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이 27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존 케리 미 국무부장관,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 나카티니 겐 일본 방위상이 참석한 가운데 확정됐다.

이번 미.일 가이드라인은 일본 주변으로 한정된 기존 지리적 범위에 대한 제한을 없애고, 아.태 지역 뿐 아니라 세계적 차원으로 확대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전쟁을 포함한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미국과 일본이 협력한다는 내용을 담아, 일본 자위대가 평시, 전시를 막론하고 미군의 군사작전에 언제든 참가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미군이 참여하는 한반도 내 군사연습에 자위대 참여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과거사에 기인하는 한국의 우려를 해소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본이 70년만에 다시 한반도 내에서 군사행동를 할 수 있는 근거을 마련한 것이다.

정부는 미.일 가이드라인에 '제3국'의 주권을 존중한다는 표현이 들어있는 만큼, 한국정부의 승인없이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미.일 가이드라인에는 "미.일 양국이 각각 미국 또는 제3국에 대한 무력공격에 대처하기 위해 완전한 주권존중을 포함한 국제법 각국의 헌법 국내법에 입각하여 무력행사를 수반하는.."이라는 문구가 포함됐다.

이를 두고, 국방부 당국자는 28일 기자들과 만나 "제3국이라고 되어 있지만 사실상 한국정부의 입장을 완전하게 고려해서 반영된 문구"라며 지난 17일 한.미.일 3자 안보토의 당시 확답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이 당국자에 따르면, 당시 데이비드 시어 미 국방부 동아태차관보는 "누가봐도 이 문구(제3국)는 한국정부의 입장을 고려해서 표현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 사안 관련 '주권존중'의 의미에 대한 한국측 질문에 도구치 히데시 일본 방위성 방위심의관도 "제3국의 영역에 진입할 때는 반드시 사전 요청과 동의를 받는다"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도 "이번 지침에서 명확히 한 것은 한국의 영토와 주권을 보장한다는 것"이며 "우리 영토에서 군사행동 못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 영토에 자위대가 들어오는데 정부가 동의없인 안된다고 했는데, 문구에 없다고 숨기는게 아니냐고 하는데, 우선 국제법적 측면에서 한국이라는 이름을 넣을 수 없다"며 "양자간 합의문서에 제3국에 권리나 의무를 부과할 수 없는게 국제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미국이 행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한반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 병력 투입을 요청할 경우, 이에 한국 정부가 반대할 명분이 없기에 '제3국의 주권존중'의 의미는 없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또한, 한반도 유사시 주일미군의 한반도 전시증원계획에 따라, 주일미군이 한반도에 투입될 경우, 자위대는 후방에서 지원하는 기능을 갖고있기 때문에, 자위대의 한반도 전개는 더욱 쉽다는 점도 지적된다.

주일 미군기지 가운데 7곳은 유엔사 후방기지로 이들 기지의 병력과 물자 이동은 유엔군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의 지시에 따르는데, 이는 자위대의 직.간접적인 한반도 진출을 의미한다.

이번 미.일 가이드라인으로 일본이 미국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전 세계 분쟁지역에 진출할 수 있고, 이는 한반도 유사시 미국의 요청에 따라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이 가능해진 것이다. 나아가 평시 한미연합군사연습에도 자위대가 참여할 길을 터놨다. 

미.일 가이드라인은 일본 자위대가 미군과 함께 평시.전시를 막론하고 한반도 공역 뿐 아니라 한국군 해상작전구역에서도 작전을 펼치는 등 수시로 드나들게 하는 제도적 여건인 셈이다. '제3국의 주권존중' 표현이 들어간 게 성과라는 한국 정부의 주장을 무색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국방부 당국자는 "우리 땅에는 자위대가 들어올 수 없다. 일본 각의에는 교전행위가 일어나는 곳에서는 후방지원을 할 수 없다고 결정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한.일간 독도 영유권 문제로 군사적 갈등이 일어날 경우, 미국이 중립적 입장을 고수할 수 있으나, 한.미 상호방위조약, 미.일 가이드라인 등에 얽혀 문제의 소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제기한다.

미.일 가이드라인에서 양국은 중.일이 영유권 분쟁 중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이)'를 주로 염두에 두고 '섬 탈환 작전'을 명시했지만, 여기서 '섬'의 의미를 일본의 입장에서는 독도에도 확대 적용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 2007년 9월 일본 해상자위대 실습장교의 직무숙달차 인천항에 입항한 일본 해상자위대 연습함대 소속 함정의 모습. 앞에서부터 사와기리함(3,500톤), 카시마함(4,050톤).[자료사진-통일뉴스]

이번 미.일 가이드라인과 별도로 수립될 일본 자위대의 작전계획에 한반도 지역에 대한 파견 등이 명문화될지 관심이 쏠린다.

일본 정부는 미.일 가이드라인 확정으로 오는 8월까지 자국내 안보관련 법령을 개정. 법제화할 예정이다.이를 토대로 자위대는 작전계획을 수립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일본은 자국 영토 방어에 국한하는 '전수방위'라는 용어를 사용, △일본 또는 일본과 밀접한 관계의 국가에 무력공격이 있고, △일본 국민의 행복추구권이 위협받으며, △국가존립의 수단이 없을 때 등으로 자위대의 무력행사 조건을 적시해왔다. 이를 토대로, '영역횡단작전'을 수립, 적군의 상륙저지, 방공 등 방위적 성격의 군사작전을 마련해놨다.

하지만, 이번 미.일 가이드라인으로 일본 영토와 인접국가의 영역을 넘어 전 세계로 자위대의 활동 영역이 확장됐다. 이를 감안한 새로운 작전계획이 수립될 가능성이 높다.

구체적으로, 한반도 유사시 미군 지원을 주요 골자로 하되, 한국내 민간인 소개작전, 북한 탄도미사일 요격 등의 자위대의 역할을 담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미군과 함께 한반도로 진입하는 자위대의 역할이 한반도 전면적 대비계획인 '작계 5027'에 반영될 것이라는 의구심도 있다.

국방부 당국자는 "한.미간, 미.일간, 한.미.일 3자간에도 (후속) 협의해야 한다"면서 "앞으로 우리 정부가 협의를 더 해나가겠다. 일본 안보법제 개정 등도 보고, 여러 가지 제약이 있을 수 있지만 우리 입장이 관철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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