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한다 窮則變 變則通 (주역)


넌 뭐가 될래?
- 데니스 리

사람들은 늘 내게 물어요
“넌 뭐가 될래?
의사, 댄서,
잠수부?”

사람들은 늘 나를 괴롭혀요
“넌 뭐가 될래?”
마치 내가 나 아닌 게 되길
바라는 듯이

자라면 난 재채기가 될 거예요
그래서 날 괴롭힌 사람들에게 병균을 뿌려 줄 거예요

자라서 난 두꺼비가 될 거예요
그래서 길가에서 마구 바보 같은 질문을 던질 거예요

자라서 난 어린이가 될 거예요
어른들이 분통을 터뜨리건 말건 하루 종일 뛰어 놀 거예요
 

한 어린이집 교사가 아이와 싸운 얘기를 했다.
“5살 난 아이가 나를 때리는 거예요... 그래서 나도 같이 그 아이를 때렸죠.”

토닥토닥. 싸움이 끝난 후 둘 사이에 잠시 냉기류가 흘렀는데,
아이가 슬며시 다가오더니 사과를 하더란다.

참 재미있고 아름다운 풍경이 아닌가!

그 어린이집 교사가 때리는 아이를 엄하게 꾸짖거나 벌을 주었다면 그 아이는 ‘규범’은 배워가겠지만 그 아이 마음속의 ‘신명’은 사라져갈 것이다. 아이는 나중에 어른이 되어 권태롭게 살아갈 것이다.

그 교사가 아이와 싸우는 순간 ‘나는 교사야’하는 생각에 사로잡혔다면 그런 순발력은 발휘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 교사는 늘 쾌활하다. 내게 아이가 있다면 아이를 맡기고 싶은 멋있는 교사다.

삼라만상은 변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나는 무엇이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그래서 쉽게 변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들은 늘 궁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인간은 ‘무엇’이 되지 말아야 한다. 천변만화(千變萬化)하는 원시시대의 인간, 그들은 한평생 아이처럼 즐겁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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