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가협 목요집회가 28일 탑골공원 삼일문 앞에서 열렸다. 권오헌 민가협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이 여는말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이태우 인턴기자]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의 제 1,027회 목요 정기 집회가 28일 오후 2시 탑골공원 삼일문 앞에서 개최됐다.

문민정부에 양심수 석방을 촉구하며 93년 9월 23일 처음 시작된 이래 1,000회를 훌쩍 넘긴 집회는 억압으로부터의 자유를 상징하는 보라색 두건을 쓴 여성 회원들을 포함한 30여명의 참석자들이 자리했다.

‘양심수를 석방하고 국가보안법 철폐하라’는 현수막을 준비한 회원들은 먼저 민주열사들을 위한 묵념과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으로 집회의 문을 열었다.

권오헌 민가협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은 여는말에서 “2010년 발효된 5.24조치 이후 모든 방면에서 남북 간 교류가 차단되어 대북 인도적 지원은 물론이고 각종 경제.문화적 교류는 소원한 일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2013년 집계한 통계를 인용, 5.24 조치로 인해 남한이 입은 경제적 손실은 약 69억 달러로, 북한의 피해로 추산되는 22억 달러의 세 배에 달하는 규모이고, 1,500개 이상의 남한 기업이 도산하고 금강산 관광 역시 전면 금지됐다며 “대북 제재가 도리어 우리가 자해를 입는 꼴이 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권 회장은 “이명박 정부가 견지한 강경 대북정책은 우리 민족 전체의 이익에 백해무익한 조치였는데, 이를 박근혜 정부가 그대로 계승했다”며 “현 정부는 남북 교류의 물꼬를 다시 트고 화합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 5.24조치 해제를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이 땅에서 민주주의의 파괴와 인권 침해가 일어나는 이유는 분단과 남북 적대관계의 지속 때문인데, 현 정권은 권력 보전을 위해 국보법을 내세워 옳은소리 하는 국민을 탄압하고 있다”며 “국보법은 양심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악법으로 폐지 이전에 우리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논할 수 없고,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했을 때도 남북대결을 지속하고 우리의 자주통일을 가로막고 있는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국보법 폐지를 촉구했다.

▲  이창기 <자주민보> 전 대표가 최근 대법원의 <자주민보> 폐간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이태우 인턴기자]
최근 대법원 폐간 처분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자주민보> 이창기 전 대표는 첫 번째 발언을 통해 “건국 이래 국가가 언론사 폐간 조치를 결정한 것은 61년 박정희 정권 당시 민족일보 폐간 이래 유례없는 일”이라며 “비록 소규모 인터넷 뉴스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지만 컨텐츠의 파급을 우려한 언론 탄압은 곧 정부가 대민신뢰를 받을 자신이 결여되었다는 방증일 것”이라고 법원의 폐간 판결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자주시보>는 2015년 2월 24일 대법원 폐간 최종 선고 직전 기존 <자주민보>에서 <자주일보>로 명칭을 바꿔 언론 등록을 했지만 서울시에서 등록 정지를 의결한 바 있다. 이후 3월 24일 <자주시보>라는 이름으로 재창간했다.

▲ 이연희 겨레하나 사무총장이 5.24조치 해제와 6.15공동행사 성사를 촉구했다. [사진 - 통일뉴스 이태우 인턴기자]
두 번째 발언자로 나선 이연희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사무총장은 “5.24조치 이후 악화된 남북관계로 한반도는 군사적 긴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며 “반드시 평화와 대화를 통해 북한에 다가가야 한다. 말로만 개방을 논할 것이 아니라 제 2의 분단선인 5.24 조치를 하루빨리 해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 6.15 공동선언 15돌을 맞아 서울에서 남북 공동주관 행사를 기획 중에 있다”며 “비록 우리 정부의 재가 획득은 여전히 미지수지만, 광복 70돌을 맞은 만큼 다가오는 기념일을 반쪽짜리 행사로 보낼 수는 없다”며 6.15공동행사의 성사를 기원했다.

이날 집회의 핵심은 5.24 조치 해제와 정부의 언론 탄압 규탄에 맞춰져 본래 집회의 주요 기치로 내건 양심수 석방에 대한 언급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에 대해 조순덕 민가협 상임의장은 “과거에는 양심수 석방 운동을 벌이면 당국 차원의 피드백이나 최소한의 대화 시도가 있었지만, 현 정권이 도래한 이래 소통의 여지를 일절 보이지 않는 정부의 요지부동한 모습에 지쳐 집회시 종종 발의 주제의 우선순위를 변동하기도 한다”고 정부의 완강한 자세로 인한 고충을 털어놓았다.

▲ 뙤약볕에서 진행된 이날 목요집회는 큰 이슈 없이 간략하게 진행됐다. [사진 - 통일뉴스 이태우 인턴기자]
이에 대해 목요집회를 수 년간 참관했다는 익명을 요구한 한 시민은 “회원들의 주장이 뚜렷한 색깔이 없고 민주화라는 추상적인 개념에 사로잡혀 중구난방의 주장을 펼치는 인상을 받았다”며 “주장의 선명성과 일관성이 떨어질 뿐더러 2~30분 후 곧바로 해산하여 시민들의 호응 역시 저조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유동 인구가 적은 평일 오후에 집회를 진행했을 뿐 아니라, 뙤약볕이 내리쬐는 삼일문 부근에 그늘진 공간이나 집회를 참관할 만한 마땅한 장소가 없어 시민 참여도는 자연스레 저조할 수 밖에 없었다.

인도 한복판이라는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길을 걸어가는 행인들의 시선을 붙잡기는 쉽지 않았고 소수의 시민들만 집회에 관심을 보이다 이내 갈 길을 이어갔다. 으레 열리는 정례 집회로 치부한 탓인지 취재 열기도 뜨겁지 않았다. 집회 말미에는 노년의 시민이 집회 참가자들을 향해 고성을 질러 잠시 소란이 일기도 했다.

(수정, 29일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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