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한대련의 주한미군 탄저균 반입사태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 - 통일뉴스 이태우 인턴기자]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은 2일 오전 11시 주한 미국대사관 옆 광화문 KT 사옥 앞에서 '탄저균 반입사태에 대한 진상규명과 美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한국 대학생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한대련은 지난 5월 오산공군기지로 살아있는 탄저균 표본이 배송된 이른바 '탄저균 파동'에 대해 실천행동이나 다른 시민단체 규탄집회 참여 등을 통해 의견을 피력한 전력이 있지만 독립적인 입장을 표명한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한대련은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 정부는 탄저균이 국내에 들어온 경위조차 파악하지 못했으며 오산 미군기지 외에 또 반입된 곳이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다"며 "따라서 우리 대학생들은 미국에 책임을 묻고 진상규명과 사과를 요구하며 이같은 사태를 초래한 SOFA(한미 주둔군지위협정) 개정을 요구한다"고 기자회견을 연 배경을 밝혔다.

발언자로 나선 허인도 한신대 총학생회장은 "수많은 시민이 오산공군기지 부근에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고 본인이 재학 중인 한신대학교 역시 오산에 위치해 있다"며 "민간인들이 밀집된 도시 인근 군사기지에 통보 없이 치사율 94%를 상회하는 탄저균을 밀반입한 것은 무책임한 행위"라고 강력히 규탄했다.

박수현 덕성여대 총학생회장은 "우리 정부가 이번 사태를 초기에 파악하지 못한 원인은 불평등한 SOFA 때문"이라며 "어서 불평등한 협정을 개정해야 한다"고 보탰다.

현행 SOFA 9조 5항은 '명령에 따라 대한민국에 입국하는 미군 구성원, 공용봉인(봉인)이 있는 미국 군사우편, 미군 군대에 탁송되는 군사화물은 세관검사를 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 사례처럼 미군이 탄저균과 같은 위험물질을 한국에 들여와도 우리 정부가 검사하고 확인할 명분이 없어 검역 주권을 상실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 김한성 한대련 의장이 주한 미국대사관으로 이동해 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이태우 인턴기자]

회원들은 이어 김한성 한대련 의장을 필두로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낭독했다. 이들은 서한을 통해 "미군 최고 통수권자인 오바마 대통령에게 탄저균 밀반입 사태에서 드러난 미국의 주권침해에 대한 사과와 한국 내 탄저균 실험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서한 낭독을 마친 후 김 의장이 이를 미 대사관에 전달했다.

모든 순서가 끝나고 오바마 대통령이 한반도에 탄저균을 뿌린 뒤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퍼포먼스가 기자회견의 말미를 장식했다. 하지만 우방국 대사관 앞에서 해당 국가 수반이 무릎을 꿇는 연출로 인근을 지나가던 몇몇 시민들이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