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여성연대는 26일 광화문광장에서 '여행' 출범식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 - 이태우 통일뉴스 인턴기자]

국내 여성단체 연대체인 전국여성연대 회원들이 26일 11시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평화와 통일을 위한 여성행동 ‘여행’의 출범식을 거행했다.

약 20여명의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회견에서 참가자들은 경색된 남북관계 회복을 위한 5.24 조치 해제와 남북의 공동 주관 아래 6.15 공동행사 및 8.15 기념행사를 진행할 것을 촉구했다.

첫 번째 발언자로 나선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강다복 회장은 “5월 말이면 모내기철로 농업인들에게는 한창 논에서 바삐 일할 시기이지만 오늘 행사를 위해 이 자리에 함께했다”며 “역사적으로 여성들은 전쟁의 가장 큰 희생자였고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다. 우리 여성들이 앞장서서 전쟁을 종식하고 남과 북이 갈라져 오고 갈 수 없는 작금의 현실을 타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 퍼포먼스에 현정화, 리분희 선수를 비롯해 조명애, 이효리, 뽀로로, 패티 등 낯익은 이름과 캐릭터가 등장했다. [사진 - 이태우 통일뉴스 인턴기자]

기자회견 사회를 맡은 최진미 집행위원장은 “어서 통일이 와 남한의 논농사와 북한의 밭농사가 어우러진 자급자족 통일농업의 시대가 도래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로 마이크를 잡은 경기자주여성연대 신옥희 대표는 회견 이틀 전 임진각에서 진행된 WCD(국제여성평화걷기) 대표단의 DMZ(비무장지대) 걷기 행사를 언급하며 “각국의 여성평화운동가들이 남북의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을 모았 듯, 분단의 당사자인 우리 역시 전국 각지에서 발족한 실천단과 함께 행동하여 통일에 한 발짝 다가가야 한다”고 지역사회의 통일운동 참여를 역설했다.

유모차에 아이를 대동하고 행사에 참석해 주목을 받은 강서구 까치네 놀이마을 회원인 이미선씨는 “아이들의 엄마로서 건강한 육신과 정신을 물려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이 성장했을 때 행복하고 진보적인 삶을 살 수 있는 토양을 다지는 것 또한 엄마들의 의무라고 생각한다”며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자유롭게 꿈을 펼쳐 러시아, 유럽으로 자유롭게 진출하기 위한 핵심적인 교두보가 바로 통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 서울여성연대 이근미 대표와 대학생 참가자 현우현 씨가 '여행' 출범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 - 이태우 통일뉴스 인턴기자]

이어진 선언문 낭독에서 서울여성연대 이근미 대표는 “분단 이후 민간단체 및 정부당국의 노력으로 민족 화해를 위한 다양한 시도들을 통해 통일의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2010년 시행된 5.24 조치로 인해 한반도는 다시 한 번 빙하기를 맞았다”며 “우리 ‘평화와 통일을 위한 여성행동’은 평화적 통일을 위해 5.24 조치 해제를 촉구한다. 또한 6.15 공동선언 기념행사, 8.15 광복 기념행사를 남과 북이 공동으로 개최하기를 희망한다”고 주장했다.

공식 행사 일정을 모두 마친 뒤 회원들은 1991년 세계선수권에 단일 탁구팀을 꾸려 동반 출전한 현정화 선수와 리분희 선수, 2005년 남북 최초로 광고에 동반 출연했던 이효리와 조명애 등 남북 인물들의 재회를 연출한 퍼포먼스를 선보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여성단체의 통일운동인 만큼 회원들은 여성과 어머니의 관점에서 사안을 분석한 모습이 두드러졌다. 기자회견 전반을 관통한 메시지는 “전쟁이 수반하는 가장 큰 폭력의 희생자는 여성과 아이들이고,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폭력과 분단의 쇠사슬을 끊고 평화로운 한반도를 자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한다”였다.

단출한 취재진의 참여 속에 진행된 이 날 회견은 광화문광장 사거리 횡단보도 앞에서 진행되어 길을 건너는 시민들로 인해 행사 몰입도가 신호등 색깔에 맞춰 변하는 상황을 빚어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 신옥희 경기자주여성연대 대표. [사진 - 이태우 통일뉴스 인턴기자]
■ 신옥희 대표 : 우리는 전국여성연대 회원들로서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 동질감을 느끼고 ‘여행’을 출범하기에 이르렀다.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단체들이 뜻을 모아 함께했다.

□ 향후 활동 계획에 대한 청사진은?

■ 우선 평화와 통일에 대해 지역 회원들을 통해 홍보에 나설 예정이다. 지역별 통일 관련 교육 역시 기획 중에 있고, 6.15, 8.15 행사 공동 주관을 기원하는 플래시몹 등 시민들이 손쉽게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는 행사들을 계획하고 있다.

□ 최근 WCD 활동가들이 북한 내 인권 유린에 대해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금일 행사에서 이들의 활동을 고무적으로 평가한 ‘여행’의 의견을 듣고 싶다.

■ ‘위민 크로스 DMZ’에 참가한 각국의 여성운동가들은 평화의 문제를 단순히 남북 분단에 관한 지엽적인 개념으로 보지 않는다. 대신 거시적으로 분단된 남과 북의 갈등이 세계 평화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취지에서 평화와 통일을 이야기 한 것이기 때문에 남과 북에 대한 세세한 사회적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논란에 불을 지피고 화합을 위한 노력에 재를 뿌리는 행위라 사료한 듯 싶다.

또한 얼마 전 기자회견에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언급했듯이 북한은 각종 국제 사회의 각종 사회적, 경제적 제재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국가 정상화가 실현되기 이전에 인권을 자유롭게 논하기는 어렵다.

□ 그렇다면 5.24 조치 해제 등의 제약 완화가 선행되어야만 북한 인권 해결을 위한 접근이 가능하다는 뜻인가?

■ 물론 모든 일을 엄격하게 단계별로 구분할 수는 없다. 하지만 평화와 통일을 이야기하는데 계속해서 선제조건들을 제시한다면 현실적으로 통일을 이루기는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스타이넘을 비롯한 WCD 활동가들의 주장도 거국적인 관점에서 평화의 메시지를 골자로 해석하면 될 것 같다.

□ 순수하게 여성들로 구성되어있기 때문에 여타 통일단체들과 차별되는 특색이 있다면?

■ 회원들 대부분이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들이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며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의 평화를 이야기할 수 있다. 또한 다들 동네 안에서 단체 활동들을 하기 때문에 일반 지역 주민들과 시민들과 접촉하여 자연스럽게 통일에 대한 의견을 공유할 수 있다.

요즘은 통일 얘기가 나오면 종북 프레임으로 몰고 가는 경향이 강한데, 우리는 그러한 정치적 부담 없이 여성회 모임 등을 통해 일상 생활에서 통일에 대한 생각을 개진할 수 있다. 가끔 율동 등을 통해 재미있는 방법으로 홍보를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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