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초 제철 모내기에 나선 북한 주민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이달 중순 북한 황해도 지역을 포함해 한반도 중부권역에 적지 않은 비가 내린 후 북한지역 가움이 해갈됐는지, 식량작황에는 별 문제가 없는 것인지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북한 관영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3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가뭄이 지속되고 있다는 소식을 처음으로 전했다.

당시 통신은 “1월부터 5월까지의 전국 평균 강수량은 135.4㎜로서 지난해 같은 기간의 강수량보다는 좀 많았지만 평년(182.6㎜)의 74.2%였으며, 특히 3월 강수량은 7.7㎜(평년 26.2㎜)로서 기상관측 이래 두 번째로 적어 전반적 지방에서 가물(가뭄)이 들었다”고 보도했다.

“주요 영농시기인 5월 강수량은 40.1㎜로서 매우 적었으며, 하순에는 이상 고온현상까지 겹쳐 가물 상태가 더욱 악화되었다”고 진행상황을 구체적으로 전했다.

가뭄이 가장 심한 지역은 량강도, 강원도, 황해남·북도(80~151mm, 평년 대비 53~67%)이며, 함경남·북도, 평안남·북도, 평양시, 남포시(108~160㎜, 평년의 77~86%) 등 대부분의 지방에서도 심한 가뭄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 가물현상은 현재 덥고 건조한 기상조건으로 하여 전반적 지방으로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 날인 4일자에서 통신은 북측 전역에서 심한 가뭄 현상이 지속되는 속에서도 “전국적인 벼 모내기 실적이 현재 77% 계선에 들어섰다”고 밝혔다.

이 때까지만 해도 북측의 가뭄은 전년도에도 왔었던 봄 가뭄 정도로 인식됐으나, 이로부터 며칠 지나지 않아 분위기는 심각하게 돌변했다.

▲ 최근 북측 월별 강수량 비교 [자료 제공 - 통일부]

중순으로 접어든 지난 16일 통신은 “조선의 각지 농촌들에서 100년래의 왕가물로 심한 가물피해를 받고 있다”며, “8일 현재 전국적으로 44만 1,560 여 정보의 모내기 한 논에서 13만 6,200 여 정보의 볏모들이 말라가고 있다”는 급박한 소식을 전했다.

그중 피해가 큰 지역은 곡창지대인 황해남·북도와 평안남도 그리고 함경남도라고 하면서, “특히 황해남도에서 모내기 한 면적의 근 80%, 황해북도에서는 근 58%의 논이 마른상태에 놓여있다”고 가뭄상황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알렸다.

당시 통신은 “저수지들의 최대 수위가 낮아지고 강·하천들이 거의 마른상태여서 모내기한 볏모들뿐만 아니라 강냉이를 비롯한 다른 알곡작물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해당 지역들에서는 왕가물로 피해면적이 계속 늘어나는데 따라 볏모 대신 다른 작물들을 심는 등 가물을 극복하기 위한 필요한 대책들을 세워나가고 있다”고 상황의 심각함을 설명했다.

이와 관련, 지난 9일 통일부는 모내기철인 지난달 북한지역의 평균 강수량이 41.7㎜로 평년(76.4㎜)의 56.7% 수준으로 급감하고 기온도 평년에 비해 약 1℃ 높아 농지 수분함량이 급격히 감소했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첫 모내기가 있었던 지난달 10일 이후에도 가뭄이 이어지면서 뿌리 활착에 장애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 주요 곡창지대인 황해남북도와 평안남북도의 4, 5월 강수량 비교 [자료 제공 - 통일부]

특히 주요 곡창지대인 황해남북도와 평안남북도의 경우 모내기철인 5월 강수량이 50mm에도 미치지 못해 모내기 지연과 향후 생육장애 발생도 우려했다.

통일부는 북측 농작물생물예보지휘부가 지난 10일을 기점으로 볏모가 말라죽는 지역에서는 포트에 심어둔 강냉이 및 알곡 작물로 교체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에 주목했다.

강수량 부족이 계속 이어질 경우, 감자와 쌀의 생산량이 예년에 비해 15~20% 급격히 줄어들고 지난달 10일 이전에 파종한 옥수수의 작황도 크게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지난 11일부터 20일 사이에 황해남·북도의 전반적 지역에서 비교적 많은 비가 내린 것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2일자 통신에 따르면, 11일부터 20일 사이에 황해남·북도 곡창지대인 삼천군 99㎜, 신천군 97㎜, 해주시 95㎜, 안악군 72㎜, 신평군 90㎜, 은파군 80㎜, 곡산군 79㎜, 수안군 77㎜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북측 ‘기상수문국 중앙기상예보소’ 관계자는 “지난 열흘기간에 조선의 황해남·북도지역에서 비가 내렸지만 여전히 장기적인 가물(가뭄)이 완전히 해소될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봄부터 지속되고 있는 엘니뇨현상으로 동아시아지역에 영향을 주는 북서태평양고기압이 강하게 발달하지 못하는 것과 관련하여 올해에 장마가 늦어질 것이며, 특히 장마철 기간 강수량이 적을 것”이라고 예보한 바 있다.

7월 초 평안남·북도와 함경남·북도 지역에 비가 내리지만 상순까지는 평년에 비해 강수량이 낮다가 중순 이후에 회복될 것이라는 기상청 중기예보와 대체로 일치하는 예보이다.

▲ 7월 초 평안남·북도와 함경남·북도 지역에 비가 내리지만 상순까지는 평년에 비해 강수량이 낮다가 중순 이후에 회복될 것이라고 중기예보했다. [자료 출처 - 기상청]

통일부는 식량 생산량이 줄어들긴 하겠지만 북한이 식량난을 겪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봄 심각한 가뭄에도 불구하고 북측이 기존 저장용수를 활용해 상당 부분 피해를 극복한데다 이후 일조량도 좋았고 장마 피해도 거의 없었을 뿐만 아니라 비료 및 농자재 공급도 비교적 원활했기 때문에 식량 작황은 큰 변화가 없었던 사례가 있다는 설명이다.

북측에서는 농업개선 조치의 일환으로 전 지역에 확대하고 있는 ‘분조관리제안에서의 포전담당책임제’를 통해 농장원들의 생산의욕이 높아진 것도 가뭄극복과 식량증산의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확산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농업과학원 농업경영연구소 지명수 실장은 28일 주간 <통일신보>와의 인터뷰 기사에서 “분조관리제안에서의 포전담당책임제의 실효성이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고 하면서 지난해 100년래의 왕가물이 들이닥친 불리한 기후조건에서도 알곡증산을 이룩하였다”고 말했다.

신문은 올해도 전국의 모든 협동농장에서 포전담당책임제를 더욱 심화시켜 나가고 있다며, 이와 함께 높은 수확고를 내기 위해서는 ‘과학적인 영농방법’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마른 논에서 벼포기 홈을 판 다음 모를 내는 ‘벼영양단지모에 의한 모내기방법’ 등이 ‘물절약형 농법’에 해당하며, 각종 물 원천을 확보하는 시설공사 등도 해당된다.

이와 관련, 22일자 통신이 현재 황해남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자연흐름식 물길공사’를 특별히 강조해 소개한 것이 눈에 띤다.

통신은 “올해 공사과정에만도 백 수십만 ㎥의 토량 및 암반을 처리, 이미 방대한 저수지 언제(둑)공사가 완공됐으며 지역에 관개수를 보내줄 수 있는 돌파구가 열리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북에서는 ‘자연흐름식 물길공사’를 가뭄과 큰물(홍수) 등 자연 재해를 예방하는 ‘대규모 자연개조사업’이라고 부르는데, 양수기와 전동기 등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강물의 자연스러운 흐름대로 농업용수를 쓸 수 있는 물길을 만든 후 중간에 ‘언제’를 만들어 중소형 발전기도 돌려 전기도 생산하는 방식으로 건설한다.

지난 2002년 10월 개천-태성호물길(150여㎞, 평양, 평안남도, 남포시 10만여정보), 2005년 10월 백마-철산물길(270여㎞, 평안북도 4만6천여 정보), 2009년 9월 미루벌물길(220㎞, 황해북도 미루벌, 420㎢)에 이어 2012년 1월부터 황해남도 물길공사가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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