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6.15공동선언 발표 15주년 민족공동행사가 사실상 무산되었다. 북은 “남측 당국의 근본입장에서 변화가 없는 한 설사 행사 준비를 위한 실무접촉을 진행한다 하더라도 좋은 결실을 가져올 수 없을 것”이라고 하면서 “민족공동행사를 불가피하게 각기 지역별로 분산개최”하자는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남측 준비위원회는 “정부에 대북정책 전환과 조건 없는 민족공동행사 보장을 촉구”하기 위해 오는 6월 14일까지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대표자 농성에 돌입하였다. 그러나 “민(民)이 먼저 ‘분단을 잇는 다리’가 되겠다”는 희망은 날아가 버린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무엇보다도 안타까운 것은 남북관계에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앞으로 예상되는 남북관계 악재는 8월부터 진행 될 ‘을지 프리덤 가디언’ 한미합동군사연습이다. 작년 북은 “우리 제도를 전복하고 한반도를 교두보로 하여 아시아 대륙을 겨냥하려는 미국의 세계제패전략”이라고 하면서, “군사적으로 압살하기 위한 핵전쟁연습들이 계속되는 한 그에 대처한 우리의 자위적 대응도 연례화, 정례화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현재의 남북관계 상황이 지속된다면 8월을 기점으로 남북관계는 더욱 대결 상황으로 치달을 것이며 관계 개선의 계기를 찾기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즉 남북 사이에 관계 개선을 시도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의 과감한 결단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국민 모두 동의할 수 있는 의제는 바로 이산가족 상봉이다. 올해 4월 기준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중 생존해 계신 분들이 67,653명이다. 신청 후 사망하신 분들은 62,028명으로 전체 신청자 129,682명의 약 48%나 된다. 생존해 계신 분들의 약 82%가 70대 이상 어르신들로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절박한 과제가 바로 이산가족 상봉이다.

정부는 이산가족 상시 상봉을 위해 과감한 인도적 지원 의사를 밝혀 북한의 관심과 협조를 이끌어 내야 한다. 1년에 1만 명 이상 이산가족의 대면·화상 상봉을 추진하고, 북이 협조한다면 각 도(道)에 병원을 건립해 주고, 생필품 공장의 설립.운영을 지원하며 임산부, 영유아, 노인 등 취약계층의 영양개선을 위한 식량 지원 의사를 표명하자는 것이다. 즉 ‘한반도 프라이카우프’의 본격적 가동을 제안하자는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 논의가 본격화되면 자연스럽게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도 남북당국이 협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2008년 7월 11일 박왕자씨 피격 사망 사건 이후 전면 중단된 금강산 관광을 이산가족 상봉을 계기로 재개하는 지혜를 발휘할 필요한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 무대인 금강산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금강산에는 지하 1층 지상 12층 규모의 이산가족 상봉면회소가 완공되어 있다. 이산가족 상봉 면회소는 정부예산인 남북협력기금 총 550억 원을 들여 2008년 7월 완공되었으며, 총 객실은 206실로 최대 1천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2009년, 2010년, 2014년 한 차례씩 총 3번밖에 이용하지 못했다.

장기적인 차원에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과 금강산관광을 연계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설악-금강-마식령 남북 연계 관광을 개발하여 모든 관광객들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도록 한다면 남북관계 개선, 성공적인 평창 올림픽 개최, 강원도 발전이라는 많은 성과를 낳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과감한 대북제안을 북방정책을 선언한 ‘7.7선언’ 기념일을 활용하자는 제안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노태우 대통령의 1988년 7월 7일 ‘민족자존과 통일번영을 위한 특별선언’을 기념하여 ‘박근혜 7.7선언’을 만들자는 것이다. ‘7.7선언’은 기존 대북인식의 틀과 접근방법을 창조적으로 파괴한 획기적 조치로, 이 선언을 기점으로 적대관계였던 남북한이 공존관계로 전환을 모색하면서 본격적으로 남북교류가 시작되었으며, 역사적인 ‘남북기본합의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이끌어 냈다. “5.24 대북 제재 조치의 내용을 뛰어넘는 새로운 남북 교류 협력의 내용이 담긴 선언”을 만들어, “5년간 끌어온 계륵 같던 5.24조치는 자연사”시키고 남북관계 개선의 이니셔티브를 쥐자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에게 남아 있는 시간은 많지 않다. 내년에는 국회의원 총선거, 2017년에는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선거 국면을 맞이하면 정치권은 사활을 건 총력전을 펼치기에 남북관계가 정치 쟁점화 되어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기에는 한계가 있다. 박근혜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국민 모두가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이산가족 상봉을 8월이 오기 전에 ‘7.7 선언’과 같은 과감한 방식과 내용을 통해 제안하여 성과를 낼 수 있길 기대하고 촉구한다.
 

 
1971년 부산에서 태어나 동국대 북한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KYC(한국청년연합회) 평화통일센터 사무국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 민주당 정책위원회 통일전문위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동국대 강사, 인제대학교 통일학연구소 연구위원, 민화협 정책위원, 도산통일연구소 연구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쓴 글로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의 발전 방향 연구”(2011), “북한 대중운동 연구: 권력승계 측면에서 비교한 ‘150일 전투’와 ‘70일 전투’를 중심으로”(2010), “북한 권력승계 담론 연구”(2010), 『북한 청년동맹 연구』(한울, 200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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