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선 (시사평론가)

 

박근혜 정부가 외교 통일 안보 분야에서 무능하다는 지적은 더 이상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남북한이 서로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며 다시 대결의 분위기로 치닫고 있지만 이를 타개할 대안은 보이지 않는다.

북한 측도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 여러 차례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기회들이 있었지만 이를 살리지 못한 채 남북관계는 다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거기에는 물론 북측이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조차 풀고 넘어설 수 있는 통 큰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한 우리 정부의 책임 또한 면제될 수는 없다.

국정원이 나서서 북한에서의 처형극을 자극적으로 폭로하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그들의 공포정치를 비난하는 광경은 그 이후의 남북관계를 내다보는 혜안을 가진 행위라고 보기는 어렵다. 남북관계에 대해 어떤 일관된 비전이나 정책보다는 그때그때의 즉흥적인 대응 논리가 앞선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한반도 주변의 상황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미.일의 새로운 밀월관계가 급속히 형성되고 있고, 일본 자위대는 그 군사적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미국은 한미일 3각 동맹을 통해 중국에 대한 견제를 시도하고 있고, 특히 한국을 중국 견제의 전초기지로 삼으려 하고 있다.

미국이 주권국가로서 우리의 체면조차도 고려하지 않고 거의 막무가내 식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사드 배치 움직임이 단적인 사례이다. 이대로 간다면 우리는 동북아 역학관계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되고 고립되는 처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 중대한 시기에 박근혜 정부가 매달리고 있는 것은 한미동맹이라는 낡은 동아줄 밖에는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래도 외교 안보는 잘한다던 집권 초기의 여론조사 결과들은 신기루를 쫓은 허상이었음이 판명되고 있다. 다른 내치에서 실패하고 있는 박 대통령은 외치에서도 실패하고 있다. 아니, 외치에 관한한 아무런 대책도 비전도 없는 속수무책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 나라는 지금 외교 통일 안보 리더십의 부재 상황에 처해있다.

박근혜 정부만 못한다고 탓할 일이 아니다. 정권을 잡은 사람들이 주변정세에 대응하는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면 야당은 그것을 견제하거나 아니면 대안적 비전을 제시하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과거의 야당에는 그런 전통이 있었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야당을 이끌었던 시절, 누구보다 그 자신이 한반도 문제에 관한 전문가이기도 했지만, 외교 통일 안보에 관한 전문적 능력을 갖춘 인재들이 당내에 여럿 있곤 했다. 실제로 이들은 대북정책이나 동북아정책 등에 관해 정부보다 더 우수하고 현실성 있는 대안들을 많이 제시하곤 했고 상당한 정책적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런데 지금 야당을 보면 그런 정치인들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비례대표들을 영입해도 ‘투사’들은 많이 들여왔지만, 민족의 운명을 좌우할 한반도 문제를 책임지고 다룰만한 인물들에는 관심이 없었다.

남북관계가 파국 직전으로 치달아도, 일본 자위대의 해외 진출이 눈앞의 일이 되어도 야당 안에는 그 흔한 위원회 하나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단기적인 정치대결에만 갇혀버린 나머지 정작 중요한 민족 생존의 문제를 잊어버린 야당의 모습이다.

정부나 여당도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그렇다고 야당 또한 길을 제시해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민족의 생존을 지킬 리더십은 공백상태에 처해있다. 박근혜 정부야 태생적 한계의 결과라 하더라도, 야당까지 무능한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민족의 살 길은 누가 책임지고 말할 수 있단 말인가. 새정치민주연합에게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연세대학교 사회학 박사
전) SBS, EBS, BBS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진행자 역임
전) 좋은정책포럼 운영위원
전) 경찰청 경찰혁신위원회 위원
전) 경희사이버대 NGO학과 객원교수
전) <한국일보> <국제신문> <부산일보> <시사저널> 고정 칼럼 연재
현) <주간경향> <폴리뉴스> 고정칼럼 연재

수상) 2010 대한민국 블로그어워드 대상 수상
        2012 아프리카TV 대상 시사부문 최우수상 수상

저서) <정치의 재발견> 지식프레임.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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