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 시인 


표절
- 김경미

우리는 매일 표절 시비를 벌인다
네 하루가 왜 나와 비슷하냐
내 인생이
네 사랑은
그렇고 그런 얘기들

밤 전철에서 열 사람이 연이어 옆 사람
하품을
표절한다


신경숙 소설가의 단편 소설 ‘전설’이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고 한다.

워낙 유명한 작가라 온 나라가 들끓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녀를 베스트셀러 작가로 생각했을 뿐 훌륭한 작가로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녀의 글을 읽어보려고 해도 도무지 읽혀지지가 않았다. 몇 장 읽다가 덮어 버린 적이 몇 번 있다.

나는 이번 사건을 표절 사건으로 보고 싶지 않다.

나는 ‘한국 문학의 본산’이라 하는 창비가 그녀를 훌륭한 작가로 추켜세울 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정말이야?’ ‘내가 글을 보는 눈이 이다지도 어둡단 말인가?’

그렇다고 내 ‘내면의 소리’가 그녀의 작품을 높이 치지 않으니 나는 내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는 자연스레 창비를 보지 않게 되었다.

신경숙 소설가가 창비가 말하는 정말 훌륭한 작가라면 그녀의 소설은 분명 표절이 아닐 것이다.

몇 대목이 비슷하다고 어찌 표절이겠는가?

인간의 생각이란 게 서로 비슷한 것을.

그녀 외에도 표절 시비에 휘말리는 유명 작가들이 가끔 있다.

문단에서 훌륭한 작가로 인정하는 작가이면서도 베스트셀러 작가들이다.

하지만 그때마다 그들은 내가 인정하지 않는 작가들이었다.

나는 이번 표절 문제가 ‘우리 문단의 문제’로 본다.

삶의 깊이도 별로 없고 삶의 향취도 거의 없는 얄팍한 잔재주를 가진 작가들이 훌륭한 작가로 통하는 우리 문단의 풍토 말이다.

그런 하찮은 작가들이 커다란 상을 받고 일반 독자들은 그런 작가들을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들고.

정말 훌륭한 작가의 글은 그만의 독특한 향기가 듬뿍 배어나오는 게 아닌가?

어찌 그런 훌륭한 작가가 표절 시비에 휘말리는 글을 단 몇 구절이라도 쓸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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