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사실 중의 하나는 대북 교류를 전면 차단한 5.24조치가 2010년 3월 26일 발생한 천안함 사건에 대한 대북 제재 조치라는 점이다. 연평도 포격은 그해 11월이니 5.24조치와 직접 관련은 없는 셈이다.

천안함 사건 이후 5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우리 정부는 북한 잠수정이 어뢰를 발사해 천안함을 폭침시켰다며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하고 있고, 북한은 부인하고 있어 5.24조치 역시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방부 공보담당관은 26일 정례브리핑에서 “5년 전 북한의 잠수함에 의한 어뢰 공격에 의해서 우리 천안함 46명의 장병들이 정말 고귀한 목숨을 잃은 안타까운 사건”이라며 “우리 군은 앞으로 두 번 다시 이런 천안함 피격사건과 같은 그런 상황들이 재발되지 않도록 우리 군에게 부여된 본연의 임무에 대해서 최선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북한은 25일 군 판문점 대표부 고발장을 통해 “미국은 남조선괴뢰들을 부추겨 ‘천안’호사건을 조작한 주범”이라며 “남조선괴뢰들은 백령도수역에서 건져냈다는 알루미니움합금어뢰쪼각을 두고 ‘북어뢰의것’이라고 발표하였으나 그것은 우리 어뢰가 다른 나라들에서처럼 알루미니움합금이 아닌 강철합금재료인 주체식어뢰라는것도 모르는 음모군들의 날조에 불과하였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북한 잠수정이 천안함 피격”

▲ 2010년 5월 19일 평택 2함대 사령부에서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를 앞두고 내외신기자들을 대상으로 천안함을 30분동안 공개했다. 그러나 5M 접근금지 포토라인을 치고, 절단면 내부를 가림막으로 가린 상태에서 절단면 정면과 좌현쪽은 공개하지 않았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천안함 사건이 5년이 지났지만 <뉴스타파>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25일 밝힌 여론조사 결과(23~24일 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47.2%가 정부의 천안함 조사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해 “신뢰한다”는 39.2%보다 높았다.

실제로 재미 전문가 안수명 박사는 지난해 미국 정보공개법에 따라 1천3백여쪽의 천안함 관련 자료를 공개받았고, “1번 어뢰가 천안함의 공격에 성공했을 확률은 0.0000001%”라고 해 파문을 일으켰다. 안 박사는 현 정부에서 입국금지 조치를 받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25일 김포지역 해병대 부대를 방문해 “북한의 잠수정이 감쪽같이 들어와 천안함을 피격했다”고 발언해 논란을 빚었다. 물론 같은날 인천 재보선지역에서 “천안함 폭침 사건 자체가 새누리당 정권의 안보 무능의 산물”이라며 “새누리당은 안보를 바로 세우는 반성의 계기로 삼지 않고 종북몰이의 빌미로 삼아 선거에서 이득을 보려는 궁리뿐”이라고 비판도 했다.

참여정부 시기 청와대에 재직한 바 있는 한 인사는 “대선 후보는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인데 정부의 발표를 무시할 수만은 없을 것”이라며 “5년이 지났지만 새로운 증거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일단은 정부 발표를 믿고 갈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천안함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는 “문 대표는 원래부터 판단력에 문제가 있고, 그 내용을 정확하게 들여다보려고 하지 않는다”며 “야당지도자로서는 무능하고 판단력 없고 리더십이 부족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경계에 실패한 최원일 천안함 함장의 '훈계'

▲ 최원일 천안함 함장이 2012년 6월 11일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직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은 자신의 페북글에서 “해군 수뇌부는 천안함을 계기로 긴급 도입되는 통영함의 2억원짜리 음향탐지장비를 시험평가서를 조작하여 41억원으로 부풀려 도입하고 그 일부를 뇌물로 챙겼다”는 점과 “5년 만에 언론에 나타난 천안함 최원일 함장의 태도는 더 가관”이라는 점 등을 지적했다.

‘경계에 실패한’ 최원일 함장은 부하 장병들을 잃고도 제대로 징계받지 않고 현직에 있으며, 22일 “과학적 조사결과를 못 믿는다는 것은 정부와 군에 대해 맹목적으로 불신하는 일부 인사들이 진실을 왜곡하여 선동하기 때문”이라고 오히려 훈계에 나섰다.

신상철 대표는 “경계에 실패한 군인이 왜 처벌받지 않고 영웅이 되느냐”며 “관련자들이 진실 왜곡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고 진실을 고해서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천안함 사건에 대한 의혹제기를 반박하기 위해 MB 정부 청와대 행정관 출신인 이종헌 씨가 펴낸 <스모킹건-천안함 실록>에는 사건 당일인 26일 오후 2시부터 천안함 승조원들이 식당에 모여 휴가 포상을 걸고 문제를 푸는 골든벨 퀴즈대회를 했는가 하면, 저녁에는 간부들의 휴대폰을 빌려 통화한 회수가 150여회나 된 것으로 드러났다.

신상철 대표의 재판과정에서도 천안함 승조원 일부가 후타실에서 운동하는 동영상이 공개됐는데, 파고가 2~3미터인 해역에서 천안함이 기동하는 상황으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안정적인 장면으로 나타나 신 대표가 현장 재현을 법정에 요청하고 있다.

테러지원국과 5.24조치의 귀결

▲ KAL858기 폭파범으로 사형을 선고받고 특별사면된 김현희 씨가 2009년 3월 11일 부산 벡스코에서 일본인 납북자 다구치 야에코 씨의 가족을 만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천안함 사건은 시간이 흐를수록 1987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발생한 KAL858기 사건과 닮은 과정을 밟아가고 있다. 천안함을 폭파시킨 '1번 어뢰'의 설계도가 바뀌었는가 하면, 김현희의 '화동 사진'이 바뀌는 등 허점 투성이의 조사(수사)결과 발표부터가 판박이다.

당시 제대로 된 물증 하나 없이 ‘북한 공작원’ 김현희의 진술에만 의존해 북한 공작원 김승일.김현희가 KAL858기에 폭약을 설치해 공중폭파된 테러사건으로 결론난 이 사건은 지금까지 남과 북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또한 천안함 사건과 마찬가지로 KAL858기 사건도 1988년 유엔 무대에서 북한의 책임을 명시한 결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채 개별 국가의 일방적인 제재조치가 취해졌다.

미국은 1988년 KAL858기 사건을 이유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고, 한국은 2010년 천안함 사건의 책임을 물어 대북 제재를 목적으로 5.24조치를 발동했다.

그러나 20년 만인 2008년 10월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했다. KAL858기 사건에 대해 북한이 사과하거나 북한의 책임 의혹이 벗겨진 것이 아니라 6자회담 진전이라는 정치적 이유 때문이었다.

하긴, 5.24조치를 실시한 이명박 정부 하에서, 그것도 천안함 사건 1년도 안 된 2011년 5월초 북측과의 비밀접촉에서 ‘북측에서 볼 때는 사과가 아니고 남측에서 볼 때는 사과처럼 보이는 절충안’을 놓고 협상을 벌여 타결 직전까지 가기도 했으니, 5.24조치의 운명 역시 크게 다를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최근 최원일 천안함 함장이 언론에 등장해 “정부발표에 대해 신뢰해 주기를 바란다”면서 “우리 승조원들은 패잔병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모습은 KAL858기 폭파범으로 사형을 선고받았던 김현희 씨가 “칼기 사건은 북한이 한 테러이고 나는 더이상 가짜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나를 ‘가짜’로 몰아” 탄압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과 오버랩된다.

천안함 사건을 취재해온 강태호 <한겨레신문> 기자는 “정부는 천안함의 사건 당일 항적도 같은 기본 정보도 공개를 안 하고 있다”며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고, 신상철 대표는 “이명박 정권 관계자들과 국방부, 희생자 가족들도 진실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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