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수정/해상화원도(海上花圓圖)/디지털회화/2015. [자료사진 - 심규섭]

화원도(花圓圖)는 수석(壽石)을 중심으로 꽃이나 과일을 둥글게 배치하여 표현한 그림이다. 이런 작품의 원류는 전통회화인 모란도, 화조도에서 나왔다.

화원도의 구도는 괴석, 수석을 중심으로 둥글게 사물을 배치한다.
보통 그림의 구도는 세로이거나 가로형태를 가진다. 가로화면은 많은 사물을 넣을 수 있으며 넓은 느낌을 표현하기에 좋다. 넓은 바다나 강물 따위가 있는 산수화나 장생도, 많은 사물을 넣은 책가도가 대표적이다. 세로화면은 높고 깊은 느낌을 내는데 용이하다.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높은 산을 겹쳐 그리거나 큰 나무를 표현할 때 장점을 발휘한다.

가로세로의 화면비율이 거의 정사각형에 가까운 화원도는 가로그림도 아니고 세로그림도 아니다. 거꾸로 말하면 가로화면과 세로화면을 결합한 구도인 것이다. 이렇게 가로세로구도의 결합하면 풍성함과 화려함을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가로그림은 좌우가 있어 시선의 흐름이 만들어진다. 세로그림은 아래위가 있어 감상자의 시선을 수직으로 유도한다. 하지만 정사각형에 가까운 그림은 시선이 중앙에 고정된다. 다시 말해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구도인 것이다.

우리그림에서 꽃이나 열매는 수석을 만나야 제격이다. 화조도는 꽃과 새가 소재이지만 거의 모든 그림에 수석이 함께 등장한다. 수석은 선비들에게는 변치 않는 지조와 절개의 상징이고 백성들에게는 풍요와 장수(長壽)의 상징이라 어떤 그림에도 잘 어울린다.

위 그림에서 수석은 바다 위에 그려져 있다. 거친 바다는 현실의 어려움을 뜻한다. 수석은 이러한 어려움 속에 굳건히 자리를 지키는 상징이며 꽃과 열매는 이상과 풍요의 상징이다.
국화는 완성된 인격체인 군자의 상징이다. 복숭아열매는 장생도의 내용처럼 이상세계를 뜻한다. 작품을 그대로 해석하면 어려운 현실을 이겨낸 훌륭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이상세계가 된다. 그러나 이런 의미를 모르더라도 직관적으로 풍성하고 아름다운 느낌을 준다.

그림을 사람들에게 보여줄 때는 전문적 내용이나 형식을 앞세우면 안 된다. 미술의 장점은 시각적 아름다움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림은 말과 글보다 더 많은 정보를 함축하고 있다. 그림을 좋아하는 아이와 글을 깨우친 아이 중에서 그림을 좋아하는 아이가 더 뛰어난 상상력과 이야기꺼리를 가지고 있다.
요즘 자본주의 세상에서는 성적매력이 아름다움을 대표한다. 악마라도 늘씬하고 섹시한 자태로 그리면 시선을 끌고 사람들이 좋아한다.
마찬가지로 유려한 색과 사실적인 표현은 사람의 시선과 관심을 이끌어내는 미술만의 미덕이다.

우리그림은 직관성이 뛰어나다.
궁중회화는 인문학적으로 해석을 해야 겨우 이해가 되는 어려운 그림이다. 민화도 문자유희를 통한 상징성 때문에 설명을 해주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채색이 들어간 궁중회화나 민화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수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 구체적으로는 알 수 없지만 척 보면 느낌이 오기 때문이다.

국화는 세밀한 선묘를 이용해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복숭아열매는 여성의 가슴이나 엉덩이를 닮으면서 자극적인 분홍색이다. 수석은 울퉁불퉁 특이한 모양인데 보석 같은 태점이 박혀있다. 바다는 박복적인 너울과 역동적인 파도의 결합으로 표현했다.
여기에 바위에 국화나 복숭아열매가 자라지는 않지만 천연덕스럽게 붙여놓았다. 사실과 추상 혹은 실경과 진경의 결합이다.
화려한 색상과 성적 상징을 결합하고 반복성과 역동성을 덧붙이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림 속으로 빠져든다. 또한 3차원의 현실적 표현은 관심을 유발시키고 4차원의 독특한 표현은 두뇌를 자극한다.
이런 모든 장치는 감상자의 시각과 두뇌를 교묘하게 파고드는 역할을 하는데, 이것은 우리그림의 조형원리인 확대원근법에 따른 표현기법이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처럼 그림에 뜻이나 상징을 앞세우면 미술은 발전하지 않는다. 반대로 영혼이 없고 당대의 철학을 반영하지 못하는 그림은 일회성으로 소모될 뿐이다.
우리그림에는 생명과 공동체의 가치가 담겨있다. 또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탁월한 조형기법과 화려한 채색법이 있다.
훌륭한 선조들이 우리에게 남겨준 빛나는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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