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일구는 기쁨은 무엇일까?
낚시처럼, 잡힐 듯이 잡히지 않는, 그러나 잡을 수 있는, 끊임없이 희망을 낚는 것이다.”
- 존 부컨(의 말을 수정)

올해는 광복 70년, 분단 70년이 되는 해이다. 그러나 남북관계는 여전히 악화상태이고 동북아에서는 군비경쟁이 치열하다. 이 지역의 불안정한 상황을 끝내기위해 솔직하고 열린 대화와 상호 존중이 절실히 필요하다.

▲ 6월 23~24일 몽고 울란바토르에서 남한, 북한, 중국, 미국, 러시아, 일본과 몽골의 시민사회단체 활동가와 학계 전문가가 모여 ‘울란바토르 프로세스’를 시작했다. [사진제공 - 정경란]
이러한 상황에서 동북아시아 차원에서 시민사회가 지속가능한 대화, 협력과 신뢰형성을 위한 채널을 열었다. 지난 6월 23~24일 몽고 울란바토르에서 남한, 북한, 중국, 미국, 러시아, 일본과 몽골의 시민사회단체 활동가와 학계 전문가가 참여하여 향후 정례적으로 대화모임을 갖기로 합의하였다, 동북아시아 모든 시민사회가 포함된 민간대화(트랙 2 대화)인 ‘울란바토르 프로세스’(Ulaanbaatar Process)가 시작된 것이다.

이 회의에서 참가자들은 토론을 통해 한반도 평화, 동북아시아의 비핵지대화, 여성의 역할 강화를 포함한 시민사회의 역할을 관심이슈로 설정하고 향후 작업계획을 세웠다.

이 프로세스는 ‘무장갈등예방을 위한 글로벌파트너십’(Global Partnership for Prevention of Armed Conflict: GPPAC)의 지속적인 활동 노력의 결과이다. 2003년 시작된 GPPAC 동북아는 시민사회 대화 프로세스를 중시해왔다.

특히 2006년 3월 금강산에서 GPPAC 동북아회의가 있었다. 각국 참석자들이 강원도 고성을 지나 군사분계선을 넘어 금강산에서 며칠 같이 생활하면서 한반도 분단과 함께 남북화해협력의 현실을 몸으로 실감하면서 한반도 화해와 평화 통일을 위해 민간이 무슨 역할을 할 것인가를 깊이 고민할 수 있었다.

또한 몽골에서 온 참석자는 유엔이 인정한 비핵지대국가(single-state Nuclear Free Zone)로서 인정받은 몽골의 경험을 전하면서 동북아시아 비핵화실현을 위한 지역협의회 개최를 제안하였다.

2007년 울란바토르 GPPAC회의에서 6자회담을 지원하고 이에 상응하는 민간6자회담을 개최하자는 제안을 시작하였지만 북한이 참석하지 않았다. 이후 여러 준비를 거쳐 드디어 올해 울란바토르 프로세스가 공식적으로 발족되었다.

울란바토르 프로세스의 시작을 통해 여러 가지 의미를 알 수 있다.

▲ 울란바토르 대화를 참관한 후 대통령 비서실장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사진제공 - 정경란]
첫째, 시민사회 역할의 중요성이다. 동북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안전의 문제는 정부만의 몫이 아니다. 지속가능한 평화는 정부만의 주도로 담보될 수 없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평화는 분쟁의 당사자들이 평화협상과정이 외부에서 고안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현안임을 느낄 때 가능하다. 각 국가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지역으로 동북아시아를 고민하며 역사가 남겨준 상처를 씻고 관계를 회복하기 위하여 서로 만나고 대화를 통해 공유 가능한 틀로서 동아시아를 가꾸는 노력을 함께 할 때 가능하다. 이런 차원에서 울란바토르 프로세스는 동북아시아 각국에서 온 시민사회단체 활동가와 전문가 사이에 ‘동북아시아 평화’라는 공동의 의미지평(common space of meaning)을 형성하기 위한 시민사회의 뜻깊은 시도이다.

둘째, 과정의 중요성이다. 갈등해결은 전환의 과정(process of transformation)이며, 과정의 역동성(dynamics of process)을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다. 즉 분쟁이 지속될 경우 인간관계의 파탄과 공동체의 해체를 경험하고 그 피해는 말할 수 없이 크다. 따라서 개인과 공동체가 갈등에서 나타난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하며,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사회구조를 공존과 화해할 수 있는 평화적인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이것은 지속적인 과정이며 끊임없는 전환의 과정이다. 울란바토르 프로세스는 이런 전환의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동북아시아 시민사회의 성과이다. 또한 그 과정에 참여하고자 하는 동북아시아 시민사회의 결의이다.

셋째, 정부와 시민사회의 협력이 중요하다. 동북아 평화실현을 위해 정부와 시민사회의 새로운 파트너십을 형성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 비정부단체, 활동가, 학자, 정부대표, 국제기구가 함께 일하는 새로운 협력관계를 모색하고 있다. 울란바토르 프로세스 추진 과정은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정부와 시민사회의 협력을 잘 보여준다. 몽골정부는 6자회담국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으며, 역내 핵위협을 줄이기 위한 지역대화를 지원한다는 취지로 2007, 2010, 2014년 GPPAC 동북아지역회의를 지원했다. 이번 울란바토르 프로세스 참가자들은 몽고정부가 추진하는 반민반관 트랙(트랙 1.5)인 울란바토르 대화(Ulaanbaatar Dialogue)를 참관하기도 했다.

넷째, 국제적인 네트워크와 관계이다. GPPAC이 울란바토르 프로세스를 이끌고 있다. GPPAC은 정보와 경험을 나누는 15개의 지역네트워크로 구성되어 있으며, 대화와 중재를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다. 미국과 쿠바, 세르비아와 코소보, 조지아와 러시아의 대화를 촉진해왔다. 이러한 GPPAC의 경험과 전문성이 울란바토르 프로세스 발족에 든든한 지원이 되고 있다.

다섯째, 여성의 역할의 중요성이다. 울란바토르 프로세스는 여성의 역할을 포함하여 시민사회의 역할을 논의하기로 했다. 동북아에서 남녀의 격차는 유난히 심각하다. 2014년 정치적 세력화에서 한국의 경우 여성의 권한은 남성의 11%, 중국 15%, 일본 5%, 러시아 6%, 미국 19%에 불과하다. 한편 군사비는 2014년 미국 6100억불(세계 1위), 중국 2160억불(2위), 러시아 845억불(3위), 일본 457억불(6위), 한국 367억불(10위)을 사용하였다. 각국은 엄청난 군사비를 사용하는 반면, 남녀 사이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투자는 별로 하지 않았다. 군사력 중심의 안보 정책, 가부장제가 강한 사회에서 여성의 정치적 지위는 낮다. 따라서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추구하는 대화모임에서 여성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할 것이다.

2003년 3명으로 시작한 GPPAC 동북아를 넘어 2015년 울란바토르 프로세스를 목격하고 있다. 마침내 여러 길을 돌아 지역 내 모든 분쟁당사국의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모였다. 10년 이상의 세월을 지나 우리는 희망을 건져 올렸다. 향후 한반도 평화, 동북아 비핵지대화, 시민사회와 여성의 역할을 둘러싸고 다양한 논쟁이 예상된다. 갈등해결의 관점에서 지속적인 만남과 대화를 통해 접점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울란바토르 프로세스를 통해 새로운 희망을 꿈꾼다.

(수정2, 17일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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