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북한도 이 이상 더 적대적 국가로 포위당하고 있다는 강박증(siege mentality)으로부터 해방되고 경제적 상호의존 속에서 상호협력관계를 통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변모하기 위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자신감을 가져야 하고, 4강 특히 한.미 양 정부는 한반도에서 두 주권국가가 존재하고 있는 현실을 받아드려야 한다. 현실을 인정하면서 새로운 역사를 열어 나가야 한다.

동북아 국제체제 이론 측면에서 미.중 공조가 한반도 문제(한반도 비핵화 실현, 평화체제 구축과 통일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필요충분조건이다. 큰 틀에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두 개 학파가 존재한다: 신현실주의 학파(neo-realism)와 신자유주의 제도주의(neo-liberal institutionalism) 학파이다. 현 동북아 지역체제 속에서 미국은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신현실주의 입장을 강조 고수하고 있다. 신현실주의 접근은 미국의 군사 안보를 공고히 하기 위해 한.미.일 동맹체제를 강화하고 있고 미국의 국익을 보호하고 신장하는데 최상의 수단인지는 몰라도 대한민국의 장기적인 국익은 반드시 그렇지는 않는 것 같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제도주의는 한국인에게 그리고 한반도 미래에 가장 바람직한 접근방안이라고 생각된다. 현 동북아 지역체제는 경제적으로 상호의존 속에 협력 관계이다. 신자유주의는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바탕으로 경제적 활동을 넓혀 국가 간 상호 의존관계를 공고히 하면서 공영공생하고 상호협력과 공존과 번영을 추구하면서 또 제도를 넓혀가면서 전쟁 없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자는 깊은 뜻을 담고 있다.

북한은 2006년 첫 핵실험을 실시한 후 지난 9년 동안 3차례 핵실험을 하여 핵무기를 10개-20개 정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미국, 중국, 일본, 한국 등은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간주(recognize)하나 핵보유국 지위를 수락(accept)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만약 미국 등이 북한을 핵국가로 수락한다면 어떻게 될까? 북한을 현실 있는 그대로(as it is) 받아드리고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고 북한과 거래(deal)를 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현실을 외면한 채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지 않겠다면 북핵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

현 시점에서 북한을 핵보유국 지위를 수락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한다면 북한이 향후 더 많은 핵무기를 제조할 것임에 틀림없다.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해 하루 빨리 6자회담을 재개하여 북핵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6자회담 재개는 영원히 물 건너가고 있는가? 6자회담 재개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현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과 협상을 꺼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왜 미국은 CVID(확실히 검증된 되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를 고집하고 있는가? 과연 미국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도가 있는가? 북한의 핵 위협을 강조해서 한반도를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최신무기 화약고를 만들고자 하는가? 북한은 왜 핵무기를 포기할 수 없다고 앵무새처럼 부르짖고 있는가? 이런 문제들을 풀기 위해서 6자회담 재개의 최대의 걸림돌인 전제조건을 없애야만 할 것이다. 북미간 제시한 전제조건 때문에 2009년 이후 현재까지 지난 6년 동안 6자회담이 재개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정말로 안타깝고 답답하다.

하루 빨리 6자회담을 재개하여 9.19합의(2005)에 명시한 한반도 비핵화를 6자(남북한, 미, 중, 일, 러)가 성실히 실현해야 한다. 9.19합의 이후 2005년부터 2008년 12월까지 6자간에 합의된 사항들을 성실히 실천 이행한다면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현재 핵무기 생산을 중단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6자회담을 재개하여 북핵을 동결시키고 9.19합의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는 과정을 밞아나가야 할 것이다. 이 길만이 한반도 비핵화 실현의 지름길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정치이론에서 보면 신현실주의 접근이 국가안보를 위해서 주요하지만 똑 같이 주요한 이론은 신자유주의적 제도주의 접근이 한반도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제시해 주고 있다.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북한도 이 이상 더 적대적 국가로 포위당하고 있다는 강박증(siege mentality)으로부터 해방되고 경제적 상호의존 속에서 상호협력관계를 통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변모하도록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자신감을 가져야 하고, 4강 특히 한.미 양정 부는 한반도에서 두 주권국가가 존재하고 있는 현실을 받아드려야 한다. 현실을 인정하면서 새로운 역사를 열어 나가야 한다.

 

 

 

 

 

 

미국 클레어먼트 대학원 대학교 국제관계학 박사(1969).
미국 이스턴 켄터키 대 국제정치학 교수(1969-1999);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1995-1999); 통일연구원 원장(1999-2000).
현재 경남대 석좌교수, 미국 이스턴 켄터키대 명예교수, 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한반도 중립화통일협의회 이사장, 통일전략연구협의회 (Los Angeles)회장.
30권의 저서, 공저 및 편저; 200편 이상의 학술논문출판;
주요 저서: 국제정치 속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구상 (1999).
공저: 한반도평화체제의 모색 (1997)등; 영문책 Editor & Co-editor: North Korea and Security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 (Ashgate, 2014); Peace-Regime Building on the Korean Peninsula and Northeast Asian Security Cooperation (Ashgate, 2010)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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