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겸 / 동국대학교 북한학 석사 졸업

 

북한의 지리에 관한 소주제로 앞으로 북한의 지명(地名)을 북한의 지리, 역사와 연관시켜 살펴볼 생각이다. 원래는 북한의 민속지리를 다루려고 이를 예고했으나, 필자의 부족한 내공에도 불구하고 방언지리에 이어 자꾸만 어려운 길로 빠져드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지리에 관한 주제 중 비교적 명쾌하면서 쉬운 지명에 관한 이야기를 풀려고 한다. 하지만 지명에 관한 이야기도 방언만큼 흥미로우며, 그렇게 단순한 주제는 아니다. 지명에도 각 지역의 다양하고 고유한 특성들이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지명의 지리학

지명은 우리가 특정한 경계로 나누어진 공간에 붙인 이름이다. 그런데 이 이름은 응당 특정한 역사적, 지리적 맥락 속에서 이름 붙여졌을 것이다. 지명의 부여가 단순히 정치권력 혹은 행정기구에 의해서만 자리매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지명은 여러 가지 이유로 주민들이 즐겨 사용해 왔던 명칭이 사용되는 경우가 많고, 이는 정치적 호명에 의해서 가능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주체’적 혹은 사회주의적 지명이 도입되었던 북한에서도 무시될 수 없는 지명의 속성일 것이다. 모든 언어가 그렇지만,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언어의 요소는 전유 혹은 대체, 사멸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지명은 지리학과 다양한 인접분야의 연구대상이며, 이를 통해서도 지명의 다양성과 고유성을을 읽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지리학에서 지명은 장소의 이미지를 반영하며 지역의 역사, 문화, 거주민들의 의지가 녹아들어 있는 것으로 인식된다. 또한 지명을 지역의 경관·이미지 혹은 해석학적 상징(metaphor) 혹은 정치적 쟁투의 관점에서 보는 등 다양한 학문적 관점이 존재한다. 따라서 지명이 담고 있는 다양한 면모를 가정할 수 있으며, 이러한 사실은 학계에서 뿐만 아니라 지구상의 여타 많은 지명들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혜은 교수(동국대 지리교육학)에 의하면, 유럽과 미국의 지명에는 해당지역의 다양한 역사와 자연환경 등을 반영한 재미있는 사례들이 많다. 우선 유럽에서는 특정 접미사를 통해 도시의 건립시기를 알 수 있다. 로마 시대에 군대가 주둔하던 곳에 ‘castra(military camp)’, ‘caster’, ‘chester’ 등의 접미사를 붙여 도시를 명명했다. 그 실례가 맨체스터(Manchester), 랭카스터(Lancaster), 윈체스터(Winchester), 체스터(Chester) 등이다. 중세시대 방어의 목적으로 지어진 도시들은 ‘burg’(독일), ‘bourg’(프랑스), ‘bourgh’(영국) 등이 접미사로 붙었다. 독일의 브란덴부르크, 올덴부르크, 영국의 에든버러 등이 이에 속한다. 이 밖에도 지명을 통해 종교적 색채, 초기 정착민족, 대표적 인물을 알 수 있는 등 흥미로운 예들이 많다. 하나의 예로, ‘St’, ‘Ste’, ‘San’ 등은 성인의 이름을 붙여 종교적 색채를 띤 지명들이다.

유럽인들이 새롭게 발견하거나 이주한 국가, 지역의 지명에는 지역적 속성들이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 같다. Asia는 ‘동쪽 지방’이라는 뜻이고, Australia는 ‘남쪽의 나라’, Greenland는 ‘초지의 나라’, Iceland는 ‘얼음의 나라’, Pakistan은 ‘신성한 나라’라는 뜻이라고 한다. 미국에서는 ‘신대륙’ 발견 이후 다양한 민족들이 이주·점령하면서 어떤 민족이 처음 거주했는지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시간 주의 Holland는 네덜란드인들이, 같은 주의 Finland는 핀란드인들이, ‘Detroit’, ‘Des Moins’ 등은 프랑스인들이 이주해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북한 도(道) 지명의 유래

이렇듯이 지명 이야기는 매우 명쾌하면서도 흥미롭게 할 수 있는데, 북한의 지명도 그렇게 다룰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북한의 각 도(道) 지명에 관해 다룰 필요가 있는데, 남북한의 도는 조선 태종 때의 8도 체계를 기본적으로 하지만 북한은 건국 이후 2개의 도, 즉 량강도와 자강도를 신설했다.

8도는 태종 당시 도내에 있는 두개의 주요 지역 앞 글자를 따서 만들었다. 함경은 함흥과 경성, 평안은 평양과 안주, 황해는 황주와 해주, 강원은 강릉과 원주, 충청은 충주와 청주, 경상은 경주와 상주, 전라는 전주와 라주로부터 각각 따온 이름이다. 예외적으로 경기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 지방이란 뜻이다.

그리고 북한이 신설한 자강도는 자성군과 강계시의 앞글자로부터, 량강도는 압록강과 두만강 사이의 도라는 뜻으로부터 유래했다고 한다. 이 두 개의 도는 산간지역이 많아 척박하고 인구가 적은 지역이다. 이들을 북한이 굳이 신설한 이유로 지역자립 체제의 확립 혹은 국방의 용이함이 꼽히기도 한다. 하지만 남한에서 가장 큰 지지를 얻는 설은 북한이 행정구역의 수를 늘려 남북한 총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함이었다는 주장이다. 해방 후 남북한 총선거는 중대한 이슈였으며, 이에 대비하기 위해 량강도, 자강도를 신설해 남한보다 1개 많은 도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 <그림1> 북한지역의 조선 8도 구획
▲ <그림2> 북한의 도 구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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