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눈물의 방
- 김정란

눈물 속으로 들어가 봐
거기 방이 있어

작고 작은 방

그 방에서 사는 일은
조금 춥고
조금 쓸쓸하고
그리고 많이 아파

하지만 그곳에서
오래 살다 보면
방바닥에
벽에
천장에
숨겨져 있는
나지막한 속삭임 소리가 들려

아프니? 많이 아프니?
나도 아파하지만
상처가 얼굴인 걸 모르겠니?
우리가 서로서로 비추어 보는 얼굴
네가 나의 천사가
내가 너의 천사가 되게 하는 얼굴

조금 더 오래 살다 보면
그 방이 무수히 겹쳐져 있다는 걸 알게 돼
늘 너의 아픔을 향해
지성으로 흔들리며
생겨나고 생겨나고 또 생겨나는 방
눈물 속으로 들어가 봐
거기 방이 있어

크고 큰 방


한 중년 여인이 말했다.
"어제 밤늦게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지하 주차장이래요. 그런데 술에 취해 꺽꺽 울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두 아이를 데리고 가서 남편을 부축하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또 다른 한 중년 여인은 술을 마시고 골목길을 걸어가며 돌아가신 엄마에게 울면서 하소연을 했단다.
"엄마, 오빠와 올케가 힘들어 해. 오빠를 돌봐 줘."

나도 며칠 전 술에 취해 집으로 돌아오며 펑펑 울었다. 눈물이 줄줄 쏟아졌다. 그렇게 많은 서러움이 내 안에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할 수 없을 때 운다. 눈물은 우리를 깨끗하게 정화시킨다. 삶을 새로이 시작하게 한다.

이 막막한 세상에서. 하염없이 흘러가는 시간의 강물 속에서. 우리는 함께 휩쓸려간다.

눈물은 시간의 강물을 다시 발원하게 한다. 모든 것이 다시 시작한다.

그 동안 우리를 구원하던 모든 것들은 허깨비처럼 사라졌다.

이제 우리에게 단 하나 눈물이 남아 있어 오늘도 우리를 살게 한다.

우리의 눈물이 모여 큰 바다를 이루어 이 세상이 하나의 큰 자궁이 되기를. 그리하여 우리 모두 다시 태어나기를. 말갛게 다시 아기로 태어나기를.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