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복70주년, 6.15공동선언 15주년 특별좌담 ‘통일은 과정이다’가 26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렸다. 사진 왼쪽부터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 임동원 전 통일부장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이 자리를 함께 한 광복70주년, 6.15공동선언 15주년 특별좌담 ‘통일은 과정이다’가 26일 저녁 서울시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대공연장에서 열렸다.

이 특별좌담은 임동원 전 장관과 백낙청 명예교수가 공동이사장으로 있는 한반도평화포럼이 최근 발간한 단행본 『통일은 과정이다』의 출판기념회를 겸한 자리이기도 했다.

한반도평화포럼 공동대표인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의 사회로 진행된 좌담회에서는 7년 전 이명박 정부 출범에서 박근혜 정부 3년차에 접어든 최근 상황까지 깊이 있는 분석과 평가, 폭넓은 진단이 이루어졌다.

강만길 교수는 “통일로 가는 길, 방법은 다 나와 있는데 이 정부는 그걸 모르는 것 같다”고 운을 떼고, “어쨌든 남북사이의 접촉과 내왕이 많아져야 하는데, 이미 7년 이상 발이 묶여 있으니 반통일적 상황이요, 반통일적 정부들”이라고 개탄했다.

강 교수는 “3.8선이 그어지면서 국토가 분단됐고 48년에 두 개의 국가가 생기면서 국가분단이 됐다. 이때까지 동족의식은 살아있었지만 6.25전쟁으로 민족분단이 됐다”며 한반도 현대사를 개괄하고 6.15공동선언에서 남북이 화해하고 협력하자고 한 합의를 ‘민족통일을 시작하자는 것이었다’고 풀이했다.

이어서 “남북의 화해를 토대로 왕래가 많아지고 10.4선언의 합의가 구체적으로 진행되었더라면 국토통일이 됐을 것”이라며, “이후 세계사의 진행방향과 맞추어서 국가통일이 되어가는 과정이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런 점에서 그가 보기에 “통일은 대박이 아니라 과정”이다.

▲ 왼쪽부터 강만길 교수, 백낙청 교수, 임동원 전 장관, 이만열 교수.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이명박 정부 들어선 후 지난 7년은 그 이전 20년 동안 이어져 온 한반도 평화와 남북 화해·협력 노력을 부정한 안티테제의 시대였다”며, “남북관계는 경색되고 불신과 대결의 시대로 역주행한 7년이었다”고 규정했다.

임 전 장관은 “1990년대 동서냉전이 끝나면서 한반도에서도 냉전을 끝내고 통일을 해보자는 힘겨운 노력을 해왔다”며, 1991년 말의 남북관계기본합의서,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 2007년 10.4선언을 남북의 화해와 협력을 위해서 남북이 합의하고 연속선상에 있는 3대 합의서라고 언급했다.

이 합의서에 기초해서 남북이 서로 왕래하기 시작하고 경제공동체 사업의 일환으로 개성공단을 조성하는 등 꾸준히 노력하고 성과를 거두고 있었는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전 정부의 포용정책에 대한 차별화를 시도, 남북합의를 부정하고 북한 붕괴임박론의 시각에서 흡수통일하겠다는 생각으로 정책을 펼쳤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는 ‘통일은 어느 날 밤 갑자기 도둑처럼 찾아온다’는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언급을 빗대어 “통일은 남과 북이 힘을 합쳐 땀을 흘려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평화를 만들기는 커녕 지키기도 어렵게 됐다”며, 특히 붕괴론에 입각한 정책으로 인한 작용-반작용의 악순환이 반복됐다고 진단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지난 2년 동안 남북경색 국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출범 당시 한반도신뢰프로세스라는 좋은 정책을 내걸었지만 ‘북이 먼저 신뢰를 보여야 우리도 신뢰할 수 있다’는 접근방법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는 6.15남북공동선언 제4항 “남과 북은 경제협력을 통하여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고 사회·문화·체육·보건·환경 등 제반 분야의 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하여 서로의 신뢰를 다져 나가기로 하였다”는 문구를 상기시키면서 “우리가 신뢰를 보여주지 않으니까 북이 응대해 오지 않고 따라서 신뢰를 쌓아나갈 재간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서 “박근혜 정부 2년 반 정도 남았는데 이번 6.15 15주년과 광복70년, 분단70년 계기를 잘 활용해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정권말기까지 남북관계 개선이 어려워지지 않을까 걱정이다”라며, “이번 계기에 남북관계 개선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고 덧붙였다.

백낙청 교수는 “강만길 교수는 이 사람들이 통일을 할 줄 모른다고 진단했는데, 간단한 남북접촉을 할 때에도 그렇고 나와서 말하는 경우를 봐도 그렇고 ‘잘 모른다’는 느낌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제 잇속 차리는 데서는 아주 유능한 사람들이 멍청할 수는 없지 않는가라는 의구심을 넘어서 자기에게 필요하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열심히 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며 의견을 개진했다.

즉, ‘잘 안 되어도 전혀 불편하지 않기 때문에 그러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오히려 상황이 그 반대로 잘 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불편을 예상하고 차라리 바보같다는 소리를 들을지언정 잘 못하기로 하는 것이 이들의 전략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느냐는 취지이다.

이어서 백 교수는 “우리 자신을 향해 이렇게 평가하면 불편할 수 있겠으나 진짜 바보는 우리가 아니냐는 생각”이라며, “이 퇴행의 세월을 가져온 세력을 바꿔야 하는데 선거에서도 판판히 지지 않느냐”고 참가자들에게 되물었다.

이만열 교수는 뉴라이트의 ‘식민지 근대화론’ 역사관이 1970년대 이래 세계 학계와 일본 학계를 거쳐 어떻게 국내에 유입됐는지를 상세히 소개하면서 “일본이 조선에 온 것은 조선을 근대화시켜주기 위해서라는 일제의 논리와 일제하에서 조선이 근대화했다는 친일파의 논리는 같은 것이며, 그 연장선상에서 뉴라이트의 식민지근대화론이 나왔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강만길 교수는 “일제하에서 일본이 100km의 철로를 깔았고 우리가 설사 50km의 철로를 깔 능력 밖에 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일본이 깐 철로는 일본의 필요와 목적에 의한 것이고 우리가 깐 철로는 우리의 필요에 의해서 우리의 능력으로 설치한 것이 된다. 경제적으로는 100km가 더 효율적이겠지만 역사적으로는 우리가 깐 50km가 더 가치있는 것이다”라고 명쾌하게 정리했다.

▲ 『통일은 과정이다』책 표지. [사진제공-서해문집]

한반도평화포럼 공동대표인 백승헌 변호사가 소개한 단행본 『통일은 과정이다』는 ‘내가 본 통일’, ‘통일은 과정이다’, ‘청년이 묻고 통일원로가 답하다’, ‘시민참여와 통일’ 등 5개 장으로 이루어졌다.

‘내가 본 통일’에서는 분단이 무엇인지, 분단극복과 통일시대 개척에 앞장서 온 원로들이 바라보는 기본적인 통일론을 정리했다.

‘통일은 과정이다’에서는 통일논의중 가장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는 ‘통일세’, ‘북한붕괴론’, ‘통일대박론’ 등에 대한 짧은 글을 주심으로 통일문제 전문기자들의 해제를 함께 실었다.

3, 4부에는 통일문제에 대한 세대간의 격차를 좁힌다는 의미에서 젊은 세대가 묻고 임동원·백낙청 이사장이 답변하는 내용과 통일·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정세현·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과 문정인 연세대 교수의 정리된 의견을 담았다.

5부는 시민참여형 통일이라는 주제로 인권운동과 통일, 여성평화운동, 민간교류와 시민평화운동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글들이 실렸다.

이 책에는 통일을 둘러싼 오래된 주제부터 최근 정세에 관련된 주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망라돼 있으며, 집필자만 30명 이상이 참여했다고 백 변호사는 말했다.

그는 특히 지난해 병마로 유명을 달리한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의 글을 보면서 추모의 기회도 가질 수 있다며, 이 책이 북한 붕괴론에만 기초한 통일론, 실제적 통일의 기반이 되는 평화기조의 정착과는 동떨어진 통일논의, 대결기조 등을 성찰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추가-27일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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