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태진 GS&J 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은 지금까지 가뭄의 영향 만으로도 북한의 올 가을 곡물 생산량이 지난해에 비해 50만 톤 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문제는 지금부터라고 할 수 있다. 조만간 가뭄이 마무리된다고 하더라도 가뭄의 영향은 현재 진행 중이며, 가뭄으로 인해 농작물의 생육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 병충해 발생이나 홍수 등 기상이변이 발생하면 가을 농사는 큰 타격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올해 북한의 가뭄에 대한 여러 가지 평가와 예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지금까지 가뭄의 영향 만으로도 올 가을 곡물 생산량이 지난해에 비해 50만 톤 이상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주목된다.

권태진 GS&J 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은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시 마포구 마포동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평화나눔센터에서 열린 ‘2015년 북한 가뭄 실태와 식량상황’ 정책 포럼에서 “가을 수확까지는 여름철 홍수 등 자연재해 가능성도 남아 있는데다 수확기 기상이 지난 2년과 같이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추가적인 감산도 나타날 수 있다”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 유엔식량기구(FAO)의 북한 곡물 생산량 전망. [자료제공-권태진]

권태진 원장은 이같이 “앞으로 작황에 부정적인 영향이 더욱 확산될 경우 2015/16 양곡연도의 식량부족량은 100만 톤 이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없지 않으며, 미래의 불확실성은 시장에 미리 반영되기 때문에 가을 수확 이전이라도 북한의 시장 불안정은 확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 경우 국제사회의 지원없이 북이 자력으로 식량부족 사태를 극복하기는 어렵다며, 8월 중순이면 가을 작황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직 북에서 지원 요청을 하지는 않고 있지만 일부에서 이야기하는 양수기 지원은 물이 없는 상태에서 쓸데없는 짓이 될 것이며, 관정을 지원하는 것도 피치 못할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하는 것이지 웬만하면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오랫동안 고인 물을 퍼 올려 쓰는 것인 만큼 물이 탁하기도 하지만 나중에 식수가 부족할 때를 대비해 아껴둬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가뭄으로 인해 북의 식량 부족 사태가 심각해지는 것이 현실화된다면 “인도적 지원으로 해결하는 것이 가장 돈이 덜 드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모작 농사는 이미 피해, 가을 수확도 큰 피해

권 원장에 따르면, 북한 전역에 걸쳐 나타난 극심한 가뭄으로 인하여 6월 말 수확 예정인 보리, 밀, 봄감자 등 이모작 농사는 이미 피해를 받았으며 가을에 수확하는 벼, 옥수수, 콩 등의 농사도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또 6월 중순까지 미처 모내기를 마치지 못한 지역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가뭄은 평년에 비해 적은 강수량에도 기온마저 높아 더욱 기승을 부렸으며, 지난 2년 동안 연속적인 가뭄으로 인해 저수지나 댐의 저수율마저 낮아 피해가 더욱 확대됐다.

올해 5~6월에 걸친 가뭄으로 인해 옥수수, 감자, 콩, 벼 등 가을 수확 작물이 입게 될 피해는 어림잡아 40만 톤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되며, 주로 개인이 경작하는 비탈밭 피해까지 합하면 50만 톤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모작 전체 생산량을 훨씬 넘어서는 것으로, 현재 수확중인 이모작 작물과 가을에 수확 예정인 작물의 피해를 모두 합하면 가뭄으로 인한 농작물 생산량 감소분은 60만 톤에 달할 수도 있다.

북한의 연간 곡물 생산량의 10%를 넘어서는 규모로 농업이 북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20%로 잡더라도 가뭄으로 인한 농업부문의 생산량 감소는 연간 평균 1%대에 머물러 있는 북한의 경제성장률을 2% 정도 낮출 정도로 북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심대하다.

▲ 이모작 작황이 부진하고 가을 작황의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현재 북의 곡물가격은 유례없이 안정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자료-권태진 원장] 

그러나 권 원장은 이모작 작황 부진이 예상되고 가을 작황의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북한의 곡물가격은 유례없이 안정을 보이고 있다며, 이를 ‘특이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시장가격 불안정을 염두에 두고 북 당국이 시장 안정을 위해 인위적으로 곡물 공급을 늘렸거나 소비자들의 북한 당국에 대한 믿음이 커서 곡물가격이 계속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밖에는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며, 또 하나의 요인으로 “북 시장에서 달러 등 외환 시세가 안정을 보이고 있는 것도 곡물 가격을 안정시키는 요인의 하나“라고 언급했다.

현재 안정된 가격이 형성되고 있는 곡물가격은 이모작 작황이 부진하다는 소문이 확산되면 상승할 가능성이 높고 이모작 생산량이 거의 소진되는 7월말부터 가을 수확기까지 가격 상승이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며, 7~8월 태풍과 호우로 인해 홍수 피해가 발생할 경우 곡물가격 불안정은 더욱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권 원장의 진단이다.
 

▲ 이모작 재배면적의 절반을 차지하는 봄감자는 3월에 파종, 6월 말~7월초순에 수확하며, 보리와 밀은 주로 10월에 파종, 6월말경 수확하지만 2월말~3월초에 파종, 6월말~7월 초순에 수확하기도 한다. [자료-권태진 원장]

북 의 식량작물 재배 면적은 179만 헥타아르이며, 이 중 텃밭 2만5천 헥타아르와 경사지 55만 헥타아르를 제외한 일반적인 논밭 면적은 125만 헥타아르 내외로 추정된다.

그 중에서 가을 수확 후 또는 이른 봄에 파종하여 6월 말에 수확하는 이모작 재배면적은 15만 헥타아르에 약간 못 미친다.

북의 주된 작물은 벼와 옥수수이며 감자, 콩, 잡곡 등도 식량작물로 널리 재배되고 있다. 주된 곡물 재배지역은 서해안으로 전체 곡물 생산량의 70% 이상이 이곳에서 생산된다.

일모작 벼의 경우 5월 중·하순에 모내기를 해 9월 말∼10월 초순경에 수확하지만, 이모작 벼는 이모작 작물 수확이 끝난 6월 말∼7월 초에 모내기를 하여 10월 중하순에 수확한다.

옥수수의 경우 직파 면적이 증가하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영양단지를 이용한 이식재배가 일반적이다. 이식재배의 경우 3월에 파종을 하여 5월에 이식한 후 8월 말∼9월 초순에 수확하는 것이 북의 일반적인 작부체계이다.

가을에 수확하는 감자는 주로 밭에서 재배되며 대개 5월에 파종하여 9월에 수확한다. 옥수수와 감자는 지역에 따라 파종과 수확시기가 다르다.

대표적인 이모작 작물은 감자, 밀, 보리이며 이들 작물은 가을에 벼를 수확한 후 논에서 재배하거나 이른 봄 논밭에서 재배한다.

이모작 면적의 절반을 차지하는 봄감자는 3월에 파종하여 6월 말∼7월 초순경 수확한다. 보리와 밀은 주로 10월에 파종하여 6월 말 경 수확하지만 2월 말∼3월 초에 파종하여 6월 말∼7월 초순에 수확하기도 한다.

농작물 재배면적 추이를 살펴보면 벼는 큰 변화가 없으나 옥수수는 재배면적이 감소하는 추세이며 감자와 콩은 증가하는 추세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조기경보시스템에 따르면, 북한의 통상 벼 재배면적은 57만8천 헥타아르이지만 올해에는 가뭄 때문에 3만4천 헥타아르 이상의 면적에서 모내기를 할 수 없었으며, 예상되는 벼 재배면적은 54만3천498 헥타아르에 불과했다.

이중 지난달 8일까지 모내기를 완료한 면적은 44만1천562 헥타아르였으며, 이중에서도 가뭄 피해를 받고 있는 지역은 30%에 해당하는 13만6천245 헥타아르로 추정했다.

가을에 수확하는 일모작 옥수수는 황해도 지방의 경우 대개 4월 20일에서 5월 10일 사이에 이식을 하게 되는데, 지역에 따라 가뭄이 6월말까지 지속된 곳도 있기 때문에 파종이 늦춰지거나 파종이 불가능한 농지도 다수 발생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북의 이모작 재배면적은 14만 4천 헥타아르로 전년도 17만5천300헥타아르에 비해 18%나 줄어든데다 가뭄 피해까지 겹쳐 생산량은 2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FAO는 올해 2월까지만 해도 이모작 재배면적 감소와 가뭄 등의 영향으로 이모작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17.7% 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예상보다 심한 가뭄의 영향으로 실제 생산량은 27만7천톤으로 또 다시 생산량 추정치를 하향 조정했다고 한다.

이는 2014년에 비해 24.4%나 감소한 것으로 한때 이모작 생산량이 50만톤을 넘어섰으나 최근 수년동안 이모작 생산량은 절반으로 줄어들게 됐다.

대표적인 이모작 작물인 밀과 보리, 봄감자인데, 지난 가을에 파종한 밀과 보리는 정상적으로 파종됐지만 생육과정, 특히 알이 차는 시기에 가뭄피해를 지속적으로 받았기 때문에 20% 이상의 수량 감소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되며, 봄보리와 봄감자는 파종시기가 가뭄과 겹쳐 있고 가뭄 정도가 워낙 심해서 충분한 수확을 기대하기 어렵다.

(정리-통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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