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고향
- 윤동주

고향에 돌아온 날 밤에
내 백골이 따라와 한방에 누웠다

어두운 밤은 우주로 통하고
하늘에선가 소리처럼 바람이 불어온다

어둠 속에서 곱게 풍화작용하는
백골을 들여다보며
눈물짓는 것이 내가 우는 것이냐
백골이 우는 것이냐
아름다운 혼이 우는 것이냐

지조 높은 개는
밤을 새워 어둠을 짓는다

어둠을 짓는 개는
나를 쫓는 것일 게다

가자 가자
쫓기우는 사람처럼 가자
백골 몰래
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에 가자


나이가 드니 고향이 간절히 그립다.

하지만 막상 고향에 가보면 황량하다. 눈물 그렁한 눈으로 여기저기 둘러보다 돌아온다.

석가는 ‘인간의 고통의 근원은 어머니의 자궁으로 다시 돌아가려는 데에 있다’고 했다.

내가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건, 결국 어릴 적 따스했던 ‘엄마 품’, 유토피아였던 ‘어머니의 자궁’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윤동주 시인은 ‘가자 가자/쫓기우는 사람처럼 가자/백골 몰래/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에 가자’고 노래했다.

나도 ‘백골의 고향’이 아닌 백골이 태어난 나의 근원, ‘혼의 고향’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임제 선사는 말했다. “이 삶 그대로가 모든 구도자들이 돌아가 쉬는 고향이다.”

‘혼의 고향’은 내가 내 안의 혼을 깨달을 때 찾아질 수 있을 것이다. 그때는 내가 어디에 가건 나는 고향에 있게 될 것이다.

동학의 주문에 ‘시천주조화정 영세불망만사지(侍天主造化定 永世不忘萬事知)’가 있다.

‘하느님(天主)을 모시고(侍) 하느님의 일(造化)에 참여하여(定) 평생(永世) 이것을 잊지 않으면(不忘) 모든 것을 알게 된다(萬事知)’는 것이다.

여기서 하느님은 우주의 주재자인 동시에 ‘내 안의 혼’일 것이다. 하느님이 하시는 모든 일은 결국 내 안의 혼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일 것이다. 하느님과 내가 하나가 되어 천지운행에 참여하는 신비로운 삶의 극치.

이런 삶이야말로 진정으로 고향을 찾은 사람의 삶일 것이다.

이 때 비로소 우리는 깊은 안식에 들 수 있을 것이다.

윤동주 시인이 백골 몰래 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에 쫒기우는 사람처럼 달려가는 길이 곧 조국의 독립운동이었을 것이다.

윤동주 시인의 마음이 캄캄한 밤의 등불처럼 멀리서 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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