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한다 窮則變 變則通 (주역) |
넌 뭐가 될래?
- 데니스 리
사람들은 늘 내게 물어요
“넌 뭐가 될래?
의사, 댄서,
잠수부?”
사람들은 늘 나를 괴롭혀요
“넌 뭐가 될래?”
마치 내가 나 아닌 게 되길
바라는 듯이
자라면 난 재채기가 될 거예요
그래서 날 괴롭힌 사람들에게 병균을 뿌려 줄 거예요
자라서 난 두꺼비가 될 거예요
그래서 길가에서 마구 바보 같은 질문을 던질 거예요
자라서 난 어린이가 될 거예요
어른들이 분통을 터뜨리건 말건 하루 종일 뛰어 놀 거예요
한 어린이집 교사가 아이와 싸운 얘기를 했다.
“5살 난 아이가 나를 때리는 거예요... 그래서 나도 같이 그 아이를 때렸죠.”
토닥토닥. 싸움이 끝난 후 둘 사이에 잠시 냉기류가 흘렀는데,
아이가 슬며시 다가오더니 사과를 하더란다.
참 재미있고 아름다운 풍경이 아닌가!
그 어린이집 교사가 때리는 아이를 엄하게 꾸짖거나 벌을 주었다면 그 아이는 ‘규범’은 배워가겠지만 그 아이 마음속의 ‘신명’은 사라져갈 것이다. 아이는 나중에 어른이 되어 권태롭게 살아갈 것이다.
그 교사가 아이와 싸우는 순간 ‘나는 교사야’하는 생각에 사로잡혔다면 그런 순발력은 발휘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 교사는 늘 쾌활하다. 내게 아이가 있다면 아이를 맡기고 싶은 멋있는 교사다.
삼라만상은 변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나는 무엇이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그래서 쉽게 변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들은 늘 궁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인간은 ‘무엇’이 되지 말아야 한다. 천변만화(千變萬化)하는 원시시대의 인간, 그들은 한평생 아이처럼 즐겁게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