 터널에 설치하였다.

주피터(JUPITR) 프로그램은 Joint United States Forces Portal and Integrated Threat Recognition의 약자로 번역하자면 ‘연합 주한미군 포털 및 통합위협인식’쯤 된다.

미군은 주피터 프로그램이 생화학전에 대비해서 전문지식 없는 군인들도 전장에서 생화학물질 샘플을 채취해 4~6시간 안에 물질의 종류를 알아내기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주장한다. 지금까지는 생화학전이 발생할 경우 전문 인력이 투입돼 샘플을 채취한 후 미국 본토에 보내 분석해야 하기 때문에 대응에 며칠씩 걸리고 그 기간 미군은 타격을 입어야 했다.

주피터 프로그램은 미국 생화학방어 합동참모국(JPEO-CBD)이 이끌고 미국 육군 에지우드 생화학센터(ECBC)가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이매뉴얼 박사가 이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다. 이매뉴얼 박사가 2013년 3월 19일 ‘화학 생물학 방어 계획 포럼’에서 발표한 내용과 2014년 12월 ‘화생방·핵 포털’(CBRNe Portal)이란 미 군사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주피터 프로그램에 대한 부분적인 정보가 드러났다.

이 프로그램은 2013년 6월 시작됐다고 하지만 오산미군기지에 탄저균 실험시설을 갖춘 때는 1998년이며 부시 미 대통령의 2002년 바이오실드 프로젝트, 2007년 국토안보대통령지시(HSPD-21), 2009년 오바마 미 대통령의 정책지시(PPD-2)의 연장선에서 보는 것이 합당하다.

주피터 프로그램은 4가지 영역의 연구를 수행한다. 첫째는 생물감시포탈(BSP)로 생물무기를 감시하는 기관을 연결하는 기구를 확립하는 것이다. 둘째는 생물식별능력세트(BICS) 개발로 전장에서 휴대장치나 이동분석장비를 통해 세균 종류를 확진하는 것이다. 셋째는 환경감시평가(AED)로 개발한 탐지장비가 전장에서 얼마나 잘 작동하는가를 알아보고 최소비용으로 최대효과를 내는 진단장비를 주한미군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넷째는 조기경보로 모든 생화학적 정보를 하나의 통합감지 및 경보시스템으로 집중해 생물무기 관련 대응을 높이는 것이다.

주피터 프로그램은 1단계로 탄저균과 보톨리눔 A형 독소를 실험했으며 페스트균, 바실리스균에 대해서도 실험했다. 이매뉴얼 박사는 인터뷰에서 “아무도 이 정도의 규모로 생체관측을 시도한 적이 없었다”면서 “이것은 정말 큰 조직적인 시도였다”고 밝혔다.

미군은 주피터 프로그램을 위해 2014년 3월 이후, 살아있을 수 있는 탄저균 표본을 주한미군에 제공했으며 9월에는 환경감시평가 장비 4대를 반입, 2대를 오산공군기지에, 다른 2개를 60m 길이의 터널에 설치하였다. 이 터널의 위치는 알려지지 않았다. 특히 미군은 이 터널에서 탄저균, 페스트, 보톨리눔, 바실리스균 등 4가지 세균을 152가지 기체 미립자 형태로 만들어 살포한 후 성능 실험을 했다. 이 실험은 2014년 12월 12일에 끝났다.

또 생물식별능력세트 개발이 완성 단계에 이르자 2015년 6월 5일 한국 국방부와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를 불러 새로운 유전자 분석 장비를 시연할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미국 더그웨이 육군 생화학 실험기지는 5월 초 민간 배송업체인 페덱스를 통해 살아있는 탄저균을 주한미군에 보냈다. 그러나 5월 27일 탄저균 표본이 살아있다는 통보를 받고 폐기하면서 시연은 연기되었다.

한국은 최적의 생물학전 실험장

주한미군의 세균전 실험실은 서울 용산미군기지, 오산미군기지, 평택 캠프 험프리, 군산미군기지, 장소 불명의 미 육군공중보건국 산하 환경실험실 등 여러 곳에 있다. 그런데 왜 미군은 본토가 아닌 한국에서 세균전 실험을 했을까?

이매뉴얼 박사는 인터뷰에서 “주한미군 지도부에게 그런 능력이 요구되고 있고,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미국의 자산이 집중된 우방 국가”라는 이유를 들었다. 또 그는 원한다면 한국 내 주한미군 어디에서나 실험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2014년 3월 ‘ECBC 커뮤니케이션’의 보도에 따르면 미 국방부의 태평양 중시전략(Pivot to the Pacific) 덕분에 주피터 프로그램의 근거지를 한국에 두기로 한 것은 어렵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한다. 아울러 제반 상황은 주한미군의 지도부가 요구하였다고도 밝혔다.

이를 통해 볼 때 주피터 프로그램은 주한미군이 먼저 요구했고 미군도 필요성을 인정했기 때문에 한국에서 진행되었다고 할 수 있다. 주한미군에게 세균전 능력이 필요한 이유는 물론 미국은 ‘북한의 세균무기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어느 나라든 세균무기를 개발할 때는 방어용이라고 주장한다. 적국이 세균무기로 공격할 것에 대비해 백신 등을 개발해야 하며 이 때문에 세균을 배양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세균 증식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방어용 연구도 마음먹기에 따라 언제든 공격용 세균 배양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이다.

2010년 오바마 미 대통령은 실행명령 EO-13546에서 “생물학적 작용제와 독소를 활용하기 위한 강력하고 생산적인 과학적 모험은 국가안보의 핵심”이라고 하였다. ‘공격용’이냐 ‘방어용’이냐를 따지지 않고 일단 ‘활용’하기 위해 연구하겠다는 것이다. 주피터 프로그램이 ‘북한의 세균무기 공격에 대비’하는 목적인지, ‘북한을 세균무기로 공격’하는 목적인지는 확정할 수 없다는 말이다.

얼마 전 미 공영방송 NPR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된 미군 6만 명을 대상으로 비밀리에 화학가스 실험을 했다고 한다. 어떤 민족에게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지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한국에서 세균전 실험을 한다는 것은 결국 한국인들에게 세균무기가 얼마나 효과를 발휘하는지 실험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미군이 한국에서 주피터 프로그램을 가동한 또 다른 이유는 한국을 손 쉽게 설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매뉴얼 박사 말처럼 미군은 원한다면 한국 내 어디에서나 세균전 실험을 할 수 있다. 세균 샘플이 드나드는 것을 한국 정부에 일일이 통보하고 허가를 받아야 할 필요도 없고, 미군기지 내에서 실험하는 것 역시 통보하거나 허가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번처럼 사고가 나도 한국 정부의 미군시설 방문을 통제할 수도 있다.

주피터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미군 더그웨이 연구소는 유타 주의 사막 한가운데 있다. 세균무기가 유출될 사고에 대비해서 사막 한가운데서 실험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인구밀집지역에 있는 용산미군기지나 오산미군기지에서 실험을 한다. 그래도 한국 정부가 항의하지 않는다. 미군 입장에서는 한국이야말로 세균전 실험의 최적지인 것이다.

돈 되는 세균전 장사

주피터 프로그램이 순수하게 군사적 목적에서만 진행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미국은 원래 군산복합체라는 말이 상징하듯 군부와 자본이 밀접히 결탁한 나라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주피터 프로그램을 운용했다면 당연히 관련 자본의 이윤이 어딘가에서 나와야 한다.

우선 이매뉴얼 박사는 인터뷰에서 “여러 가지 생화학 방어 시스템을 (한국군 수뇌부에게) 사용해 보도록 한 뒤, 직접 고르게 했다”고 말했다. 이미 한국군이 미군 생화학 장비들을 구입하고 있다는 말이다. 생화학전 위험이 증가할수록 관련 장비 수입도 급증할 것이다.

이보다 더 수익이 확실한 건 탄저균 백신이다. 탄저균을 탐지하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끝나지 않는다. 결국 탄저균 백신과 치료제를 구입해야만 한다. 문제는 탄저균 백신이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한 번 맞으면 끝이 아니라 18개월 동안 6번 백신을 맞고 매년 추가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주한미군은 모두 탄저균 백신을 맞았지만 한국군은 아니다. 한국군 전체에 탄저균 백신을 맞추려면 어마어마한 양의 백신이 필요하다. 거기에 세균전은 군인만 피해를 입는 게 아니니 전 국민을 대상으로 백신을 비축하려면 그 양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미국의 관련업체 입장에서 한국은 매우 흥미로운 시장이다.

끝내 터진 탄저균 배달사고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다. 1년 넘게 살아있는 탄저균을 국내에 반입하던 미국은 끝내 사고를 치고 말았다. 이 사고는 미군의 허술한 관리 시스템과 법규 무시 관행이 중첩되면서 터졌다. 사고가 나고서야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 땅에서 세균전 실험이 진행 중임을 알 수 있었다.

일단 사건 개요는 다음과 같다.

미군은 새로 반입한 중합효소연쇄반응(PCR) 유전자 분석 장비를 시연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4월 말에서 5월 초 즈음에 탄저균 표본을 오산공군기지로 보냈다. 이 표본은 포자 형태의 액체 1ml 분량이며 냉동 상태에서 3중으로 포장이 되어 민간 배송업체 페덱스를 통해 운송됐다.

오산공군기지에서는 이 표본을 냉동고에 보관하다가 시연일인 6월 5일을 앞둔 5월 21일 사전처리를 위해 해동하였다. 그런데 5월 27일 미 국방부가 표본이 살아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오면서 표본을 락스 성분의 표백제에 넣어 폐기하고 실험실을 제독했으며 연구에 참여한 22명을 검진하고 예방약을 복용시켰다.

여기서 우리는 몇 가지 문제점을 확인할 수 있다.

첫째, 미군의 생화학무기 관리에 허점이 있으며 따라서 안전하게 실험하겠거니 하며 미군만 믿고 있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이번에 들어온 탄저균 표본이 살아있을 가능성이 있었던 것은 더그웨이 연구소 측에서 탄저균을 방사선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미국 매릴랜드 주에 있는 민간세균실험실에서 자기들이 더그웨이 실험기지로부터 받은 탄저균 표본 속에 살아있는 탄저균이 있음을 발견하고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에 신고했기에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

둘째, 미국이 법규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으며 이는 명백한 주권침해라는 점이다. 탄저균 같은 1급 병원체의 국내반입은 ‘화학무기·생물무기의 금지와 특정화학물질·생물작용제 등의 제조·수출입 규제 등에 관한 법’, ‘생화학무기법’,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 등 국내법은 물론 생물무기금지협약(BWC) 등 국제법으로도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특히 민간 배송업체가 1급 병원체를 배송하는 것은 안전보건법 위반이며 상식적으로도 말이 안 된다.

더욱 한심한 것은 한국 정부가 미국의 법률 위반에 대해 일언반구 항의조차 하지 않으면서 스스로 주권을 포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 주피터 프로그램 가동 중에 한국인이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었지만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미군은 2014년에 이미 위치 불명의 지하 터널에서 4가지 세균을 가지고 테스트를 했다. 만약 지진이 나거나 부실공사로 인해 지하 터널에 균열이라도 발생한다면 세균이 새어나올 수도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환경감시평가 장비 2대는 오산공군기지 야외에 설치했는데 혹시 야외 살포실험을 계획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979년 구 소련의 스베르들롭스크(현 예카테린부르크) 지역 인근 탄저균 실험실에서 측정할 수도 없을 만큼 적은 양의 탄저균 포자가 유출되어 바람을 타고 도시로 흘러들어가 약 2천 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한국에서도 동일한 일이 반복되리라는 보장이 없다. 그러나 주피터 프로그램과 관련한 상세한 정보를 한국인은 알 수도 없다.

자칫 대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세균전 실험. 지금이라도 한국 정부는 주피터 프로그램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확보해 국민에게 공개해야 할 것이다.

(수정, 16일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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