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군 장갑차에 의해 사망한 고 신효순.심미선 양 13주기 추모행사가 13일 오전 경기도 양주시 효순미선로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사고현장에 나무가 심어졌으며, '너희 꿈, 평화와 자주통일의 꽃으로 피어나라'는 비석이 세워졌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너희 꿈, 평화와 자주통일의 꽃으로 피어나라."

지난 2002년 6월 친구 생일잔치에 가던 신효순, 심미선 양이 미군 장갑차에 치여 사망한 사건이 일어난 지 13년이 흘렀다. 사고현장에는 두 학생들을 추모하는 나무와 꽃이 심어졌다.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은 13일 오전 경기도 양주시 효순미선로 사고현장(광적면 효촌리 543)에서 '고 신효순 심미선 13주기 추모행사'를 열였다.

이날 추모행사는 80여 명의 추모객들이 효순.미선 양의 영정을 들고 양주시 우라리공병대 버스정류소에서부터 사고현장까지 행진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그리고 사고현장에 이들을 기억하자는 의미의 나무 한 그루와 노란 색 꽃이 심어졌으며, '너희 꿈, 평화와 자주통일의 꽃으로 피어나라'는 비석이 세워졌다.

▲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추모사에서 "효순.미선은 역사 속에서 우리들 가운데 살아있다"고 추모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이날 추모행사에 참석한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추모사에서 "올해가 분단 70년이다. 지난 70년을 돌이켜보면 우리 역사속에 과연 무엇이 남아있고 무엇이 살아있는 것인가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제대로 우리가 지난 70년을 만들어 왔었으면, 제대로 한반도 역사를 만들어왔었다면 두 어린 학생들의 생명이 이렇게 허무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효순.미선의 죽음이 우리 민족사에 무엇으로 남아야 하는가, 무엇으로 되살아나야 하는가를 다짐한다"고 추모했다.

그러면서 "우리들이 해야 할 과제는 역시 남북화해와 평화, 미래의 희망을 효순.미선과 같은 오늘의 젊은이들에게 전해주고 만들어줘야 할 책임이 있다"며 "효순.미선은 역사 속에서 우리들 가운데 살아있고 역사가 이뤄지도록 함께 동행한다"고 말했다.

박석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통일위원장도 "미군 없는 세상에서 편히 쉬라고 한 부모님들의 피맺힌 절규 기억난다"며 "이 땅에서 억울한 죽음이, 있어서는 안 되는 죽음이 발생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효순.미선 죽음을 규명하는 싸움과 이들의 죽음은 반미자주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며 "혹시 효순.미선이가 우리 머릿속에 잊혀지는 것은 아닌지, 한국사회에서 멀어져가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 이날 사고현장에서 박상희 전주평통사 대표,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홍희덕 전 국회의원, 박석민 민주노총 통일위원장이 나무를 심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이날 추모행사에는 신경림 시인의 추모시가 낭송됐고, 김예인 학생의 해금 연주, 참가자들의 '그날이 오면' 합창으로 고인들의 넋을 기리는 자리가 됐다.

한편, 평통사는 지난 12일 오후 경기도 의정부시 미2사단 '캠프 레드클라우드'에서 추모음악회를 열었으며, 이날 오후 2시부터 광화문 광장에 분향소가 운영된다.

[추모시]

다시 그날은 오는데
-다시 신효순, 심미선 양의 영전에 드림

신경림

산과 들을 말리고 나무와 곡식을 태우면서
또 유월이 왔구나.
아카시가 지고 산비알에 붉게 싸리꽃이 피고
흙먼지 풀풀 날리는 유월이 왔구나.
효순이 미선이 너 귀여운 우리의 딸들이
평화를 위해 이 땅에 왔다는
그래서 이 땅을 떠나지 않는다는
장갑차에 깔려 세상을 떠난
슬픈 그날이 왔구나.

우리는 다짐했지만,
해마다 이날이면 다짐했지만.
아름답던 너희 꿈들을 허공으로 사라지게 하지 않겠다고,
영롱하던 너희 눈동자 이 땅 곳곳에서
꽃으로 열매로 살아나게 하겠다고
굳게 굳게 다짐했지만.

타는 아스팔트 위를 장갑차는 달리고
평화 대신 전쟁을 노래하며 장갑차는 달리고
또 다른 마크 워커와 페르난도 니노에가
열 명 백 명의 마크 워커와 페르난도 니노에가
장갑차 위에서 휘파람을 날리는.
너무나 흥겨워
콧노래 흥얼대는.

길에는 옛날처럼 꿈많은 소녀들
친구의 생일파티에 가는 효순이들 미선이들
그들을 위협하며 장갑차는 달리고.
이 땅에서는 어떠한 죄를 져도 벌을 받지 않는
마크 워커 들과 페르난도 니노에 들이
운전하고 관제하는
열세 해 전이나 똑같이 장갑차가 달리는.

내 땅에서 내가 남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그것이 평화를 위한 어쩔 수 없는 길이어서
불끈 울분을 삼켜야 하는 우리는
그래서 더욱 약해지고.
평화를 위해 이 땅에 왔기에
어떠한 죄를 져도 벌을 받지 않는
수백 수천의 마크 워커와 페르난도 니노에들은 오늘도
꿈많은 소녀들이 깔리든 치이든 아랑곳 없이
너무 즐거워 마구 내달리는.

산과 들을 말리고 나무와 곡식을 태우면서
또 유월이 왔구나.
효순이 미선이 너 귀여운 우리의 딸들을
우리가 이 땅에 되살려야 할 유월이 왔구나.
이제 거꾸로 너희가 별이 되어
우리 갈길을 가리켜주는 유월이 왔구나.
우리의 꿈을 지켜주고
쓰러지려는 우리를 일으켜 세우는
다시 그날이 왔구나.

[자료제공-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 80여 명의 추모객들이 효순.미선 양이 걷던 길을 따라 사고현장까지 행진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김예인 양이 해금을 연주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추모객들은 '효순아 미선아 기억할께'를 외쳤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13년 전 길을 걷던 효순.미선 양의 발자국 표식 위에 국화가 놓였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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